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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건보 3조 더 들어가는데, 건보료는 1조만 올려

이달 들어 31조원대의 국민건강보험(건보) 보장성 강화 대책을 내놓은 정부가 첫 출발부터 꼬이는 모양새다. 당장 내년에만 건보에 3조4000억원을 더 투입할 예정이지만 건강보험료 인상분과 국고 지원액이 예상보다 적기 때문이다. ‘장밋빛 재정 전망’ 논란이 재차 수면 위로 떠오를 전망이다.
 

건보료 2.04% 인상 … 월 2000원 올라
건보 보장성 강화 5년간 31조 필요
인상분·국고지원액 예상보다 적어
누적적립금 21조 소진 빨라질듯
“보험료·국고지원비율 더 올려야”

보건복지부는 29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를 열고 내년도 건강보험료율을 올해보다 2.04%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2012년(2.8%) 이후 가장 높게 오른 수치다. 이에 따라 내년 월평균 보험료는 직장 가입자가 10만2242원(본인 부담), 지역 가입자 9만1786원(3월 기준)으로 각각 1966원과 1853원 증가한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런데 이는 정부가 당초 내놓은 건보료 인상 계획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복지부는 앞서 건보 누적적립금(21조원) 활용과 국고 지원 확대에다 최근 10년간(2007~2016) 평균 인상률 3.2% 이내로 건보료를 끌어올려 2022년까지 보장성 강화에 투입되는 31조원을 조달하겠다고 밝혔다. 박능후 복지부 장관도 28일 기자간담회에서 “적립금 (절반인) 11조원을 쓰고, 국고부담금을 매년 증액하며, 연 3.2% 이내로 건보료를 올린다면 재원 달성이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3%대 인상이 무산되면서 계획이 어그러졌다. 이날 건정심에선 2차 투표까지 이어진 끝에 2.04% 인상안이 11표로 3.05% 인상안을 한 표 차로 제쳤다. 익명을 요청한 건정심 위원은 “1차 투표에선 3.05% 인상 의견이 더 많았지만 2차에서 결과가 뒤집혔다”고 전했다.
 
건강보험료율이 1% 오르면 건보료 수입은 약 5000억원 늘어난다. 2.04% 인상으로 내년 보험료 수입은 올해보다 1조원 많아진다. 하지만 3% 인상 시(1조5000억원)와 비교하면 5000억원이 줄어든 셈이다.
 
이날 발표된 내년도 예산안에서도 ‘노란불’이 켜졌다. 복지부는 정부 예산과 건강증진기금을 합친 법정 국고 지원액이 올해 6조8764억원에서 내년 7조3050억원으로 오른다고 밝혔다. 약 4286억원(6%)이 늘어난 액수다. 당초 이보다 더 많은 금액을 예산당국에 요청했지만 목표대로 되지 않았다고 한다. 정경실 복지부 보험정책과장은 “원래 국고 지원을 계속 줄여왔는데 올해 반등한 것에 의미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9일 보장성 강화 대책을 발표하면서 “앞으로 5년간 30조6000억원이 필요하다. 그동안 쌓인 건보 누적흑자 21조원 중 절반가량을 활용하고, 나머지 부족분은 국가 재정을 통해 감당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보장성 확대가 본격화되는 내년 예산 확보부터 ‘삐끗’한 셈이다. 보험료 예상 수입액의 17%(현재 13.9%)까지 정부 지원을 단계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에도 차질이 생겼다.
 
복지부는 이날 내년 보장성 강화안도 함께 내놨다. 당초 발표했던 대로 선택진료 폐지, 2~3인실 입원 시 본인 부담 완화 등이 이뤄진다. 선천성 장애를 찾기 위한 신생아 선별검사, 고도비만 수술 치료에도 건보가 적용된다. 이를 다 합치면 3조4000억원이 더 들어가게 된다.
 
문제는 추가 투입되는 재정과 실제 확보 재원 간의 ‘격차’다. 약 2조원이 부족하다. 복지부는 이미 발표했던 것처럼 누적적립금 21조원을 활용할 계획이다.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해마다 보장성 강화를 위해 신규 재정이 투입되면서 누적 금액은 커질 수밖에 없다. 보장성 강화 계획이 마무리되는 2022년 한 해에만 지금보다 8조1441억원이 더 들어간다. 적립금 투입, 소폭의 보험료 인상과 국고 지원 확대만으로는 충당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안기종 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보장성 강화 대책을 안정적으로 추진하려면 국고 지원 비율을 17%까지 올리는 등 정부의 지원 확대가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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