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무슬림 200만 몰린 메카… 사우디 '순례의 정치학'

지난 2009년 하지 (메카 성지순례 ) 기간 중인 11월 27일 메카 인근 미나평원에 모인 순례자들이 악마를 상징하는 돌기둥에 돌을 던져 자신의 죄를 용서받는 의식을 치르고 있다. [ 메카 AP = 연합뉴스 ]

지난 2009년 하지 (메카 성지순례 ) 기간 중인 11월 27일 메카 인근 미나평원에 모인 순례자들이 악마를 상징하는 돌기둥에 돌을 던져 자신의 죄를 용서받는 의식을 치르고 있다. [ 메카 AP = 연합뉴스 ]

 전 세계 18억 무슬림의 최대 연례 종교행사 하지(Hajj·성지 순례)가 30일(현지시간·이슬람력 12월 8일) 시작돼 다음달 4일까지 진행된다. 하지는 이슬람교의 선지자 무함마드(모하메트)가 태어난 메카와 묘가 있는 메디나를 참배하는 순례다. 이들 성지는 1920년대 오스만투르크 제국 패망 이래 사우디아라비아의 영토에 속해 있다. 사우디 종교부는 올해 순례객이 국내인 50여만명을 포함해 총 200만명이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연례 최대 성지 참배에 전세계 18억 무슬림 들썩
'일생에 한번 의무 순례' 사우디 비자 발급에 달려

시리아·카타르 등에 순례 허용 놓고 '기싸움'
앙숙 이란, 지난해 참가 거부 올해는 8만 세몰이

하지는 이슬람교 5대 의무 중 하나로 모든 무슬림은 국적에 관계없이 일생에 한번은 이를 행해야 한다(나머지 의무 넷은 신조 암송, 하루 5회 기도, 구제, 라마단 금식). 순례하려는 신도는 많고 연중 수용 인원은 제한되다보니 사우디는 하지 참석용 비자를 각국의 무슬림 수에 맞춰 비례 발급해 왔다. 무슬림 인구가 2억명(전체 2억6000만 명의 약 76%)에 이르는 인도네시아가 올해 22만1000장을 받았고 파키스탄과 인도가 각각 17만여장으로 뒤를 이었다. 수니파 종주국인 사우디와 앙숙인 시아파 맹주 이란도 올해 8만6500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메카로 모이는 무슬림

메카로 모이는 무슬림

사우디아라비아 메카위치

사우디아라비아 메카위치

두 성지를 관할하는 권리는 오스만제국 때부터 중동권에서 강력한 ‘소프트파워’로 통했다. 사우디 왕실·정부가 전 세계 이슬람국가에 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배경 중 하나가 ‘성지 관할 권한’ 이라는 시각도 있다. 근 100년 간 사우디는 하지를 정치 중립적으로 관리해왔지만 최근 중동 내 지역 갈등이 심화하면서 이런 원칙이 깨지는 분위기라고 AP통신이 최근 보도했다. 대표적인 게 시리아와 카타르 출신에 대한 입국 허용 문제다.
 
사우디는 시아파 종파인 알라위에 속한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과 관계가 좋지 않았다. 시리아 내전 발생 이후인 2012년부턴 아예 시리아에 하지 참가용 비자를 발급해주지 않고 있다. 참가를 원한다면 시리아 반군단체인 시리아국가연합(SNC) 휘하의 시리아 고위 하지위원회를 통해 제3국에서 비자를 받도록 했다. 알아사드 정부 입장에선 일종의 주권 부정에 해당하는 수모다.
 
하지

하지

최근 단교 사태로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카타르와는 더욱 복잡하다. 사우디는 지난 6월 이란과의 절연 등을 요구하며 카타르와 단교한 뒤로 항공기 취항을 금지하고 육로 통행도 불허했다. 하지만 하지 참배객을 배려하겠다면서 지난 17일 육로를 일부 개방하고 도하(카타르)-제다(사우디) 간 임시 항공편도 편성했다.  
 
사우디의 전향적 조치에 카타르는 공식적으론 환영하면서도 “(하지를) 정치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을 삼가해 달라”고 덧붙였다. AP통신에 따르면 이런 떨떠름한 반응은 사우디가 이번 조치 때 물밑 접촉한 카타르 측 인사 때문이다. 카타르 왕권 다툼에서 밀려나 해외에 거주 중인 왕족 셰이크 압둘라 알타니를 대화 창구로 삼은 것 자체가 “사우디의 명백한 정치선전”(카타르의 조지타운대 분교 거드 논네만 교수·국제관계중동학)이라는 것이다. 
 
하지의 정치학을 반대편에서 활용하는 국가는 이란이다. 2015년 하지 도중 대규모 압사 사고로 2400여명이 사망한 ‘미나 참사’ 때 이란 순례객도 464명 희생당했다. 이란은 사우디 행사 조직위를 맹비난하는 한편 “사우디가 아니라 제3의 독립기구가 하지를 관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관계가 악화한 양국은 지난해 1월 단교했고 이란은 그해 하지 참석도 불허했다.
지난 2006 1월 이슬람 성지순례자들이 사우디아라비아 메카 그랜드모스크에서 검은색 카바신전을 향해 동심원을 만들고 고별예배를 올리고있다. [메카 AP=연합뉴스]

지난 2006 1월 이슬람 성지순례자들이 사우디아라비아 메카 그랜드모스크에서 검은색 카바신전을 향해 동심원을 만들고 고별예배를 올리고있다. [메카 AP=연합뉴스]

 
올해 이란은 순례객을 보내면서도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명의로 “하지는 무슬림이 자신의 믿음을 표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독려했다. 평범한 메시지처럼 들리지만 이란이 하지를 정치적 갈등에 활용해온 것을 볼 때 1987년 사태와 연결하는 시각도 있다(영국 기반의 중동 온라인 매체 ‘미들 이스트 아이’). 당시 이란 순례객들은 그랜드 모스크 옆에서 반미·반이스라엘 구호를 외치다가 사우디 보안군의 유혈진압으로 약 400명이 숨졌고 양국 관계는 책임 공방 속에 더욱 악화됐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