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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아침] 앰뷸런스

앰뷸런스 
-송재학(1955~)  
 
앰뷸런스는 사자(死者)에게 빌린 옷을 입고 지나간다

바꾸지 못한 시트에는 잔설이 묻어난다
붉은 빛이 내 몸 뒤에서 토악질을 한 건 피 때문이었을까
앰뷸런스는 하나하나 불빛으로 바뀌는 울음의 슬로우 모션이다
폭우 사이를 뚫고 달리는 앰뷸런스 쫓아가 문 열리는 시간까지 기다린다
늦은 밤 냉장고 문을 열 때 당혹스레 쏟아지던 불빛처럼
두 손이 잠기는 늪이 내 눈알의 뒤쪽인지 알고 싶다
금방 터져 버려 퍼 담지 못할 양수 같은
산성(酸性)의 육체는 별을 기다리는가
앰뷸런스는 구겨지는 길을 지나간다
 
 

하얀 ‘앰뷸런스’가 지나갈 때. 울음이 쏟아지고 불빛이 섬뜩섬뜩 위급하게 빛날 때. 육체가 터지고 찢어지고 아픔으로 나동그라질 때. 인간은 때로 행복하고 자유롭다고 생각하는데, 그 ‘자유롭다’는 것은 긴 줄에 묶여 있기 때문에 그 줄을 느끼지 못해서 그렇게 생각하는 것뿐이라는 희랍인 조르바의 말이 떠오를 때. 죽음을 예행연습할 때. 

 
<김승희·시인·서강대 국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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