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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태양광이 친환경? 환경파괴?…마을 두 동강 낸 태양광발전사업

이봉재 장암리보존협의회 총무가 충북 괴산 장암리 태양광발전사업 예정지를 가리키고 있다. 최종권 기자

이봉재 장암리보존협의회 총무가 충북 괴산 장암리 태양광발전사업 예정지를 가리키고 있다. 최종권 기자

 
“유기농 괴산군에 대규모 태양광 건설이라니 웬 날벼락이냐.”

태양광발전 예정지 동네서 친환경 vs 환경파괴 논란
충북 괴산에 56MW급 대규모 태양광발전시설 2019년 건립 예정
찬성측 "친환경 태양광 사람과 농작물 피해 없고 주민소득 높여"
반대측 "산 허물면 토사유출, 반사광·송전선로 피해 불보듯 뻔해"

지난 25일 충북 괴산군 장연면 장암리 신대마을 입구. 이봉재(51)씨와 마을주민 2명이 태양광 사업에 반대하는 플래카드를 걸고 있었다. 주민 240여 명이 사는 이 마을 뒷산에는 2019년까지 100㏊(약 30만평) 규모, 총 용량 56MW급 태양광발전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지난 5월 태양광발전 설치업체인 S사와 일부 마을 주민들로 구성된 ‘장암 신대마을 동산운영위원회’가 67억원(계약금 6억7000만원)에 부지 매매 계약을 마쳤다.
 
마을 동산운영위원회는 모두 72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전력 발전 외에도 융복합 태양광시설 건립으로 농작물 재배와 축산농가에 전력을 손쉽게 공급 받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같은 마을에 사는 나머지 주민들은 마을 땅이 팔린 사실조차 알지 못했다. 마을 뒷산에 대규모 태양광발전시설이 건립된다는 소식을 들은 일부 주민은 “태양광발전이 들어서면 환경파괴와 농작물 피해가 우려된다”며 반대하고 있다.
 
이씨는 “2014년 10월 귀향한 뒤 옥수수·콩·고추 등 작물을 재배하며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데 태양광시설이 들어서면 더는 농사를 지을 수 없다”며 “전체 주민의 의견을 묻지 않고 헐값에 마을 재산을 팔아넘긴 사람들이 원망스럽다”고 말했다.
장암 신대마을 동산운영위원회는 지난 5월 태양광사업예정 부지에 대한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이 소식을 뒤늦게 들은 주민들이 태양광사업 반대 현수막을 마을 입구에 걸고 있다. 최종권 기자

장암 신대마을 동산운영위원회는 지난 5월 태양광사업예정 부지에 대한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이 소식을 뒤늦게 들은 주민들이 태양광사업 반대 현수막을 마을 입구에 걸고 있다. 최종권 기자

 
태양광발전 사업 추진을 놓고 시골 마을 민심이 두 동강 났다. “친환경 태양광 발전시설은 사람과 농작물 등에 해가 될 게 없다”는 주장과 “청정 마을 유지를 위해 태양광 사업을 중단해야 한다”는 반대측 주민들이 대립하고 있다. 
 
논란이 된 장암 신대마을 뒷산은 마을 주민들의 공동 소유지다. 일본강점기를 거쳐 주민 6명이 소유하던 것을 1995년 산 일부를 매각하면서 동산운영위원회를 조직해 공동으로 관리하고 있다. 당시 70여 명의 주민들이 위원회에 가입했고 나머지 주민들은 제외됐다. 10년 전 마을 뒷산에 골프장 사업 추진으로 홍역을 치렀던 이곳은 올해 태양광발전사업 추진을 두고 또다시 마을의 분란이 시작됐다.
 
장암리 보전대책 주민협의회 정재영 위원장은 “산을 허물고 태양광 시설을 세우면 올해처럼 물난리가 날 경우 토사가 마을로 흘러들어와 큰 피해를 볼 것”이라며 “태양광 집열판 반사광으로 인해 농작물 생육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마을 산을 터전 삼아 양봉을 하는 김경원(63)씨는 “나무를 베고 나면 벌이 꿀을 채취할 수 있는 장소가 사라질 것”이라며 “태양광발전 시설이 설치되면 양봉업을 접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장암 신대마을 전경. 최종권 기자

장암 신대마을 전경. 최종권 기자

 
실제 태양광발전시설 예정지 주변으로 농경지가 많았다. 이 지역 대표 특산물인 대학찰옥수수와 배추·브로컬리 등 밭작물과 사과 등 과실수, 벼농사를 짓는 주민들도 있었다. 귀촌 8년차인 주민 심미경(52·여)씨는 “정부가 원자력발전 축소를 방침으로 정하면서 전국에 태양광시설 허가를 우후죽순으로 내주고 있는 건 문제”라며 “송전선 설치로 인한 전자파, 집열판 열기와 반사광으로 인해 피해를 볼 게 뻔하다. 탈원전이 재앙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홍남표(61) 신대마을 동산운영위원장은 “융복합 태양광시설이 들어서면 친환경적으로 생산되는 전기를 농업과 축산업에 활용할 수 있다”며 “업체로부터 연간 2000만원의 마을발전기금을 받는 것도 약속한 상태라 주민 소득 증대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마을 공동재산을 노리고 거주하는 사람들을 막기위해 마을동산운영위원회를 구성했고 산주의 지위에서 매매 계약을 체결한 것”이라며 “사업 허가가 나면 나머지 주민들에게도 사업 설명회를 열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장암리보전협의회가 지난 25일 충북도청에서 태양광발전사업을 반대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최종권 기자

장암리보전협의회가 지난 25일 충북도청에서 태양광발전사업을 반대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최종권 기자

 
육동일 충남대 교수(자치행정학과)는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를 설치과정에서 현지 주민들의 안전과 환경영향 평가 등이 충분히 검토돼야 한다"며 "객관적인 평가 결과를 주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하는 과정도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장암 신대마을에 들어서는 56MW급 태양광발전시설은 1000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S사가 추진한다. S사는 지난 7월 산업통상자원부와 충북도에 인허가 신청을 냈다. 조만간 허가가 나면 설계과 토목공사 등을 거쳐 2019년 12월 준공될 예정이다.
 
충북도에 따르면 괴산군 청천면 화양리와 음성군 감곡면 양산리 등 충북내 5개 마을 주민들이 태양광발전소 건립을 반대하며 행정당국에 민원을 제기하거나 시위를 하고있다.
괴산=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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