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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대 투혼' 불사를 축구대표팀 에이스 손흥민

28일 파주 대표팀트레이닝센터에서 훈련하는 손흥민(오른쪽). 오른손에 붕대가 감겨있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28일 파주 대표팀트레이닝센터에서 훈련하는 손흥민(오른쪽). 오른손에 붕대가 감겨있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투혼(鬪魂). 2006년부터 10년간 한국 축구대표팀 유니폼에 새겨져 있던 단어다. 승리를 위해 몸을 던졌던 태극전사들의 투혼은 한국 축구의 상징이었다. 이제 한국 축구대표팀 '에이스' 손흥민(24·토트넘)이 투혼을 발휘해야 할 순간이다. 31일 오후 9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9차전(JTBC 생중계) 이란전 얘기다.
 
A조 2위 한국(4승 1무 3패·승점 13)은 본선행을 이미 확정한 이란(6승 2무·승점 20)을 꼭 이겨야 한다. 한국이 비기거나 진 상황에서, 같은 시각 중국과 맞붙는 3위 우즈베키스탄(4승 4패·승점 12)이 이긴다면, 한국과 우즈베크는 순위표에서 자리를 맞바꾼다. 그럴 경우 한국은 다음 달 5일 월드컵 최종예선 10차전 우즈베크전을 꼭 이겨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된다. 아시아에선 최종예선 A·B조 1·2위 팀이 월드컵 본선에 직행하고, 3위 팀끼리 플레이오프(PO)를 치른다. 손흥민은 "(팀이) 매우 중요한 상황에 놓여있다. 책임감을 느낀다. 이젠 트라우마를 떨쳐낼 때"라며 의지를 다졌다.
 
지난 6월 14일 카타르와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8차전에서 경기 도중 팔 부상을 당해 고통스러워하는 손흥민. [사진 대한축구협회]

지난 6월 14일 카타르와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8차전에서 경기 도중 팔 부상을 당해 고통스러워하는 손흥민. [사진 대한축구협회]

지난 27일 번리와의 프리미어리그 3라운드 경기에서 그라운드를 누비는 손흥민(오른쪽). [런던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27일 번리와의 프리미어리그 3라운드 경기에서 그라운드를 누비는 손흥민(오른쪽). [런던 로이터=연합뉴스]

 
 손흥민은 현재 오른팔에 붕대를 감은 상태다. 29일 대표팀 합류 후 첫 훈련 때도 붕대를 풀지 못했다. 프리미어리그 개막 후 3경기에서도 붕대를 감고 뛰었다. 물론 이란전에서도 ‘붕대투혼’을 발휘할 수밖에 없다. 그가 팔을 다친 건 6월 14일 월드컵 최종예선 8차전 카타르 원정경기 때다. 전반 30분 공중볼을 다투고 착지하다가 오른손으로 바닥을 잘못 짚었다. 아래팔뼈(팔꿈치와 손목을 잇는 뼈) 노뼈 골절 진단을 받고 수술대에 올랐다. 당초 회복까지 12주 진단을 받았지만, 서울과 런던을 오가며 재활에 매진한 끝에 부상 7주 만인 지난 3일 소속팀 훈련에 합류했다. 프리미어리그 1·2라운드에는 후반 교체 투입됐다. 그리고 27일 3라운드 번리전에선 선발로 나와 70분간 활약했다. 손흥민은 “뛰는 훈련은 많이 해 체력적으로는 문제없다. 언제든 90분 풀타임을 뛸 수 있다”며 결전의 의지를 내보였다.
 
실전을 소화할 만큼 회복됐지만, 아직 조심스럽긴 하다. 전 대한축구협회 의무분과 위원인 은승표 코리아정형외과 원장은 “보조기구는 경기 때 착용할 수 없고 일반 붕대만 허용된다. 수술했던 선수로선 붕대가 심리적인 불안감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재활을 열심히 해 큰 문제는 없지만, 부상에 대한 트라우마가 남았을 경우 플레이가 위축될 수는 있다”고 설명했다. 프리미어리그 3경기에서 특유의 시원스러운 돌파가 나오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상대 수비수와 몸싸움도 피했다. 은승표 원장은 “팔과 다리 움직임이 서로 잘 맞아야 빠른 플레이가 살아난다. 또 불안감을 극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1998년 프랑스월드컵 벨기에전에서 붕대투혼을 발휘한 이임생(왼쪽). [사진 대한축구협회]

1998년 프랑스월드컵 벨기에전에서 붕대투혼을 발휘한 이임생(왼쪽). [사진 대한축구협회]

<사진->황선홍의 대시 10일 대구에서 열린 한국 대 미국전에서 황선홍이 머리에 붕대를 감은채 미국 수비수를 제치고 대시하고 있다./특별취재단/월드/   2002.6.10(대구=연합뉴스)<저작권자 ⓒ 2002 연 합 뉴 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사진->황선홍의 대시 10일 대구에서 열린 한국 대 미국전에서 황선홍이 머리에 붕대를 감은채 미국 수비수를 제치고 대시하고 있다./특별취재단/월드/ 2002.6.10(대구=연합뉴스)<저작권자 ⓒ 2002 연 합 뉴 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2006년 독일월드컵 조별리그 스위스전에서 부상 투혼을 선보이고 있는 최진철. [중앙포토]

2006년 독일월드컵 조별리그 스위스전에서 부상 투혼을 선보이고 있는 최진철. [중앙포토]

 
한국은 월드컵 본선에서 수차례 '붕대 투혼'을 발휘했다. 붕대로 흐르는 피를 지혈한 채 투혼을 불살랐고, 이런 모습은 동료들의 투혼을 일깨웠다. 1998 프랑스월드컵 벨기에전의 이임생, 2002 한·일 월드컵 미국전의 황선홍, 2006 독일 월드컵 스위스전의 최진철 등은 머리에 붕대를 감은 채 경기를 뛰는 투지로 발휘했다. 2002년과 2006년 동료의 붕대 투혼을 보며 함께 뛰었던 이천수 JTBC 해설위원은 "피를 흘리며 투혼을 보인 형들 모습은 자극이 됐다. 붕대를 감아 불편한 몸으로 최선을 다하는 손흥민의 모습은 동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과 도움을 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시아축구연맹(AFC)은 29일 최종예선 9, 10차전에 주목할 선수로 손흥민을 꼽으며 "언제나 중추적인 존재다. 눈길을 사로잡는 기술로 기량을 발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른손에 붕대를 감고 훈련 준비하는 손흥민. 파주=양광삼 기자

오른손에 붕대를 감고 훈련 준비하는 손흥민. 파주=양광삼 기자

 
 한국이 이란과 맞붙는 바로 그 시각, 우즈베키스탄은 A조 최하위 중국(1승 3무 4패·승점 6)과 격돌한다. 한국은 중국의 선전을 기대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만약 한국과 중국이 나란히 승리할 경우엔, 남은 10차전 결과와 관계 없이 한국은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하게 된다. 소위 '도하의 기적'으로 불리는 1994 미국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때도 한국은 다른 경기 결과에 따라 월드컵 본선행을 확정했다. 당시(1993년 10월) 북한을 3-0으로 꺾은 한국은, 이라크가 후반 막판 동점골로 일본과 2-2로 비기면서 골득실차로 일본을 제치고 본선티켓을 거머쥐었다.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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