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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고령화 마을 소멸, 저출산만큼 급한 과제

정종훈 사회1부 기자

정종훈 사회1부 기자

“이렇게 와서 말만 나눠도 고맙죠. 외지에서 누가 왔다 가면 몹시 기분 좋고요.”
 
강원도 철원군 근북면 유곡리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김경렬(87) 할머니는 손주뻘 되는 기자와 얘기를 나누면서 연신 해맑게 웃었다. “젊은 사람이 취재 와서 반갑다”고 할 정도로 이 마을에선 평소 청년을 보기 어렵다. 전국 최고의 노인 비율(65세 이상 59.3%)이 피부로 느껴질 정도로 대낮에도 인적이 드물었다.
 
취재한 다른 마을 상황도 비슷했다. 충남 서천군에선 “아이 울음소리 들은 지가 언제인지도 가물가물하다”는 말을 너도나도 꺼냈다. 사망 인구가 늘면서 빈집만 갈수록 늘고 있다. 부산·대구 같은 대도시에도 고령화 그늘이 드리웠다. 노인 비율이 20%를 넘는 동이 급증하고, 고독사와 노인 빈곤 문제도 심각하다.
 
강원도 철원군 근북면 유곡리에는 버려진 채 잡초만 무성한 폐가가 곳곳에 있다. [정종훈 기자]

강원도 철원군 근북면 유곡리에는 버려진 채 잡초만 무성한 폐가가 곳곳에 있다. [정종훈 기자]

정부는 그간 저출산 대책에 100조원을 투입했다. 앞으로도 아동수당 지급 등을 통해 ‘인구절벽’을 막아보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고령화’와 ‘마을소멸’ 현상에는 그다지 주목하지 않는 듯하다. 이달 들어 발표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강화안을 보면 저출산에 초점이 맞춰졌을 뿐 고령사회는 뒷전으로 밀렸다. 중앙정부의 고령화 대비 예산도 올해 14조3000억원으로 저출산 대비 예산(24조1000억원)의 59%에 불과하다. 그마저도 주택연금 확산, 일자리 확충 등 대도시 노인 중심의 정책이 주류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도 “지방 인구 감소에 대한 정책적 관심이 적은 게 사실”이라고 시인했다.
 
30년 안에 전국 읍·면·동 10곳 중 4곳이 사라질 거라는 한국고용정보원의 전망을 심각하게 받아들일 때다. 충남 홍성군 홍동마을 등 일부 지역은 귀농·귀촌 사업과 관광사업 등으로 고령화 문제를 극복하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 지방정부는 이런 ‘모범사례’를 따라 하기 어렵다. 독거노인 안부 확인, 빨래·반찬 지원 서비스 정도로 ‘마을소멸’ 추세를 되돌리긴 역부족이다.
 
지금이라도 정부가 고령화 추이에 관심을 기울이고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 세심하게 정책설계를 해야 한다. 마침 이웃 일본이 우리에겐 좋은 벤치마킹 대상이다. 그들처럼 우리도 마을소멸을 막을 장기 비전을 마련하고 실천하는 데 범국가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물론 지역 사정을 가장 잘 아는 지자체와의 유기적 협조·지원은 필수다. “이러다 마을이 아예 사라질 것 같다”는 김 할머니의 근심이 현실화하지 않도록 모두 손을 맞잡을 때다.
 
정종훈 사회1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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