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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대통령 ‘업무보고 지시’에 깨알같이 담긴 ‘최순실의 그림자’

문재인 대통령의 부처별 업무보고의 숨은코드는 ‘최순실 지우기’다. 시작은 ‘영혼 없는 공무원’에 대한 문제제기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오후 세종특별자치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산업부ㆍ환경부ㆍ국토부 핵심정책 토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오후 세종특별자치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산업부ㆍ환경부ㆍ국토부 핵심정책 토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문 대통령은 지난 22일 정부과천청사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ㆍ방송통신위원회 업무보고에서 “공직자는 국민과 함께 깨어 있는 존재가 돼야지, 정권 뜻에 맞추는 영혼 없는 공직자가 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공직자는 정권에 충성하는 사람이 아니다”라는 말도 했다. 박근혜 정부 때 이뤄진 ‘문화계 블랙리스트’ 등 국정농단에 대해 공직자들이 협조한 사실을 지적한 말이다.
 
문 대통령의 문제제기는 각 부처별 ‘맞춤형’으로 전개됐다.
 
23일 통일부 업무보고에서는 “주요 정책 결정에 통일부가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며 “엄동설한에도 봄은 반드시 오는 것이므로 봄이 왔을 때 씨를 잘 뿌릴 수 있도록 착실히 준비해 달라”고 주문했다. 통일부의 역할이 줄어든 결정적 계기는 2016년 2월 ‘개성공단 폐쇄’다. 문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박근혜 정부 당시 통일부가 제 역할을 못하고 침체되기 시작한 점을 감안해 통일부가 일신해 달라고 당부한 발언이라고 청와대 관계자는 전했다.  
 
25일 기획재정부 등에 대한 업무보고에선 “불공정이란 적폐를 걷어내고 공정이 뿌리내리는 경제를 만드는 기수가 돼 주시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역시 국정농단 사건의 ‘돈줄’이 됐던 대기업의 대규모 출연금 문제를 지적한 말로 풀이된다.
 
최순실 씨가 25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중앙포토]

최순실 씨가 25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중앙포토]

문 대통령의 ‘최순실 지우기’는 28일 국방부와 국가보훈처에 대한 업무보고에서 정점을 찍었다. 문 대통령은 “그 많은 돈(국방비)을 갖고 뭘 했는지 근본적인 의문이 든다”며 국방부를 질타했다. 그러면서 “방산비리의 실제 압도적 비리 액수는 해외 무기 도입 과정에서 비롯됐다”며 “무기 획득 절차에 관여하는 분들에 대해서는 신고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순실과 무기 로비스트로 알려진 린다김의 연루설이 끊임없이 제기돼 온 상황에서 나온 지시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기각 촉구 집회에 참석한 군복 차림의 참가자. [중앙포토]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기각 촉구 집회에 참석한 군복 차림의 참가자. [중앙포토]

문 대통령은 이어 “군장성 출신이나 재향군인회나 보훈단체 등이 정치적 중립성을 잃고 편향된 모습을 보여 사회적 존경을 잃어버린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지원을 받고 활동했던 보수단체 중 상당수에 군 출신 인사가 관여했다는 점을 지적한 말이다. 문 대통령은 연이어 열린 법무부 업무보고에서는 “고위공직자 비리 수사처 신설을 빠른 시일 내에 이루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정농단 사건의 발단이 된 측근비리에 대한 제도적 개선책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29일 “업무보고 발언에는 문 대통령의 핵심 메시지가 담겼다”며 “적폐청산과 관련된 언급은 문 대통령이 직접 다듬었다고 봐도 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산업통상자원부ㆍ환경부ㆍ국토교통부에 대한 이날 업무보고에서는 “물관리는 공급자 중심이 아니라 수요자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 4대강 사업의 후유증을 보면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이명박 정부 때의 사업까지 언급했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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