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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이 나서서 대북 정책 명확히 밝혀야”

 문재인 정부는 미ㆍ중ㆍ일ㆍ러 등 4강 외교에서 벗어나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을 중요한 축으로 삼아 외교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 지리적인 근접성 뿐 아니라 인적·물적 교류 규모가 크고,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서도 이 지역과의 협력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역대 정권 중 처음으로 아세안 특사를 보낸 것도 그런 이유다.
 

아세안 창설 50주년 ‘한ㆍ아세안 국제회의’
한-아세안센터, 중앙일보, 외교부 공동주최
강경화 장관 “베를린 구상 지지를 바란다”
북핵 등 역내 안보 이슈 놓고 열띤 토론
“상품 중심 FTA, 서비스 분야로 확대” 제안도

 30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ㆍ아세안센터, 외교부, 한국동남아연구소와 중앙일보가 개최한 ‘2017 한ㆍ아세안 관계조망 국제회의’에서는 창립 50주년을 맞는 아세안과의 협력 문제가 정치·안보, 경제, 사회·문화 분야로 나눠 심도있게 논의됐다. 이 자리에는 이홍구 전 국무총리, 강경화 외교부 장관, 김영선 한ㆍ아세안센터 사무총장, 르 루엉 민 아세안 사무총장, 앨런 피터 카예타노 필리핀 외교장관, 옹 켕 용 전 아세안 사무총장 등을 비롯해 각국 전문가 350여 명이 참석했다.   
 
'한-아세안 관계조망 국제회의'가 30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렸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 르 루엉 민 아세안 사무총장, 알랜 피터 카예타노 필리핀 외교장관, 김영선 한-아세안 센터 사무총장 등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한-아세안 관계조망 국제회의'가 30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렸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 르 루엉 민 아세안 사무총장, 알랜 피터 카예타노 필리핀 외교장관, 김영선 한-아세안 센터 사무총장 등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이날 강경화 장관은 기조연설에서 “아세안은 그동안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확보하기 위한 한국의 대북 정책에 전적인 지지를 보내왔다”며 “아세안이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설정한 새로운 대북 정책 기조인 ‘베를린 이니셔티브(베를린 구상)’의 강력한 지지자가 되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30일 열린 '한-아세안 관계조망 국제회의'에서 기조연설 중인 강경화 외교부 장관. 김경록 기자

30일 열린 '한-아세안 관계조망 국제회의'에서 기조연설 중인 강경화 외교부 장관. 김경록 기자

의장국인 필리핀의 카예타노 외교장관은 “한국의 영화, 음악, 언어 등이 한류를 통해 공유되고 있고, 이것이 바로 소프트 파워”라며 “개발 격차를 줄이고 경제적 결실을 함께 나누기 위해서는 하나의 정체성이 필요하다. 형제·자매 관계로 발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앙일보 고문인 이홍구 전 총리는 이날 오찬을 주재하며 “우리의 현재 목표는 동아시아를 핵이 없는 평화로운 지역으로 유지하는 것인데 한반도에 평화가 올 때 아시아의 평화가 가능하다”며 “북한이 핵 보유국이 되려 하는 상황에서 동아시아에 핵 전쟁이 일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아세안이 중추적인 힘이 되어줄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치ㆍ안보 분야에선 북한의 핵 위협이 주요 화두가 됐다. 한국 정부의 분명한 입장을 요구하는 의견도 나왔다.  
▶스티븐 웡 말레이시아 국제전략연구소 부소장=“트럼프 대통령이 또 다시 (군사적 선택을 포함한)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올라와 있다고 했다. 그럼 한국은 어떤 메시지를 동남아시아와 전 세계에 보내고 있나. 백악관의 입장과 비교하면 한국은 한반도 문제에 대해 이분적인 생각(대화와 제재 병행)도 보이는데 문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한반도의 새 전략이 무엇인지 공개해야 한다.”
▶이재현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매년 열리는 아세안 관련 외교장관회의에서 의장 성명서에 정치·경제 문제 뿐 아니라 북한 문제까지 담아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투 트랙(대화와 제재) 정책으로 노력 중인데 북한과 외교관계를 갖고 있는 아세안을 통해 대화 창구를 열 수도 있을 것이다.”
 
30일 열린 '한-아세안 관계조망 국제회의'에서 참석자들의 발표와 토론 모습. 김경록 기자

30일 열린 '한-아세안 관계조망 국제회의'에서 참석자들의 발표와 토론 모습. 김경록 기자

현재 아세안 10개국의 전체 인구는 중국·인도에 이어 세계 3위(6억4000만명), 국내총생산(GDP)은 세계 6위(2조 6000억 달러)다. 아세안은 한국에게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무역 규모가 큰 지역이다. 옹 켕 용 전 아세안 사무총장은 “그간 자유무역협정(FTA)이 상품 교역에 집중하고 있는데 미래에는 서비스 교류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에 맞서 한국이 아세안의 인프라 조성에 참여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논의도 뜨거웠다.

▶스티븐 웡 부소장=“한국이 운송이나 철로 건설 등에 참여할 예정이라면 인프라 건설부터 재정 조달까지 완전히 패키지로 한 번에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중국은 항구 건설에 투자뿐 아니라, 산업단지를 옮기는 것까지 맡고 있다. 항구의 경제성이 유지되려면 거기에 정주하는 기업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충열 고려대 교수=“중국·일본과 비교하면 한국의 투자 규모는 작을 수밖에 없다. 대신 정보통신기술(ICT)나 디지털 분야에서 한국이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관광ㆍ교육ㆍ결혼ㆍ이주 등을 통한 사회ㆍ문화적 협력에 대해서도 열띤 토론이 오갔다. 모에 투자르 싱가포르 동남아시아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한국의 드라마, 음식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데 이것이 한국에 대한 긍적적 이미지를 심어주고, 인적 교류의 중요한 힘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박유미 기자 yumi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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