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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리 장군 후손의 고해성사…"인종차별은 근본적인 죄악"

 “제 이름은 로버트 라이트 리 4세입니다. 샬러츠빌 폭력사태의 진원이었던 동상의 주인공으로 남북전쟁 당시 남부군을 이끌었던 로버트 E 리 장군의 후손입니다.”
로버트 리 장군의 후손인 로버트 라이트 리 4세.

로버트 리 장군의 후손인 로버트 라이트 리 4세.

 
지난 27일 밤(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잉글우드에서 대중음악 채널 MTV가 마련한 VMA(비디오 뮤직 어워드) 2017 행사장에 백인 남성이 무대 중앙으로 올라와 한마디 하자 일순 침묵이 흘렀다. 그 전까지 시상식장 특유의 흥겨움에 취해있던 분위기였다.
 
그런데 갑자기 로버트 리 장군의 후손이라니,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인물이었다. 쥐죽은 듯 조용한 가운데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우리가 내 선조를 백인 우월주의와 인종차별, 증오의 상징으로 만들었습니다. 목사로서, 미국의 근본적인 죄악인 인종차별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나의 도덕적 의무입니다.”
 
로버트 리 장군의 후손이 대중 앞에 나선 것도 드문 일이지만, 그 후손이 대중 앞에서 고해성사를 한 것이다. 자유분방한 차림의 참석자들이 박수를 보내며 환호했다. 진정성을 느낀 것이다.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 목사로 활동하는 리 4세는 낯선 환경을 의식한 듯 처음엔 목소리가 떨렸지만 점점 분위기를 타기 시작하더니 마지막으로 힘을 내 목소리를 높였다.
 
“흑인의 생명도 중요하다는 운동에서, 여성들의 행진에서 우리는 특별한 영감을 얻을 수 있습니다. 특히 샬러츠빌에서 신념을 위해 싸우다 숨진 헤더 헤이어에게도요.”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진 가운데 샬러츠빌 희생자의 어머니 수전 브로를 무대로 부르자, 참석자들은 기립박수로 그를 맞았다. 브로 또한 감격에 복받친 표정으로 마이크 앞에 섰다.
 
 “불과 15일 전에 내 딸 헤더가 인종차별주의에 맞서다 숨졌습니다. 내 딸이 그립지만, 오늘밤 이곳에 함께 있다는 사실을 압니다.”
샬러츠빌 희생자 헤더 헤이어의 어머니 수전 브로.

샬러츠빌 희생자 헤더 헤이어의 어머니 수전 브로.

 
숙연한 분위기 속에 브로는 비영리 장학재단을 세웠다고 발표했다. 증오에 맞선 헤더의 싸움에 좀더 많은 사람이 동참해줄 것으로 바라는 마음에 재단명도 헤더 헤이어 재단으로 지었다고 했다.
 
“헤더는 절대 혼자 행진한 것이 아닙니다. 제 딸은 이 나라에 있는 다양한 인종, 다양한 환경의 모든 이들과 함께 행진했습니다.”
 
헤더의 죽음이 끝이 아니라 시작임을 강조한 브로가 동상의 주인공인 로버트 리 장군 후손의 고해성사에 화답하면서 행사장 분위기는 클라이맥스에 다다랐다.
 
마이클 잭슨의 딸인 패리스 잭슨이 무대로 올라와 “자유가 슬로건인 이 나라에서 신나치주의자와 백인 우월주의자들에게 폭력과 증오, 차별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주자”고 힘줘 말했다.
 
뉴욕=심재우 특파원 jw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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