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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감 권한 막강해진다…'17개 교육부' 나올까 우려도

28일 오후 서울 강북구 삼각산고에서 첫 '교육자치정책협의회'가 열렸다. 교육부의 유·초·중등 정책 권한을 교육청으로 이양하기 것을 논의하는 기구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오른쪽 두 번째)과 이재정 경기도교육감(맨 왼쪽)이 공동의장이다. 이태윤 기자

28일 오후 서울 강북구 삼각산고에서 첫 '교육자치정책협의회'가 열렸다. 교육부의 유·초·중등 정책 권한을 교육청으로 이양하기 것을 논의하는 기구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오른쪽 두 번째)과 이재정 경기도교육감(맨 왼쪽)이 공동의장이다. 이태윤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중 하나인 '교육부 권한의 교육청 이양'이 본격화되고 있다. 교육자치가 확대되는 측면이 있지만, 선출직인 교육감에 따라 유치원과 초중고교 정책이 너무 자주 바뀌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28일 '교육부→교육청' 권한 이양 첫 회의
문재인 대통령 공약 실천 위한 후속 조치

교육청 예산·인사 자율권 대폭 늘리기로
'교육자치 확대'라지만 일각에선 우려도
"개별 학교 권한 강화가 진정한 교육자치"

"견제 약해지면 제왕적 교육감 나올 가능성
"지금도 교육감 성향 따라 정책 크게 흔들려"

 교육부와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28일 ‘교육자치정책협의회’라는 이름의 회의를 이날 처음 열었다. 교육자치정책협의회는 문 대통령의 공약을 실천하기 위한 것이다. 유·초·중등 정책에 대한 결정권을 교육부에서 교육청으로 옮기는 게 핵심 주제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이 공동의장을 맡았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이날 회의에선 교육청이 자체적으로 쓸 수 있는 예산을 늘리기로 했다. 정부가 법에 따라 교육청에 지급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내국세 중 20.27%) 중 국가주도 사업에 써야 하는 금액(특별교부금)을 현재의 4%에서 3%로 낮추는 방법을 통해서다. 또 교육부 승인을 받게 돼 있는 교육청 내 4급 이상 인사를 교육청이 알아서 하도록 허용하기로 했다. 교육부 조훈희 교육자치강화지원팀장은 “교육청이 자율적으로 쓸 수 있는 예산을 확대하고 자체 인사권을 강화하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교육부가 주도해온 유·초·중등 분야 234개 국가사업은 국정과제 중심으로 통폐합해 교육청 부담을 줄이기로 했다. 아울러 교육부의 교육청 평가에서 정량지표 비중을 줄이고 시도별 자체평가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또 초·중등교육법상에서 정책결정 주체가 모호하던 것은 교육청 쪽으로 정리하는 방향으로 관련 법을 개정해 교육청의 실질적 권한을 확대하기로 했다. 
 
 그러나 교육계에선 이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박남기 전 광주교대 총장은 “‘교육자치’의 취지는 좋지만, 선출직인 교육감을 견제할 장치가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교육감 권력이 비대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교육감이 교육청 본청부터 교육지원청까지 모든 인사와 재정 권한을 쥐게 되고 교육부의 견제는 약해진다면 ‘제왕적 교육감’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교육자치’의 핵심은 개별 학교의 자율과 책임을 강화하는 것인데, 정작 이에 대한 논의는 미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그간 교육부에서 교육청으로 많은 권한이 이양됐다. 문제는 교육청의 영향력만 커지고 일선 학교의 권한은 그만큼 늘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개별 학교에 대한 교육감의 힘만 더욱 키우게 되는 건 아닌지 걱정 된다”고 말했다.  
 
