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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도 예산안]재정 확대와 건전성, ‘두 토끼’ 잡겠다는 기재부...‘세수 화수분’ 마르면 어떻게 하나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기획재정부가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고 나섰다. 내년 예산으로 올해보다 7.1% 이상 늘어난 ‘슈퍼예산’을 편성하면서 재정 건전성의 대표적 지표인 국가채무 비율은 오히려 올해보다 낮게 유지하겠다는 계획이 그것이다. 내년 뿐 만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 임기 말기인 2021년까지 지출을 대폭 늘리면서도 올해 대비 국가채무 상승폭은 1%포인트 이내로 유지하겠다는 중기 플랜도 함께 내놓았다. 돈을 많이 쓰면 곳간의 빈 공간이 늘어난다는 상식에 배치되는 계획이다. 실현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올해 GDP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39.7%로 예측된다. 기획재정부의 내년 예상치는 39.6%, 2021년 예상치는 40.4%다. 연평균 5.8%씩 지출을 늘리겠다는 계획에 비춰보면 국가채무 비율 증가폭은 그야말로 미약한 수준이다.  
 
 
대규모 재정 확대는 충분히 예상 가능했다. 문재인 정부가 5년 간의 국정과제 이행을 위해 설정한 재원만 178조원이다. 여기에 최저임금 보상, 건보 재정 등 기타 재원까지 새롭게 등장했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자금 소요를 맞추려면 나랏돈을 더 많이 풀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이렇게 되면 재정 건전성의 훼손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없다. 
 
 
사실 문재인 정부 일각에서는 한국의 재정 건전성이 양호한 편이라 돈을 조금 더 써도 무방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사실 39%대의 국가채무 비율은 100%를 상회하는 다른 선진국들에 비하면 매우 건전한 수준이다. 청와대 일각에서는 4~5%포인트 정도 더 높아져도 무방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국가채무 비율 45%정도까지는 괜찮다는 얘기였다. 그런데 기재부의 계획은 2021년까지 40%대로 유지하겠다는 것. 당초 예상과 비교하면 매우 낮은 수치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기재부가 제시한 원인 중 하나는 지출 구조조정이다.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전년 대비 20%나 깎는 등 총 11조5000억원의 지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도로, 철도 등 이미 어느 정도 공급량이 충족됐다는 이유로 SOC 예산은 4조4000억원이나 깎였다. 산업(-1조원), 문화(-6000억원), 환경(-5000억원), 농림(-6000억원) 지출도 구조조정됐다. 국방, 복지, 연구·개발(R&D) 등 기타 7개 부문에서도 모두 4조4000억원이 깎였다. 돈을 쓰지 않아도 될 곳에는 예산을 삭감한 뒤 여유분을 만들어 써야 할 곳에 쓰기로 했다는 취지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출 구조조정은 일회성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내년 이후부터는 질적인 구조조정 단계로 들어가 더욱 강도 높게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근거는 다른 곳에 있다. 세수를 중심으로 정부 수입이 계속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바로 그것이다. 내년 수입 증가율은 7.8%로 지출 증가율보다 더 높다. 김 부총리는 양입제출(量入制出)이라는 4자성어로 설명했다. 수입을 헤아려 보고 지출을 계획한다는 뜻이다. 올해 수입이 많이 늘어난 만큼 지출을 늘려도 된다는 얘기다. 
 
실제 올 상반기 초과 세수만 12조3000억원에 달한다. 추경 산정 때 만해도 올해 1년치 초과세수를 8조원 정도로 내다봤지만 상반기에만 이미 이 수치를 넘어섰다. 이에 따라 기재부는 올해 총 세수를 256~257조원으로 추산했다. 총 세수가 늘어난 만큼 내년 세입 예상치는 올해보다 10조원 정도 늘려잡은 것이다. 부동산정책에 따른 부동산 양도세 감소분까지 감안해 보수적으로 산출한 게 그 정도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충분히 달성 가능한 목표치라는 얘기다.  
 
문제는 내년 이후다. 기재부는 매년 총수입 증가율을 5.5%로 설정했다. 안택순 기재부 조세총괄정책관은 “매년 4% 중반대의 경상성장률을 유지한다면 매년 12조~13조원씩의 세수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경상성장률은 경제성장률(GDP증가율)에 물가 지표인 GDP디플레이터를 더해 산출한다. 문제는 경기는 변화무쌍한 존재라는 점이다.  
 
 
기재부는 큰 이변이 없으면 4%대 중반대의 경상성장률 달성은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불과 3년전까지만 해도 경상성장률은 4%를 초과하지 못했다. 2012~2014년 경상성장률은 3.4~4.0%였다. 그리고 이 시기는 세수가 예상치에 미달한, 즉 ‘세수 펑크’가 발생한 시기와 정확하게 일치한다. 지금 당장의 세수 상황은 좋지만 언제 고꾸라질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는 얘기다. 이미 KDI에서 “경기 개선 추세가 약화하고 있다”고 진단하는 등 경기가 벌써 꺾일 기미가 나타나고 있다는 진단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국 경제 잠재성장률은 2.8% 정도 밖에 안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런 상황에서 경상성장률은 정말로 잘해야 4%를 달성할까 말까다. 세입 측면에서는 정부가 너무 희망적인 전제조건을 달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차라리 정부가 ‘조금 부담은 되지만 상황이 긴급하니 재정을 풀어야 한다. 대신 돈을 적재적소에 잘 써서 경제를 살리는 방식으로 더 많은 세수를 달성하겠다’라고 솔직하게 설명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통계청장을 역임한 이인실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세수를 가정에 의해 계산하는 건 위험하다. 현재의 세수 호황은 상당 부분이 부동산 양도세와 반도체 호황에 근거한 것인데 이게 계속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특성 상 언제라도 새로운 재원 소요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기재부는 내년 예산안에 최저임금 보전, 건강보험 강화 등 문 대통령의 잇따른 복지 정책 추가 발표에 대한 예산 7조5000억원을 배정했지만 이걸로 충분할지는 미지수다. 문 대통령이 복지 정책을 추가로 발표하면 재정지출액은 예상보다 더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지출 구조조정에도 한계가 있다. 매년 SOC예산만 대폭 자를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게다가 복지 예산 비중이 늘어날수록 지출 절감은 더 어려워진다. 재정지출은 의무지출과 재량지출로 구성되는데 이 중 의무지출은 구조조정이 불가능하다. 대표적인 의무 지출 항목이 바로 복지 지출이다. 이미 2009년 41%에 불과했던 총지출 중 의무지출의 비중이 올해 49.1%까지 높아진 상황이다.
 
 
이런 변수들을 감안하면 돈 나올 구멍을 더 만들어 놓을 필요가 있다. 경제성장률을 더 끌어올릴 수 있는 성장 정책이 그것이다. 하지만 내년 예산안에 포함된 혁신성장 관련 항목들은 매우 초라한 실정이다.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가 혁신 성장을 한다고 하는데 아직까지 구체적인 방향이 엿보이지 않는다. 4차 산업 등을 언급하지만 애매하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특정 산업을 지정해서 집중육성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닌 만큼 획기적인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규제프리존 등을 만들고 확대해 기업이 ‘테스트베드’ 형태로 마음껏 실험할 수 있는 제도적인 뒷받침을 정부가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 박진석·이승호 기자 kaila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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