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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 강조하면 ‘도발’…‘청개구리’ 북한에 머쓱한 청와대

청와대가 ‘대화’를 강조한 뒤에 북한이 ‘도발’하는 양상이 반복되면서 청와대가 머쓱한 상황에 상황에 놓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이 29일 새벽 중거리탄도미사일(IRBM)급 미사일을 발사해 도발하기 전날인 지난 28일 에드 로이스 미국 하원 외무위원장 일행을 접견한 자리에서 “북한 핵의 완전한 폐기는 제재와 압박을 통해, 궁극적으로는 대화로 해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튿날 북한은 곧바로 도발을 감행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열린 합참의장 이취임식 및 전역식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사진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열린 합참의장 이취임식 및 전역식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사진 청와대]

 
이뿐만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청와대는 “북한 핵과 미사일 문제는 대화로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줄곧 유지하고 있고, 북한은 청와대의 대화 제의와 무관하게 줄곧 도발을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지난달 6일 독일 현지에서 “언제, 어디서든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과 만날 용의가 있다”며 ‘베를린 구상’을 발표한 뒤에도 북한은 지난달 28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 2차 시험 발사를 했다. 또한 지난 15일 광복절 경축사와 지난 17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통해 문 대통령이 대화를 강조한 뒤에도 지난 26일 탄도미사일을 쐈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자 청와대는 29일 ‘대화’에 방점을 찍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이날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게 북한 도발 보고를 받은 뒤 “강력한 대북 응징능력을 과시하라”며 ‘무력 시위’를 지시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 역시 이날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한에 대한 대화 제의는 당분간 접는 것이냐”는 질문에 “(대화) 제의는 (압박ㆍ제재와) 항상 동전의 양면처럼, 양날개처럼 가는 것”이라며 “그러나 (대화가 가능한) 상황을 저쪽(북한)에서 만들지 않으면 여기(우리 정부)도 대응하고 조치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작은 국면이 있고, 조금 더 큰 국면, 더 큰 국면, 완전히 큰 전략적 국면이 있는데, 이는 계속 바뀌는 것”이라며 “그에 따라 전술적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 있고, 전략적 대응이 필요한 시점 있는데, 그 국면은 계속 요동치며 변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전략적으로는 ‘대화’가 필요하지만 현 시점에선 전술적으로 ‘제재와 압박’이 필요하다는 설명이었다. 이 관계자는 “현재 상황을 자꾸 헷갈리면 안 된다”고도 했다.
 
하지만 청와대와 정부의 대응에 대해선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북한 도발 이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전화 통화를 갖고 북한을 강력 규탄하며 “지금은 북한과 대화할 때가 아니다”라는 의견을 모았다. 반면 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통화를 하지 않았다. 청와대는 “(정상 간 통화 계획이) 현재로서는 없다”(윤영찬 국민소통수석)고 밝혔다. 정상이 통화한 미ㆍ일과 달리 한ㆍ미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의 통화만 이뤄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의 대북 정책과 한국 정부의 북한 도발 대응 조치에 대해 전폭 지지한다”고 발언한 건 맥매스터 보좌관과 정의용 실장, 윤영찬 수석을 통해 전해졌다.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도 문 대통령이 주재하는 전체회의 대신 정의용 실장이 주재하는 상임위원회 회의로 열렸다. 그동안 북한 도발 이후 열린 NSC 회의는 정 실장이 회의를 진행하는 동안 문 대통령이 참석하는 형태가 많았지만 이번에는 문 대통령이 회의에 참석하지 않는 대신 회의 뒤 정 실장에게 보고를 받는 형태였다. 문 대통령이 주재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주재하는 전체회의로의 전환은) NSC 상임위에서 판단한 것”이라며 “NSC 전체회의를 소집하면 총리부터 관련 장관들이 다 들어와야 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청와대는 이번 도발과 관련해 “발사 징후를 미리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 26일 동해상으로 3발을 쏜 단거리 발사체를 놓고 청와대가 “발사체는 개량 300㎜ 방사포(대구경 다연장로켓포)로 추정된다”고 밝혔다가 이틀 만인 지난 28일 “단거리 탄도미사일”이라고 정정한 걸 놓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 태평양사령부가 북한 도발 직후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라고 발표하면서 한ㆍ미가 엇박자를 낸다는 지적이 나왔기 때문이다.
 
게다가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지난 28일 “어찌됐든 (26일 발사) 그 자체가 저강도 도발임은 분명한 것”이라며 “단거리 미사일이든 방사포든 군이나 우리 정부에 미치는 차이가 있거나 한 건 없다. (기류 변화는) 없다”며 북한의 도발 의미를 축소하는 데 비중을 뒀다.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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