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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덕구의 NEAR 와치] 중국을 보는 한국의 본심

정덕구 NEAR재단 이사장

정덕구 NEAR재단 이사장

지금 중국을 바라보는 한국민들의 생각은 매우 혼란스럽다. 변심한 애인 같기도 하고 우리가 그동안 잘못 본 것 같기도 하다. 최근 북핵·미사일 사태에서 중국의 처신을 바라보는 한국민들의 심정은 말리는 시누이에 대한 야릇한 반감 같은 것이었다. 중국은 한반도에 두 개의 한국 정책을 고수하는 가운데 이중적 태도를 견지해왔다. 이러한 중국의 이중성 앞에서 한국은 막연한 기대감을 갖고 매달리듯 구애했다. 이렇게 중국을 향한 우리의 잘못 계산된 구애와 밀착이 지금 우리에게 깊은 상실감과 냉혹한 대가를 치르게 하는 것이다.
 

중국식 정체성 외교시대, 국력 팽창이 미중·한중 관계 기울기 바꿔놔
중국과 가치의 거리 좁히고 기술격차 벌리며 바라보는 시선 같이해야

박근혜 대통령 취임 후 중국은 대한국 유화정책을 본격적으로 가동하기 시작했다. 국빈 방중에서 박 대통령은 중국의 최상급 환대를 받고 흐뭇해했다. 그리고 공을 쌓아놓으면 후일 불리할 때 화를 면하게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가입,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을 밀어붙이고 천안문 망루에서 시진핑 국가주석, 푸틴 대통령과 함께 전승기념 열병식을 참관했다. 이때가 한·중 관계의 최전성기였을 것이다.
 
그러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결정 이후 박 대통령의 공든 탑은 중국의 감성적 대응과 중국식 국익 계산 방식 앞에서 일시에 허물어지고 말았다. 시진핑 주석은 국제사회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갈등 문제를 경제보복 조치로 연결시켰다. 전통적으로 중국은 그들의 영토·국민, 그리고 주권을 지켜나가는 데 철저히 중국식으로 대응한다. 그 방식은 힘의 논리와 자기중심적 이익 계산 방식이 중심축을 이룬다.
 
5년 전 발간한 『한국을 보는 중국의 본심』에서도 썼듯이 중국은 한국을 바라볼 때 뒤에 있는 미국을 먼저 본다. 중국이 미국의 맹방인 한국을 만만하게 보지 못하는 이유다. 그러나 최근 들어 중국은 국내 정치와 대외 전략이 긴밀하게 맞물리면서 이제는 미국이 만든 국제질서에 순종하는 것을 거부하고 정체성의 외교를 본격화하고 있다. 그리고 미·중 간에는 협력과 충돌이 반복되고 중국은 한반도에 대한 새로운 국익 계산을 마무리하고 있다. 지난 사반세기 동안 중국의 국력이 급팽창했고 그것이 미·중 관계, 한·중 관계의 기울기를 바꿔놓은 것이다.
 
[일러스트=김회룡]

[일러스트=김회룡]

지금 한·중 수교 25주년을 맞는 우리의 심정은 착잡함 바로 그것이다. 중국은 그동안 축적해 온 한·중 간 쌍방 관계를 감성적 일방주의로 일거에 훼손하는 우를 범했다. 이것은 한국민의 가슴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한·중 관계가 일정거리 이상 좁힐 수 없는 태생적·가치적 한계 속에 갇혀 있는 것 아닐까 생각하며 무력감마저 든다. 그리고 우리는 그동안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핵심 권력과 은밀히 소통하는 중국식 소통의 길을 열지 못하는 한계를 드러냈다.
 
특히 경제보복과 관련해 양국 모두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이고 양국 간 FTA와 투자보장협정이 발효 중이지만 그 협정 내부에 확립돼 있는 분쟁 해결장치는 작동되지 못했다. 더욱이 중국에 사실상 볼모처럼 잡혀 있는 한국 기업들의 미래가 불안정하고 유사 사태의 재발 방지 대책은 말도 꺼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문제를 해결해야 진정한 ‘나라다운 나라’가 될 것이다.
 
이번 사드 사태는 한국에 중국을 아는 중요한 학습 기회가 됐다. 과연 중국은 한국에 무엇이고 한국은 중국에 어떤 나라인가? 결론부터 말해 우리에게 중국은 숙명이다. 과거 역사로 보나 작금의 현실에 비춰볼 때 중국은 우리의 생존과 통일에 지대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 그러나 그들과 멀리하면 기회를 잃고 그들과 너무 밀착하면 복속될 우려가 있는 애매한 관계다. 그리고 한국은 상위 중견국가로서 중국의 미래를 보여주는 나침반이며 중국과 높은 보완적 생존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중국은 관습적 복속의식을 버리고 한국을 존중해야 한다. 앞으로 중국은 세계 리더 국가로서 포용력과 품격을 갖추고 중국 방식을 국제적 공준에 맞춰나가며 주변 국가와의 우호적 관계를 중시하기 바란다.
 
여러 가지 면에서 한·중 관계는 아직 미완성 교향곡이다. 그래도 두 나라는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한·중 관계는 새롭게 재정립돼야 한다. 한·중 사이에는 세 개의 거리가 있다. 가치의 거리, 기술의 거리, 그리고 바라보는 시선의 거리가 그것이다. 우리가 중국과의 가치의 거리는 좁혀가고 기술의 격차는 벌려야 양국의 보완적 생존 관계는 두터워진다. 그리고 세계와 한반도,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을 하나로 모으지 못하면 한·중 양국은 동상이몽(同床異夢)의 관계가 될 것이다. 앞으로 많은 인내와 세월이 필요한 문제다. 그러나 이것이 21세기 한국이 헤쳐가야 할 운명적 경로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정덕구 NEAR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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