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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대사 내정 빅터 차의 등장은 어떤 변화 몰고 올까

지난 6월 26일 서울에서 열린 중앙일보-CSIS 포럼에서 빅터 차 CSIS 한국석좌가 발언하고 있다.

지난 6월 26일 서울에서 열린 중앙일보-CSIS 포럼에서 빅터 차 CSIS 한국석좌가 발언하고 있다.

영국 로이터통신은 29일(현지시간) 미 정부 관계자들을 인용,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빅터 차 조지타운대 교수(57)를 차기 주한 미 대사로 임명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빅터 차는 이날 통지 여부를 묻는 질문에 "아무 것도 확인해 줄 수 없다. 인터뷰를 허락받지 않았다"며 시종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다만 외교가 소식통은 "이미 연방수사국(FBI)의 신원 검증 절차가 끝났고 공식 발표만 남긴 상태"라고 전했다. 한국계 미국인 주미대사는 성 김(57·2011.11~2014.10 재임) 대사(현 필리핀 대사)이후 두 번째다. 이로서 트럼프 정권 출범 이후 공석으로 있던 주한 미 대사 자리가 7개월 여만에 채워지게 됐다. 그동안은 마크 내퍼 부대사가 대사대행을 맡아왔다. 

성 김 이어 두번째 한국계 주한 미국대사
강경 '매파'로 우리 정부와 노선 갈등 가능성
동아시아 군사력 감축 주장, 주한미군 철수론 주목
합리적 성품에 '매파 협상주의자일 뿐'이란 평가도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한국석좌도 맡고 있는 빅터 차는 지난 6월 같은 CSIS의 이사회 멤버이기도 한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의 추천으로 주한대사 후보로 물망에 올랐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 초 난맥상으로 차일피일 지명이 미뤄져 왔고 그 배후에 틸러슨을 견제하는 스티브 배넌 백악관 수석전략가의 이름이 거론되기도 했다. 하지만 배넌이 지난 18일 전격 경질되고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이어지며 대북 대응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면서 빅터 차의 주한대사 내정이 속도를 내게 됐다.
"한국을 잘 아는, 올 사람이 오게 됐다"고 반기는 목소리가 있는 반면 " (오바마 대통령과 절친했던)전임 마크 리퍼트처럼 대통령과 핫라인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급이 높은 것도 아니고, 한국 정부와 코드가 맞는 것도 아니다"란 비판도 나온다.  
지난 6월30일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문재인 대통령의 방미에 맞춰 준비한 전문가 초청 만찬에서 빅터 차 한국석좌(왼쪽)가 콜린 파월 전 국무장관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지난 6월30일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문재인 대통령의 방미에 맞춰 준비한 전문가 초청 만찬에서 빅터 차 한국석좌(왼쪽)가 콜린 파월 전 국무장관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빅터 차는 한국전쟁 후 미국으로 이주한 한국인 부모 사이에서 1959년 출생했고, 83년 컬럼비아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철학·정치학·경제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은 뒤 모교인 컬럼비아대에서 한일 관계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경기고 49회 출신인 선친 차문영 씨는 뉴욕에서 동양 램프 등 문화상품 사업을 벌였고 고교 동기로는 이회창·이홍구 씨 등이 있다. 
2004년까지 조지타운대에서 교편을 잡던 빅터 차는 같은 해 12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으로 발탁돼 조지 W 부시 정권의 아시아 외교정책을 보좌했다. 북한과 중국에 대한 강경한 압박정책을 주장하며 워싱턴 외교가에선 '매파'로 분류된다. 지난해 대선 때 같은 CSIS의 마이클 그린 부소장 등 공화당 성향 외교안보 전문가들이 대거 트럼프에 반대하는 성명에 이름을 올렸지만 차 교수는 중립을 지켰다. 워싱턴 외교가에선 "대다수 동북아 전문가들이 트럼프 반대파로 이름을 올리는 바람에 인재 풀에 한계가 있었다"며 "남은 이 중 빅터 차가 한국과의 인연과 정책을 다뤄 본 경험 면에서 인정을 받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빅터 차의 주한대사 내정을 두곤 상반된 두갈래의 분석이 있다.
첫째는 우리 정부의 '대북 대화 노선'과 성향과 코드가 크게 달라 우려된다는 시각이다. 그의 기본적 사고는 '세컨더리 보이콧(북한을 돕는 제3국 기업들을 압박, 제재)', 중국의 대북 원유공급 중단, 테러지원국 재지정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북한의 목을 조여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한·미의 공조가 흔들려선 안 된다는 주장을 편다. 실제 빅터 차는 지난 6월말 서울에서 열린 중앙일보-CSIS 포럼에서 한미 양국이 건너선 안 되는 4개의 '레드라인'을 규정하기도 했다. 그는 "첫째 레드라인은 일방적인 행동을 양쪽 모두 취해선 안 된다는 것. 둘째 레드라인은 지금 갖춰져 있는 (대북) 제재를 위반하는 무조건적 대북 지원은 있어선 안 된다는 것. 셋째 레드라인은 북한에 당근을 주더라도 한국의 국방을 저해하거나 미국의 한반도 방어를 저해하는 당근을 줘서는 안 된다는 것, 그리고 마지막 넷째 레드라인은 한미동맹은 북한 위협을 다루는데 있어 중요하며 한미동맹이 북한 위협의 원인이 아니라는 점을 한미 모두 되새기고 기억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4일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시험발사하자 "CSIS자체 분석자료는 대북 포용정책이 북한의 미사일과 핵실험을 중단시키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또 최근 미국이 중국·러시아 등의 16개 기업·개인에 대한 독자제재를 발표하자 "이번 액션은 한국·일본·유럽 등의 동맹과 함께 해야 효과적"이라며 독자제재에 미온적인 한국을 간접 겨냥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당장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접근법과 충돌할 공산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빅터 차는 또 한국이 중국에 지나치게 유연하다는 주장도 거리낌없이 내놓고 있다. 그는 포럼에서 "(한국이) 북한의 위협과 중국의 압박 때문에 한미동맹을 약화함으로써 중국을 달래려고 하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며 "그런 접근 방식은 (하위개념인) 전술적으로 매력적일 수 있지만 (상위개념인) 전략적으로는 잘못된 것이란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3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중앙일보-CSIS 포럼 2016'에서 사회를 보고 있는 빅터 차 한국석좌(가장 왼쪽).

지난해 3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중앙일보-CSIS 포럼 2016'에서 사회를 보고 있는 빅터 차 한국석좌(가장 왼쪽).

그는 지난달 7일 워싱턴포스트에 기고한 글에선 "빌 클린턴과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미국은 비핵화의 대가로 북한에 5억달러를 썼고, 일본과 한국도 공정한 몫을 지불했다"며 "하지만 중국은 소소한 금액만 지불하고선 광물 수입 등 북한과의 무역거래에 따른 이익을 봤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 북핵 해결에는 미국이 아니라 중국이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 중단의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동아시아에서 군사력을 감축해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주한미군 철수론'과 맞물려 주목된다.
하지만 빅터 차의 성품이 합리적이고 조용한데다 행정부 내에 들어가면 자기 목소리를 크게 내지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많다. 특히 그가 인센티브(당근) 자체를 부정하지 않는 이른바 '매파 협상론자'인데다, 2007년 4월 NSC보좌관 자격으로 방북해 김계관 당시 외교부 차관(부상)을 통해 미 정부의 메시지를 평양에 전달한 경력을 들어 현실주의 노선을 택할 것이란 낙관론도 있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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