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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트렌드] 혈압·혈당 조절, 피부 탄력성 향상 … 세계 3대 항산화 식품

카카오닙스 영양학
 
과거 마야·아즈텍 문명 시대에 돈으로 사용된 열매가 있다. 바로 카카오빈이다. 카카오빈 100알이면 노예 한 명이나 토끼 열 마리와 맞바꿀 수 있었다. 작가 빈센트 반 고흐는 카카오빈을 자신의 작품과 바꿀 만큼 중요하게 여기고 챙겨 먹었다. 카카오빈을 먹기 좋게 발효하고, 말리고 볶아 잘게 부순 게 카카오닙스(cacao nibs)다. 카카오닙스는 카카오빈의 영양을 온전히 품고 있어 아로니아·강황과 함께 세계 3대 항산화 식품으로 꼽힌다.
 
카카오는 초콜릿의 원료이기도 하다. 초콜릿(chocolate)이란 명칭이 고대 아즈텍의 ‘쓴물(cacahuatl)’에서 유래한 것도 이 때문이다. 서양 학자들은 카카오와 초콜릿의 혈관 보호 효과에 주목한다. 그간 카카오 함량이 높은 다크 초콜릿이 혈관 기능을 개선하고 혈압을 낮추며 흡연자의 심장을 보호해 준다는 등 긍정적인 연구 결과가 줄을 이었다.
 
카카오와 초콜릿의 혈관 보호 작용을 잘 보여주는 사례도 있다. 파나마 쿠나 인디언의 경우다. 쿠나족은 가정에서 직접 만든 코코아(카카오 가루) 음료를 하루에 서너 잔씩 마셨는데 이런 습관 덕분에 고혈압·심장병 발생률이 크게 낮았다. 반면에 도시로 이주해 코코아 섭취를 소홀히 한 쿠나족은 몇 년 후 혈관 질환 발생률이 서구인과 별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샐러드·아이스크림·요구르트에 카카오닙스를곁들이면 항산화 성분을 손쉽게 섭취할 수 있다.

샐러드·아이스크림·요구르트에 카카오닙스를곁들이면 항산화 성분을 손쉽게 섭취할 수 있다.

그림 주고 카카오빈 얻은 고흐
 
실제로 카카오는 고혈압 예방에 도움이 된다. 2007년 미국내과학회지엔 카카오가 혈압을 떨어뜨린다는 연구 결과를 밝힌 논문이 실렸다. 이 논문에 따르면 카카오 추출물을 마셨을 때 수축기 및 이완기 혈압이 감소했다. 반면에 녹차·홍차 등 차(茶)를 마셨을 땐 별다른 혈압 감소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연구팀은 카카오에 든 프로시아니딘(폴리페놀의 일종)이 혈관 안쪽(내피) 세포에서 혈관 이완 인자인 산화질소(NO)를 만들어내 혈압을 떨어뜨린 것으로 분석했다.
 
카카오가 혈당 관리에 도움을 준다는 연구도 있다. 2005년 미국영양학회에 발표된 연구에선 평균 나이 33.9세의 건강한 성인 15명에게 카카오의 폴리페놀이 500㎎ 든 초콜릿바를 15일간 섭취하도록 했다. 그랬더니 식후 혈당 및 인슐린의 변화 폭이 크지 않았다.
 
카카오는 피부의 주름·탄력을 개선하는 효과도 있다. 서울대 식품생명공학과 이기원 교수와 차의과대 생화학교실 김태억 교수 공동연구팀은 8주간 쥐의 피부를 자외선에 노출시킨 상태에서 쥐에게 카카오를 먹였다. 그 결과 카카오를 먹은 쥐는 먹지 않은 쥐보다 주름이 덜 생기고 콜라겐 양이 더 많았다. 사람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도 카카오가 피부를 건강하게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대병원 피부과 정진호 교수팀은 43~86세 여성 31명에게 카카오 가루(320㎎)를 탄 음료를 매일, 6개월간 마시게 했다. 그 결과 실험 참가자의 피부 탄력도가 8.7% 개선됐다. 이는 지난해 1월 미국영양학회지 ‘저널 오브 뉴트리션(Journal of Nutrition)’에 게재됐다.
 
이 밖에도 카카오는 지방세포가 늘어나는 걸 막아 체지방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라는 연구도 있다. 카카오가 다이어트 식품으로 각광 받는 이유다.
 
항산화 성분 폴리페놀 홍차의 46.6배
 
카카오빈을 발효한 카카오닙스는 카카오빈의 건강 기능 효과를 모두 담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강력한 항산화 기능을 발휘한다. 폴리페놀 같은 파이토케미컬(식물영양소) 성분이 풍부해서다. 카카오닙스에 함유된 폴리페놀은 홍차보다 46.6배, 레드 와인보다는 17.2배가량 더 많다. 폴리페놀은 세포의 DNA와 세포막이 산화되는 것을 막아주고, 유해산소로부터 단백질·지질·혈관이 손상되는 것을 막아낸다. 또한 암세포 증식을 막고 세포 변이를 방지하는 항암 기능을 발휘한다. 심장질환 예방에도 도움을 준다. 이 밖에도 카카오닙스엔 식이섬유·단백질·테오브로민·불포화지방산 같은 영양 물질이 풍부하다.
 
카카오닙스는 견과류처럼 별다른 요리법 없이 그대로 씹어 먹으면 된다. 찬물 또는 뜨거운 물에 우려 차로 즐기거나 아이스크림·요구르트·시리얼에 뿌려 먹을 수도 있다. 비타민C가 풍부한 과일·채소와 곁들여 먹어도 좋다. 단 카카오닙스엔 카페인이 들어 있으므로 너무 많이 먹으면 카페인 과다로 인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으니 유의한다. 전문가들은 카카오닙스를 하루 2~3티스푼 정도 섭취하는 게 적당하다고 권장한다.
 
정심교 기자 simk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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