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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기의 시시각각] “한국, 너희는 뭐하고 있니?”

김현기 워싱턴 총국장

김현기 워싱턴 총국장

워싱턴 하면 ‘정치’의 이미지가 강하지만 실은 세계 경제의 중심이기도 하다. 그 양대 산맥은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 그런데 두 기관에는 미묘한 차이점이 있다. 우선 IMF는 공적인 측면이 강하다. 다양한 국적의 ‘프로’들이 전 세계에서 모인다. 그래서 본인의 고용, 자녀의 생활 안정을 위해 65세까지 정년을 보장한다. 정책도 중장기적이다. 반면 세계은행은 민간영역 업무가 대부분. 고용도 전출입이 많아 정년이 없다. IMF의 이주경 박사는 “결혼(IMF), 동거(세계은행) 중 어느 쪽을 택하느냐는 본인 가치관에 달려 있다”고 설명한다.
 
동맹관계를 이에 대입하면 일본은 분명 미국과 ‘결혼’을 택했다. 지난 14일 휴가를 즐기던 트럼프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에게 전화를 걸었다. 올해 들어 아홉 번째. 호칭은 퍼스트네임인 ‘신조’ ‘도널드’다. 양국 소식통에 따르면 통화에서 트럼프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신조! 우리는 북한을 돕는 중국·러시아의 기업·개인에 대해 다음 주(22일) 제재를 발표할 것이다. 당신도 같은 날 동시 발표하자.”
 
아베는 즉답을 피했다. 일 재무성은 신중론을 폈다. 하지만 아베는 동시 발표까진 안 갔지만, 사흘 후에 미국과의 동반 제재를 강행했다. 금방 끝날 게임으로 보질 않았던 게다. 그렇다고 아베를 명령순응형 배우자로만 볼 순 없다. 국방장관 간 사이가 썩 좋지 않은 걸 간파하곤 미·일 국방장관 만찬장을 불쑥 방문해 분위기를 바꿔놓는 철두철미함, 트럼프에 잔뜩 생색을 내면서도 다음달 6~7일 러시아 방문을 의식해 러시아 기업은 제재 대상에서 슬그머니 빼는 영민함도 갖췄다.
 
문제는 ‘트럼프-아베’ 찰떡궁합의 불똥이 우리에게 튀고 있다는 사실. 한마디로 “우린 다 독자 제재하는데 정작 한국 너희는 뭘 하고 있니?”란 압박이다. 지난 3월과 6월, 그리고 이번 제재 모두 한국만 쏙 빠지고 있는 상황에 트럼프의 짜증은 극도로 고조되고 있다고 한다. 25일 문재인-아베 통화에서도 이런 메시지가 간접 전달됐다는 후문이다.
 
사람 간 인간관계도, 국가 간 외교도 첫 출발은 정확한 상황 파악이다. 미국은 “‘군사 해법’을 호주머니에 넣고 ‘외교적 해법’으로 문제를 풀겠다”고 했다. 우린 이를 “아~, 이제 군사옵션 안 쓰고 곧 북한과 대화 시작하겠구나”라고 해석한다. 큰 오산이다. 미국이 말하는 ‘외교적 해법’의 참뜻은 국제사회와의 공조, 연대를 통해 강력한 외교적 압박을 가하겠다는 뜻이다. 방점이 다른 데 찍혀 있다. 아베는 이를 읽었다. 22일 다른 나라도 아닌 동맹국 이집트에 대해 북한에 우호적이란 이유로 3300억원 지원금 중단이란 철퇴를 가한 걸 보자. 마냥 대화로만 달려갈 것 같으면 이런 조치를 할 리 없다. 그럼에도 당사국인 우리가 독자 제재에 손놓고 있다는 건 미국의 입장에서 볼 땐 배우자로도 동거 파트너로도 인정하기 힘든 상황일 것이다. 게다가 ‘몸값’이 치솟은 북한은 뉴욕 라인이고 뭐고 꼼짝도 않고 있다.
 
“전쟁 나도 저쪽(한반도), 수천 명 죽어도 이쪽(미국) 아닌 저쪽” 발언은 트럼프의 본심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거기에 ‘미·중 주한미군 철수 빅딜’ 같은 오싹한 아이디어들이 한반도 상공을 패싱한다. 이런 때일수록 우린 그들이 ‘원하는 대로’ 치닫을 빌미를 줘선 안 된다. 북·미를 대화로 잇는 노력은 계속하되 미국과의 공조와 신뢰를 수 배, 수십 배 더 공고히 다져야 하는 이유다. 그래야 미국에 쓴소리를 할 수도, 설득할 수도, 도움을 청할 수도 있다. 지금은 우리가 결혼이건 동거건 가릴 때가 아닌 것 같다.  
 
김현기 워싱턴 총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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