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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의 취향] 배 여행이 비행기 여행보다 좋은 이유?

전남 강진군 병영면에 있는 하멜기념관. 헨드릭 하멜 일행이 7년여 동안 억류 생활을 했던 전라병영성 부근에 세워졌다. [사진 강진군]

전남 강진군 병영면에 있는 하멜기념관. 헨드릭 하멜 일행이 7년여 동안 억류 생활을 했던 전라병영성 부근에 세워졌다. [사진 강진군]

1653년 네덜란드 선원 헨드릭 하멜(1630~92)은 항해 도중 풍랑을 만나 제주도에 표류하고 만다. 무려 13년 간 조선에 억류됐다가 기적적으로 고국으로 귀환한 하멜은 자신이 적을 둔 회사인 동인도회사에 그간의 행적을 입증할 보고서를 쓴다. 그 문서가 서방 세계에 조선을 알린 『하멜 표류기』다. 만약 1666년 9월 4일 하멜이 조선을 탈출할 때 조선인 소년이 동행했다면 어땠을까? 청소년문학 작가 김남중(45)씨의 『나는 바람이다』는 이 같은 상상에서 출발한 소설이다. 김 작가는 이 작품을 5부작(총 11권)으로 구상하고 2013년 1부를 출간했다. 오는 10월엔 4부(8·9권) 출간을 앞두고 있다. 소설 주인공 ‘해풍’의 동선에 따라 세계 곳곳을 여행한 김 작가는 유명 관광지를 콕콕 찍는 ‘점의 여행’이 아니라 이동마저 여정이 되는 ‘선의 여행’을 즐긴다.  
전남 여수 하멜전시관 [중앙포토]

전남 여수 하멜전시관 [중앙포토]

하멜과 함께 떠난 조선 소년 이야기를 쓰게 된 계기는?
여행 중 퍼뜩 떠오른 아이디어다. 2011년 4월 지인의 배를 타고 전남 여수를 출발해 일본 나가사키로 갔다. 항구도시 나가사키에서는 해마다 ‘범선축제’가 열리는데 그 행사에 참석하는 길이었다. 나가사키에 도착해보니 딱 하멜의 탈출 경로를 따라 여행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17세기 일본은 나가사키에 ‘데지마’라는 축구장 2개 크기의 인공 섬을 조성해 놓고 네덜란드 배의 정박을 허가했다. 동인도회사 소속 선원이었던 하멜은 데지마로 향하는 길에 풍랑을 만나 조선에 표류했다. 나가사키에서 조선을 탈출한 하멜과 함께 더 큰 세상으로 향하는 조선인 소년의 이야기를 써야겠다고 결심하고, 2012년 여수~나가사키 경로로 다시 바다 여행을 떠났다.
나가사키 '범선축제'에서 일본 선원들이 범선 돛에 올라 출항 인사하는 모습. [사진 김남중]

나가사키 '범선축제'에서 일본 선원들이 범선 돛에 올라 출항 인사하는 모습. [사진 김남중]

데지마를 그린 옛 그림. [사진 김남중]

데지마를 그린 옛 그림. [사진 김남중]

배 여행은 비행기 여행과 무엇이 다를까?
비행기 여행은 중간 과정이 생략되는 여행이다. 반면 배로 떠나는 여행은 출발지와 목적지가 선으로 연결된다. 이동 자체가 모두 여행이 되는 것 같다. 여유롭게 이동하면서 멀어져가는 항구를 보고, 바다 위에서 일몰과 일출도 만난다. 옛 사람은 이런 과정을 거쳐 한반도 밖을 여행했구나 하고 상상할 수 있는 점도 좋다. 여수에서 나가사키로 가는 길에는 배의 ‘선장’이 돼보는 경험도 할 수 있었다. 여행에 동행했던 10여 명이 돌아가면서 배의 키를 잡았다. 물론 나는 초보자라서 해상 전문가의 도움을 받았다. 뱃머리로 나가서 특이사항은 없는지 체크하는 ‘견시’도 탑승자의 의무 중의 하나였다. 가판에 홀로 서서 캄캄하고 고요한 바다를 바라봤다. 무서웠지만 탁 터진 바다에서 해방감을 느꼈다.  
나가사키 범선 축제 [사진 일본정부관광국]

나가사키 범선 축제 [사진 일본정부관광국]

가장 인상적인 여행지는?
‘여행지’보다는 여행하는 과정 자체가 기억에 남는 여행을 좋아한다. 2015년 멕시코 횡단이 딱 그랬다. 지도를 보면 아메리카대륙 멕시코 부분이 허리처럼 잘록하다. 그 지점을 일주일 일정으로 횡단했다. 태평양을 접한 멕시코 항구도시 아카풀코, 멕시코 수도인 멕시코시티, 멕시코 만의 또 다른 항구도시 베라크루스까지 갔다. 취재 차 방문했던 터라 현지 가이드의 도움을 받았다. 자전거나 오토바이로 횡단하겠다고 하자 가이드가 ‘멕시코 사람도 안 하는 여행’이라고 펄쩍 뛰더라. 1000㎞에 이르는 거리도 거리지만 치안이 문제였다. 겨우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쪽으로 합의했다. 시내버스와 시외버스를 최대한 탔고, 버스가 닿지 않는 구간은 택시를 이용했다. 해발 0m 아카풀코에서 해발 3000m 멕시코시티로 향하는 중에 대중교통으로 이동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천천히 이동했기 때문에 고도가 높아지면서 변해가는 기후, 풍경, 인종이 전부 눈으로 보였다. 
멕시코 태양의 피라미드 앞에서. [사진 김남중]

멕시코 태양의 피라미드 앞에서. [사진 김남중]

여행에 꼭 챙겨가는 물건이 있다면?
그런 건 없다. 아직 2G폰을 쓴다. 스마트폰을 쓰는 것을 최대한 뒤로 미루고 싶다. 취재차 전 세계를 쏘다니는데, 만나는 사람마다 스마트폰 없이 어떻게 여행하느냐고 묻는다. 나는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에 당신은 어떻게 여행했냐’고 반문한다. 내 여행은 아날로그다. 한국에서 자료를 준비하고 가이드북도 본다. 가장 도움이 됐던 것은 여행지에서 산 현지 지도다. 내 현재 위치가 어디인지, 어느 방향으로 갈 수 있는지 한눈에 파악할 수 있어서 좋다. 길을 따라가다 보면 또 길이 나오고 새로운 여행이 열리는 기분이다.  
양보라 기자 bo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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