 교육감의 권한은 막강해지고 개별 학교의 자율성은 줄어들면서 나온 대표적 사례로는 경기도의 '9시 등교' 정책이 주로 지적된다. 정책 도입 전에 한국교총 조사에선 교사들 83%가 반대했다. 하지만 이재정 교육감은 2014년 이 정책을 밀어붙였다. 시행 직후부터 도내 학교의 89%가 9시 등교를 결정해 ‘강제 시행’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김동석 한국교총 본부장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49조)에 따르면 학교 일과의 시작과 끝은 교장이 정하도록 돼 있다. 법령에 보장된 학교의 자율성을 무시하고 교육감이 일방적으로 정책을 밀어붙인 대표적 사례”라고 설명했다. 그는 “9시 등교 사례에서 보듯 교육부의 견제는 없어지고 교육감의 권한이 커지면 일선 학교들이 교육감의 말을 강제로 수용해야 하는 분위기가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17개 교육청이 제각각 정책을 결정하면 지역마다 교육정책이 크게 달라질 가능성도 커진다. 박남기 전 총장은 “전국에 17개의 크고 작은 교육부가 생기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저출산 여파로 학생 숫자가 급감하는 상황에서 교육청 권한이 막강해지면 향후 소규모 학교 통합 등의 이슈에서 교육청 간의 협력이 힘들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시도에 따라 학생 숫자가 크게 차이 나는 상황이라 교육청들이 서로 대등한 입장에서 협상·조율하기도 힘들 것이라는 얘기다. 가령 유치원생과 초중고교생이 경기도는 174만여 명이지만 세종은 3만6000여 명에 지나지 않는다.  
 
 교육감의 성향에 따라 고교 정책 등이 제각각일 수 있다. 실제로 이 같은 우려는 현실이 되고 있다. 새 정부 출범 직후 이재정(경기)·조희연(서울) 등 이른바 '진보' 교육감은 외국어고·자율형사립고 폐지를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보수 교육감들은 이에 대해 반대한다. 우동기 대구시교육감은 “지역마다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폐지하는 건 옳지 않다. 대구에선 자사고가 지역 내 교육격차를 해소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자사고는 존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도 교육감 성향에 따라 교육정책이 바뀌면서 정책 안정성이 약화되고 있다. 서울에선 곽노현(2010년), 문용린(2012년), 조희연(2014년) 등 진보·보수 교육감이 번갈아 당선되며 교육정책이 크게 흔들렸다.
 
 대표적인 사례가 혁신학교다. 곽 전 교육감은 2011년 혁신학교 29곳을 지정하고 2012년 61곳으로 확대했다. 그러다 문 전 교육감이 2012년 12월 취임해 일성으로 “혁신학교 등 곽노현 교육정책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문 전 교육감 재임 시절 신규 지정된 혁신학교는 2013년 6곳, 2014년 1곳에 불과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혁신학교 예산도 곽 전 교육감은 퇴임 전 100억원(2013년)을 책정했다. 문 전 교육감은 이듬해 41억원(2014년)으로 대폭 삭감했다. 그러다 ‘혁신학교 확대’를 공약한 조희연 교육감이 당선되면서 혁신학교는 다시 2017년 현재 158곳으로 급증했다. 연간 예산도 서울시 지원액을 포함해 195억원으로 늘었다. .
 
 보수 성향 교육감이 주로 당선되던 부산·충남·충북·경남 등도 2014년 선거에서 진보 교육감이 당선되며 크고 작은 변화를 겪었다. 특히 2015년 경남에선 진보 교육감과 보수 지자체장이 무상급식 문제를 놓고 갈등을 벌였다. 박종훈 당시 교육감이 경남도의 급식 감사를 거부하자 홍준표 당시 지사가 급식 예산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교육청은 감사를 받아들이고 경남도는 예산을 지원하는 걸로 합의를 보긴 했다. 하지만 몇 개월간의 공방으로 행정력이 낭비되고 교육 현장은 혼란을 겪었다. 
 
 전문가들은 학교 현장의 자율과 책임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교육부와 교육청의 역할을 재조정하길 제안했다. 정제영 이화여대 교육학과 교수는 “교육 여건의 편차가 심각한 상황에서 지나친 ‘교육자치’는 자칫 지역 불균형을 심화시킬까 우려스럽다. 교육부는 지나친 간섭을 줄이돼 교육청도 학교에 더 큰 권한을 주는 방향으로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남기 전 총장은 “교육청에 위임된 권한을 지역 교육지원청으로, 또 다시 학교로 넘길 수 있어야 진정한 ‘교육자치’”라며 “교육감의 영향력만 키우는 권한 이양은 또 다른 혼란을 키울 뿐”이라고 말했다. 
 
윤석만·이태윤 기자 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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