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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로 시작해 위기로 끝난 한반도의 8월...다음 수순은?

지난달 두 차례에 걸친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 발사로 인해 위기설로 시작된 한반도의 8월이 또다른 차원의 위기 국면에서 마무리되고 있다. 일본 상공을 지나간 29일 북한의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 발사를 국제사회는 이전과는 다른 수준의 위협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안보리, 역대 네번째 北 규탄 '의장 성명'..."상황 인식 심각"
추가 제재 향해 달려가는 한·미·일 "北 불법 허용 안할 것"
중·러는 시큰둥...北 비판하면서도 "사드, 한·미 훈련 반대"
전문가 "中, 北 코너로 모는 추가조치엔 신중한 '관리모드'"

우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발빠르게 움직였다. 한·미·일의 요청으로 29일 오후 긴급 소집된 안보리는 4시간 가까운 비공개 회의의 결과물로 북한을 규탄하는 의장 성명을 발표했다. 중국과 러시아를 포함한 15개 이사국이 만장일치로 찬성했다.  
 
성명은 북한의 화성-12형 발사에 대해 “역내의 평화와 안정을 해치고 세계의 안보 우려를 증가시키는 너무나도 충격적인(outrageous) 행동”이라고 규정한 뒤 “강하게 비판한다”고 밝혔다. “완전히 비판”, “심각한 우려 표명” 등의 강력한 표현이 수차례 반복됐다.  
 
의장 성명은 안보리가 통상 채택하는 ‘언론 발표문’보다 한 단계 격이 높다. 북한의 도발에 대해 안보리가 의장 성명을 채택한 것은 이번을 포함해 네번밖에 되지 않는다. 1차 핵실험(2006년 10월)과 장거리 로켓 은하 2호(2009년 4월) 및 은하 3호(2012년 4월) 발사 때만 의장 성명이 나왔다. 정부 당국자는 “언론 발표가 아니라 의장 성명이 나온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안보리가 북한의 이번 도발을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더 심각한 수준의 위협으로 인식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추가 제재 결의를 채택할 지에 대한 내용은 성명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미·일과 중·러 간 입장이 엇갈린다.  
 
니키 헤일리 주유엔 미 대사는 언론 성명 채택 뒤 회의 발언에서 “이제 북한 정권이 스스로를 어떤 위험에 몰아넣고 있는지 깨달을 때”라며 “미국은 그들이 불법을 계속 저지르도록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벳쇼 고로(別所浩郞) 주유엔 일본 대사는 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향후 조치에 대해 묻자 “이제 논의를 시작했고 결과를 예단할 수 없지만 강력한 결의가 도출될 것으로 확실히 기대하고 있다”고 답했다. 외교가 소식통은 “추가 제재 요소는 이미 다 나와 있는 상황이고 이를 어떻게, 어느 정도로 새 제재에 적용할 지에 대한 협의가 미국과 일본 중심으로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니키 헤일리 주유엔 미국 대사가 29일(현지시간) 안보리 긴급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유엔웹티비 캡쳐]

니키 헤일리 주유엔 미국 대사가 29일(현지시간) 안보리 긴급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유엔웹티비 캡쳐]

 
중국은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류제이(劉結一) 주유엔 중국 대사는 회의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고 지적하면서도 “최근 채택한 안보리 결의 2371호는 더 많은 대북 제재 조치를 담고 있으며, 6자회담 재개와 평화적이고 외교적이고 정치적인 해결 필요성을 명시하고 있다. 각국은 이를 준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추가 제재보다는 기존 제재의 이행에 방점을 찍은 것이다.  
 
류 대사는 3분 14초 동안 발언하면서 북한에 대한 비판에는 41초만 할애했다. 나머지 시간은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중단 촉구와 한반도 군사력 증강 반대, 쌍중단 제안의 긍정적 고려 촉구 등에 썼다. 바실리 네벤쟈 주유엔 러시아 대사도 “제재와 압박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며, 지금까지 이런 방법들을 썼지만 북한이 협상으로 복귀하도록 하는 데 성공하지 못했다”며 사드 배치 중단과 한·미 연합훈련 규모 축소를 주장했다.
류제이 주유엔 중국 대사가 29일(현지시간) 안보리 긴급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유엔웹티비 캡쳐]

류제이 주유엔 중국 대사가 29일(현지시간) 안보리 긴급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유엔웹티비 캡쳐]

 
이정남 고려대 중국연구센터장은 “중국으로서는 가을 당대회를 앞두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의 국내외적 지위를 공고히 할 필요성이 있다. 일정 부분 국제사회의 제재 국면에 공조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으로 비난을 피하면서도, 북한을 극한 상황으로 몰아갈 수 있는 추가적인 제재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은 미·일과 한편에 서는 분위기다. 문재인 대통령은 30일 오전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통화하며 보다 구체적이고 효과적인 대북 대책이 담긴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안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또 “이 과정에서 한·미·일이 논의를 주도하면서 중국과 러시아의 협력을 얻기 위해 공동으로 노력하기로 했다”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북한에 대한 압력을 극한까지 높여 북한이 스스로 먼저 대화의 장으로 나오게 해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 했다”고 소개했다. 이와 관련, 청와대 관계자는 “2371호에서 원유 공급 중단, 섬유 제품의 금수 등이 빠진 것이 아쉬운 부분으로 평가됐는데, 이런 부분이 새로운 제재 결의안 추진에서 반영될 지 여부가 관심사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추가 제재 요소는 중국 측이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성현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중국은 대북 원유 공급 중단은 오히려 북한을 자극해 문제를 더 키울 것이라고 보고 있으며, 미국과의 경쟁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북한마저 중국에 등을 돌리게 하는 것은 국익에 부합하지 않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군사훈련을 하는 한·미에도 책임이 있다는 양비론으로 물타기를 하면서 ‘관리 모드’로 갈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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