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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주민 여가생활...춤 교습 받고 마이크로SD칩으로 한국 드라마 보고

지난달 21일 평양 문수물놀이장을 찾은 근로자와 청소년들이 물놀이를 하며 휴식을 즐기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지난달 21일 평양 문수물놀이장을 찾은 근로자와 청소년들이 물놀이를 하며 휴식을 즐기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찜질방에서 쉬다 휴대폰으로 드라마를 보고, 춤을 잘 추기 위해 교습까지 받는다.’
 

KDI 북한경제리뷰 8월호 ‘북한주민의 여가생활’
찜질방, 수영장 합친 복합위락시설 급속히 증가
공개 장소에서 춤 추며 연인 데이트 문화도 대담
태양광으로 자체 충전해 전자기기 활발히 사용

최근 북한 주민들의 일상적인 여가 생활 모습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간하는 KDI 북한경제리뷰 8월호에서 조정아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 주민의 여가생활’이란 제목의 논문을 게재했다. 논문에서 조 연구위원은 북한을 이탈한 주민들을 심층 면접한 자료를 활용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집권 이후 북한 주민의 여가생활을 소개했다.
 
논문에 따르면 북한에선 2000년대 이후 시장화가 이뤄지면서 상당한 부를 축적한 계층이 생겨났다. 이에 따라 평양에서는 확충된 문화시설을 활용해 여가를 즐기는 주민들이 늘어났다. 유명 유원지마다 사람들이 줄을 서 있고 암표 장사도 성행한다. 야유회나 여행 등 여가를 함께 즐기는 사적 모임도 생겨나고 있다. 모임 구성원은 친분 관계보다는 주로 “장사와 연결되어” 있거나 “이해관계를 같이하는 사람”인 경우가 많다. 비공식적인 개인 경제활동이 활성화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평양 주민들은 최근 복합위락시설을 많이 이용한다고 한다. 수영장과 목욕탕, 찜질방, 헬스장, 식당 및 상점 등을 한 건물에 모두 모아 놓은 시설이다. 논문에 소개 된 한 20대 탈북민은 이에 대해 “목욕탕에서 수영장으로 바로 내려갈 수 있게 돼 있다”며 “목욕을 한 뒤 돈 더 내면 다 씻고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밑에 내려가서 수영도 하다가 배고프면 그때 카운터에서 컵라면이라든지 빵 등을 먹는다”고 말했다.
 
공개적인 장소에선 ‘춤판’이 활성화 되고 있다. 조 연구위원은 “최근 국경지역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춤바람’은 국가적 강제에 의한 것이 아니라 춤을 즐기는 주민들에 의해 자발적으로 이루어지는 것” 이라며 “1990년대 후반에 중국을 통해 녹음기가 대거 들어오면서부터 시작됐다”고 살명했다. 양강도 혜산시의 예를 보면, 주로 나이가 든 중년, 노년층이 수십 명씩 휴일 경치 좋은 곳에 모여 증폭기를 연결해 음악을 크게 틀어 놓고 남녀가 같이 어울려 춤을 춘다고 한다. 이에 혜산시에서는 개인교사에게서 춤을 배우는 춤교습도 유행하고 있다.  
 
북한 젊은층의 여가생활 변화도 두드러진다. 과거 문화적 공간이 부족한 상황에서 이들이 모일 수 있는 공간은 집밖에 없었다. 하지만 최근엔 놀이공간이 다양해지고 있다. 2000년대 이후 시장화가 진행되면서 개인 자본이 투자된 영리 목적의 문화위락 시설, 편의시설이 도시지역을 중심으로 번성했기 때문이다. 연인과의 데이트 문화도 과감해지고 있다. 생활형편이 좋아지고 (남한)드라마 유입 등이 이유다.
 
실제로 다니엘 튜더 전 이코노미스트 한국 특파원과 제임스 피어슨 로이터통신 한국 특파원이 최근 발간한 책에서 북한 연인의 생활상을 소개했다. 책에선 북한 커플은 사랑을 나눌 곳이 마땅치 않기에 일반 가정집을 빌린다고 소개한다. 커플이 와서 문을 두드리고 약간의 돈을 건네면 집주인은 커플에게 집을 잠시 내준다고 한다.
평양 문수물놀이장을 찾은 근로자와 청소년들이 물놀이를 하며 휴식을 즐기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평양 문수물놀이장을 찾은 근로자와 청소년들이 물놀이를 하며 휴식을 즐기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디지털 기기도 북한 여가생활의 핵심이다. 주로애용 되는 것은 12볼트용 액정TV, EVD 플레이어의 일종인 ‘노트텔’, 음향증폭기 휴대전화 등이다. 한국 드라마 등을 보는 저장장치의 변화도 크다. VCR과 CD는 부피도 클 뿐 아니라 북한당국의 영상물 시청 단속 시 적발이 쉬워 요즘은 잘 쓰지 않는다. 2000년대 후반부터는 USB를 주로 사용하고, 최근엔 마이크로 SD칩까지 사용한다고 한다.
 
특히 휴대전화 보급은 노트텔이나 컴퓨터와 같은 기존의 영상기기의 기능에 이동성이라는 혁신적인 기능을 부과했다. 어디서든 마이크로SD칩에 영상을 담아 휴대폰으로 한국 드라마 등 외부 영상을 쉽게 볼 수 있게 됐다. 전자기기 확산은 태양광 충전기 때문에 가능했다. 전력난으로 인해 가정용 전기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북한에선 태양광 발전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북한 주민들은 집집마다 ‘태양빛판’을 설치하여 자체적으로 가전 기기를 구동시키고 있다.
 
다만 김정은 집권 이후 통제가 강화됐다. 2013년 부터 북한당국은 휴대전화에 ‘트레이스뷰어’(Trace Viewer)라는 검색 내역을 수집하고 주기적으로 스크린 샷을 찍는 프로그램을 탑재하고 삭제할 수 없도록 했다. 이로써 사용자들이 SD카드를 제거한 이후에도 무엇을 했는지를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조 연구위원은 “김정은 집권 이후 평양시와 지방 대도시를 중심으로 도시 정비와 문화시설 확충 정책이 전개되고, 서비스업 부문에 개인투자 확대로 다양한 문화·위락 시설이 운영됐다”며 “이는 경제적 능력이 있는 계층의 여가생활에 대한 새로운 수요를 일정 정도 흡수하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북중 접경지역을 통해 유입된 휴대전화, USB 등 저장매체, 노트텔과 액정TV, 태양광충전기가 외부 사회 문화생산물과 결합하고 있다” 며 “이는 물리적으로 외부로부터 차단된 듯 보이는 북한주민들이 경계를 넘어서서 외부와 타인의 경험을 접할 수 있는 강력한 힘”이라고 평가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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