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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인사이트] 중국 제대로 알려면 대·중·소 세 개 렌즈 있어야

한·중이 이념과 체제의 장벽을 뛰어넘어 수교한 지 25년이 됐건만 ‘봄은 왔으나 봄 같지 않은’ 상황을 보내고 있음에 절로 탄식이 나온다.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의 배치를 둘러싼 갈등은 양국 모두 서로의 이해에 빈틈이 많았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러나 손 놓고 지나기엔 양국 관계가 너무 중요하다. 특히 우리로선 이번 사태를 계기로 앞으로 중국 연구에서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과 자기 점검이 절실하다.
 
한·중 사드 갈등은 “물이 줄어드니 돌이 나타나듯” 양국 관계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줬다. 양국 관계가 동상이몽일 수 있으며, 한국의 중국 이해가 약점과 한계를 지녔다는 엄혹한 현실이 여지없이 드러난 것이다. 문제는 중국이 단순치 않다는 데 있다. 중국의 상징인 용은 그 뿔은 사슴을, 머리는 낙타를, 눈은 도깨비를, 목은 뱀을, 배는 이무기를, 비늘은 잉어를, 발톱은 매를, 발바닥은 호랑이를, 귀는 소를 닮은 복합 동물이다.
 
그동안 우리가 용처럼 복합적인 중국을 개별적·단편적·편향적인 방법으로 접근하지 않았는지 반성이 필요하다. 따라서 중국 연구의 향후 과제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실천하는 일이 돼야 한다. 이와 관련해 연구 시스템의 구축, 대상 분야의 확장, 다양한 시야의 확보라는 세 가지가 필요하다.
 
가장 시급한 건 연구 시스템 구축이다. 여기엔 인재 양성과 활용, 정보 수신과 발신, 제도와 체제 정비가 포함된다. 어떤 분야든 거기에 종사하는 인재의 전문성은 성패의 관건이다. 따라서 우수한 인재의 양성과 활용이 최우선 과제다. 무엇보다 사람만이 사람을 키운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정보 수신과 발신에서 일차적 과제는 분야별 중국 전문사서의 양성이다. 동시에 국내외 도서를 비롯한 각종 매체의 정보와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수집하고 정리해야 한다. 서평과 번역 등의 방식으로 주요 성과를 전파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서둘러야 할 것은 5년 뒤 30주년을 대비해 분야별로 『수교 이후 한국의 중국 연구(1992~2022)』 보고서를 준비하는 작업이다.
 
전문가를 제대로 활용하려면 그들이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제도와 체제 정비는 이를 위한 것이다. 시급한 과제는 현재의 각 연구기관이 분야별로 특성화를 이루고 나아가 상호 연계를 구축하도록 하는 것이다. 국가적 차원에서는 중국연구원, 도서관, 전문 정보센터 등의 설립을 고려해야 한다.
 
둘째, 현재 상황에서 특히 아쉬운 점은 대상 분야의 확장이다. 전문가가 없는 분야가 의외로 또 여전히 많기 때문이다. 중국 문학의 경우 아동문학 전문가는 없으며, 무협소설을 제외하고는 여타 대중문학의 경우 전멸에 가깝다. 대중문화 분야도 영화는 박사가 수십 명이지만 TV 드라마나 대중음악은 찾아보기 어렵다. 게임과 패션처럼 현장의 실무자는 많지만 전문 연구자가 미비한 분야도 적지 않다.
 
국가적·사회적 요구에 비해 기존의 연구자들이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는 사례도 종종 보인다. 예컨대 현대 중국의 종교는 종교학과 중국학 사이의 사각지대다. 하지만 문명으로나 제국으로나 중국을 이해하는 데 종교는 불가결한 요소이며, 도교는 물론 기독교와 이슬람도 주목해야 한다. 영토 문제와 밀접히 연관된 역사지리학도 연구가 매우 시급하다.
 
중국의 현재와 미래를 파악하려면 정치학·경제학도 중요하지만 중국식 심리학이나 경영학·법률학의 과거와 현재를 연구해야 한다. 또한 20세기 이후 중국의 과학기술이 어떻게 전개돼 왔고 지금 어떤 상태이며 장기적 비전이 무엇인지 아는 일은 비단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에만 필요한 과제가 아닐 것이다.
 
셋째, 현재의 중국 연구가 비약하려면 다양한 시야의 확보가 필요하다. 크게 대·중·소 세 차원의 렌즈가 요구된다. 먼저 소범위의 렌즈로 지역·민족·계층·주제 등에 따라 중국 내부를 세부적으로 관찰해야 한다. 특히 성(省)과 시(市)별 접근을 위해 각 연구 단위가 역할을 분담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소수민족에 대한 관심, 계층과 세대에 따른 미시적 접근도 필요하다.
 
다음으로 대중화권과 동아시아라는 중범위의 렌즈가 필요하다. 대륙만이 아니라 홍콩·대만, 나아가 싱가포르 등의 연구 성과도 주목하고 교류를 강화해야 한다. 또한 동아시아적 시각에서 중국과 일본 사이의 매개자 및 중개자로서 한국의 역할에 대한 자각과 활용이 요청된다. 아울러 러시아라는 변수 또한 망각해선 안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전 지구적 관점의 거대 렌즈로도 접근해야 한다. 중·미 관계에 대한 연구는 물론 중요하지만 중국과 동남아, 중국과 인도, 중국과 아프리카 등 ‘일대일로(一帶一路)’를 중심으로 한 중국과 외부 세계의 관계에 대한 연구도 시급하다. 요컨대 중국 전문가와 미국 전문가가 필요하지만 동시에 중·미 관계에 대한 전문가도 필요한 것이다.
 
이상 세 가지 중점 사항에 대해 적절히 대응한다면 한국적 특색을 지닌 중국학의 정립이 가능할 것이다. 쉬운 과제는 아니나 전통시대의 자원, 상이한 배경의 연구자 집단, 다양한 사회적 관심이란 강력한 잠재력이 있어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전통시대의 자원이란 『열하일기』 『표해록』 『논어고금주』 『동의보감』 등이 상징하는 과거의 우수한 성과를 말한다. 현재 한국은 국내 출신과 대만 유학파, 중국 유학파, 미국과 일본 유학 출신 등 다양한 배경의 연구자 집단이 혼재돼 분열과 혼란의 우려도 있지만 동시에 상호 보완적인 관점과 방법의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양국의 밀접한 관계 때문에 한국의 중국학은 미세먼지의 사례처럼 인문학·사회과학만이 아니라 과학기술, 나아가 예술과 체육 등 전방위에 걸친 다양한 사회적 관심과 요구에 직면해 있는데 이는 위기이자 기회다.
 
미륵이라고 하면 한국인은 조화와 균형을 지니고 우아하며 세련된 모습의 반가사유상을 생각한다. 하지만 중국인은 비만한 체구와 올챙이배에 잡동사니로 가득 찬 포대를 짊어진 모습의 포대화상(布袋和尙)을 떠올린다. 비슷하지만 다른 한국과 중국의 차이를 이해하고 인정하면서 공존과 조화를 모색하는 것이야말로 한국의 중국학이 근거해야 할 토대일 것이다.
  
◆이동철
고려대에서 『황제사경』 연구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고전, 고전번역, 문화번역』 등의 저서 외 『문사공구서개론』 등의 역서가 있다. ‘고전과 미래’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경제인문사회연구회의 정책연구과제 보고서인 『중국의 인문학정책』을 작성했다. 

 
이동철 용인대 중국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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