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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서 농사짓는 사람들

28일 서울 강서구 오곡동의 들판. 농로 옆으로 펼쳐친 논에는 벼가 한참 익어가고 있었다. 들만 보면 서울인지 시골인지 구분이 가지 않았다. 강한성(60)씨는 이곳에서 약 10만㎡(3만여 평의)의 논을 빌려 쌀 농사를 짓는다. 서울에서 농업을 직업으로 살아가는 8689명의 ‘서울 농부’ 중 한 명이다.
 
서울시 강서구 오곡동에서 주말 농장을 운영 중인 강한성씨. 신인섭 기자

서울시 강서구 오곡동에서 주말 농장을 운영 중인 강한성씨. 신인섭 기자

 
강씨는 인근 강서구의 아파트에 살면서 논으로 ‘출퇴근’한다. 주말에는 주말 농장을 운영한다. 이 일대 땅 값은 평당 55만원 선이지만, 그가 받는 소작료는 지방과 큰 차이가 없다고 했다. 재배한 쌀은 강서농협에서 수매를 해간다. 강씨는 ”흔히 서울에서 농사 짓는 사람들은 고가의 수입차를 타고 다닐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런 사람은 극소수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 농사꾼이 흔한 직업은 아니지만 한 해 5000만~6000만원 쯤 버는 평범한 생활인이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서울시 강서구에 위치한 '실버농장'에서 모종을 심고 있는 어르신들. [사진 서울시]

서울시 강서구에 위치한 '실버농장'에서 모종을 심고 있는 어르신들. [사진 서울시]

 
서울시에서 전업농이 경작하는 땅은 강서구와 구로구 등 12개 자치구에 걸쳐 1105ha 정도가 있다. 지난해 1140t의 쌀과 3305t의 채소류가 생산됐다. 강서구와 구로구 등 서울 서부는 쌀 농사가, 강동구과 송파구 등은 채소류 재배가 중심이다. 노원구와 중랑구는 배를 재배하는 과수원이 많은 편이다. 하지만 최근 강씨와 같은 ‘서울 농부’는 빠르게 줄고 있다. 지역 개발로 인해 일터가 하나 둘 사라지기 때문이다.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도시텃밭 '다사랑농장'에서 토마토 곁순을 제거 중인 시민들. [사진 서울시]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도시텃밭 '다사랑농장'에서 토마토 곁순을 제거 중인 시민들. [사진 서울시]

 
송광남 서울시 도시농업과장은 29일 “서울의 경우 농산물 수요는 탄탄하지만 지가 상승과 개발 바람 등으로 인해 농가는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대신 도시농업은 증가세다. 도시농업이란 전업 농부가 아닌 일반 시민들이 도시의 텃밭이나 주말농장 등에서 자신의 손으로 채소 등을 기르는 것을 말한다.
 
도시농업의 성장 속도는 시민들이 운영하는 텃밭 증가 추세에서도 확인된다. 2011년 52개소 21만5693㎡였던 서울시내 텃밭은 지난해 126개소 52만5588㎡로 2.4배나 늘었다. 2011년 5만7068명이던 도시 농업 참여자 역시 올해는 80만명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서울시는 보고 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자투리 시간과 땅으로 짓는 농사지만 도시농업도 취미로 채소를 키우는 아마추어 수준을 넘어선지 오래다. 서울 관악구청이 2015년부터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하고 있는 양봉의 경우, 처음에 10통이던 벌통이 지난해 34통으로 늘었다. 채밀량 역시 2015년 120L에서 지난해엔 351L로 3배 가까이가 됐다. 서울 전체로는 도시양봉으로 총 2166L(2016년 기준)의 꿀이 생산됐다.
 
관악구청은 이 꿀에 ‘관악산 꿀벌의 선물’이라는 브랜드를 붙여 특허청 등록을 마쳤다. 꿀은 구청 방문객 등에게 기념품으로 전달한다. 양봉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도 뜨겁다. 관악구청이 운영하는 도시양봉교실(학기당 20명)은 매번 정원의 3~4배의 지원자가 몰린다. 관악구 류래호 공원녹지과장은 ”단순 취미 뿐 아니라 은퇴 이후 본격적으로 양봉을 해보겠다는 분이 많다“며 ”앞으로 양봉 규모를 더 늘려 가겠다“고 말했다.
 
지난 5월 서울 관악구 낙성대에서 열린 채밀행사에 참여한 시민들이 직접 꿀을 채취하고 있다. [사진 관악구청]

지난 5월 서울 관악구 낙성대에서 열린 채밀행사에 참여한 시민들이 직접 꿀을 채취하고 있다. [사진 관악구청]

 
서울시도 농업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을 반영한 정책을 추진 중이다. 귀농을 희망하는 시민들에게는 농사일을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농촌 정착을 지원하고 있다. 지방 2~3곳에 서울농장을 조성해 내년부터 시범운영한다. 충북 제천시과 경북 영주시 등 5개소에 설치된 귀농교육 시설을 이용해 농촌에 머물며 실질적인 농사일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한 체류형 귀농 지원 사업도 올해부터 운영 중이다.
 
관악구 채밀행사에서 직접 기계를 만져보고 있는 어린이. [사진 관악구청]

관악구 채밀행사에서 직접 기계를 만져보고 있는 어린이. [사진 관악구청]

 
가족단위로 참여할 수 있는 도시가족 주말농부 체험도 경기 연천과 충남 논산, 전북 고창 등에서 진행 중이다. 서동록 서울시 경제진흥본부장은 “농업과 농촌에 대한 도시민들의 관심은 어느 때보다 뜨겁다. 시민의 요구에 맞춰 다양한 영농 체험을 할 수 있도록 꾸준히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친환경 농업 체험 교육에 참여중인 어린이들. [사진 서울시]

서울시가 운영하는 친환경 농업 체험 교육에 참여중인 어린이들. [사진 서울시]

 
이수기·홍지유 기자 retal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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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