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서해서 잡힌 오징어, 동해로 실려가 '울릉도오징어'로 팔리는 이유

지난 9일 오전 5시30분 충남 태안군 근흥면 신진도항. 집어등(오징어를 잡기 위한 조명기구)을 주렁주렁 매단 오징어잡이 배가 포구로 줄지어 들어왔다. 포항 구룡포 선적의 찬유호(29t)에 이어 남양호(29t)가 포구로 배를 댔다. 전날 오후 2시쯤 신진도항을 출항해 밤샘조업을 한 뒤 돌아온 배에는 펄펄 튀는 오징어가 한가득 실려 있었다.
지난 9일 오전 6시 충남 태안군 근흥면 신진도항에서 오징어잡이 배 선원들이 선어(얼음을 채운 상태의 오징어)를 하역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지난 9일 오전 6시 충남 태안군 근흥면 신진도항에서 오징어잡이 배 선원들이 선어(얼음을 채운 상태의 오징어)를 하역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7~9월 태안 앞바다 '황금어장' 형성… 신진도항 위판장 인산인해
새벽에 들어온 산오징어 활어차 실려 속초·강릉·삼척 동해안으로
포항·부산·울산 어선, 서해까지 달려와… 충남은 면허 한척도 없어

선원들이 먼저 선어(얼음을 채운 상태 오징어)가 담긴 스티로폼 상자를 내리자 기다리고 있던 대형 활어차가 포구 가장자리로 이동해 짐칸의 뚜껑을 열었다. 살아 있는 오징어를 싣기 위해서다. 선원들은 바닷물이 담긴 그릇에 오징어를 넣은 뒤 조심스럽게 활어차로 옮겼다. 5~6시간을 달려 도착하는 동해안까지 산채로 운반해야 제값을 받을 수 있어서다.
 
요즘 동해에서는 오징어가 잡히지 않아 서해 오징어가 동해안까지 팔려나간다. 서해 충남 태안 앞바다에 ‘오징어 황금어장’이 형성됐기 때문이다. 지난달 15일 시작한 태안 앞바다 오징어잡이는 다음 달 중순까지 이어진다.
 
난류성 어종인 오징어는 겨울에 동중국해 인근에서 머물다 난류를 따라 봄·여름 남해와 동해를 거쳐 러시아까지 올라간다. 겨울이면 다시 동중국해로 돌아간다. 이 중 일부가 남해에서 동해를 거치지 않고 서해로 올라온다.
지난 9일 오전 6시 충남 태안군 근흥면 신진도항에 들어온 어선에서 산 오징어를 활어차로 옮겨 싣고 있다. 신진호 기자

지난 9일 오전 6시 충남 태안군 근흥면 신진도항에 들어온 어선에서 산 오징어를 활어차로 옮겨 싣고 있다. 신진호 기자

 
예전에는 수량이 많지 않았지만 10년 전부터 어획량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오징어 어장이 형성된 태안 앞바다 격렬비열도 주변은 바다 온도가 평균 14~18도로 오징어가 살기에 좋은 조건을 갖췄다.
 
태안 앞바다에서 조업하는 배들은 포항과 울산·부산 선적이다. 동해안 배들이 서해로 몰려온 것이다. 충남에는 오징어잡이 면허를 가진 ‘채낚기 어선’이 한 척도 없어 이들이 먼 길을 마다치 않고 달려온 것이다. 현재 태안 앞바다에서는 30여 척이 조업 중이다.
 
태안 앞바다에서 잡히는 오징어를 거래하는 서산수협의 위판물량은 강원 속초수협이나 경북 울릉수협보다 많다. 7월말 기준 서산수협 거래물량은 36만4866㎏으로 속초수협(35만5505㎏), 울릉수협(10만3356㎏)을 앞질렀다. 지난해는 속초수협이 166만9685㎏으로 서산수협(108만9486㎏)보다 많았지만 2015년에는 서산수협이 318만7666㎏으로 속초수협(195만8706㎏)보다 39%나 많았다.
지난 9일 오전 9시 충남 태안군 근흥면 신진도항에 입항한 오징어잡이 배들이 하역작업을 하고 위해 기다리고 있다. 신진호 기자

지난 9일 오전 9시 충남 태안군 근흥면 신진도항에 입항한 오징어잡이 배들이 하역작업을 하고 위해 기다리고 있다. 신진호 기자

 
28일 서산수협 안흥위판장에서는 산오징어 한 마리에 3700~3900원에 낙찰됐다. 선어는 한 상자(20마리)당 4만7500원선에서 거래가 이뤄졌다. 낙찰가격은 어획량과 주문량에 따라 그날그날 달라진다. 27일에는 산오징어 한 마리당 최고 5200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신진도항에서 35년간 중도매인을 하고 있는 전풍용(72)씨는 “오랫동안 오징어를 거래했지만 요즘 잡히는 오징어가 더 찰지고 맛이 좋은 것 같다”며 “이제는 서해를 오징어의 황금어장으로 불러야 한다”고 말했다.
 
강원도 횟집들은 동해안에서 오징어가 잡히지 않자 서해안에서 잡힌 오징어를 어럽게 구해 장사하고 있다. 속초시 조양동의 물회 전문식당은 지난 27일 서해산 산오징어 100마리를 샀다. 이날 식당 주인이 도매상으로부터 사들인 오징어 가격은 20마리 기준 16만원. 한 마리당 8000원가량이다.
 
식당 주인 변철만(49)씨는 “물회 1인분에 오징어 1~2마리가 들어가는데 2만원에 팔아봐야 남는 게 없다”면서 “물회를 먹으러 오는 일행 중에 해산물이나 생선회를 먹지 않는 사람이 있어 손해를 보더라도 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충남 태안 격렬비열도 인근 해역에서 오징어 잡이를 마치고 신진도항으로 입항한 배에서 산오징어를 활어차로 옮기고 있다. 신진호 기자

충남 태안 격렬비열도 인근 해역에서 오징어 잡이를 마치고 신진도항으로 입항한 배에서 산오징어를 활어차로 옮기고 있다. 신진호 기자

 
속초시 대포동의 물회식당도 1만5000원이던 오징어 물회가격을 최근 2만원으로 올렸다. 이 식당 주인은 “도매상을 통해 서해안에서 온 오징어를 사서 쓰는데 비쌀 땐 1마리당 1만원이 넘어 부담된다”고 했다.
 
물회로 유명한 강릉시 사천면 횟집들도 서해안 오징어를 사서 쓰는 상황이다. 이 일대 일부 횟집들은 지난 27일 도매상으로부터 오징어 20마리를 17만원에 구매했다. 일부 횟집은 오징어 가격이 너무 비싸 메뉴판에서 아예 오징어 관련 메뉴를 빼버리기도 했다.
 
지난달 속초수협을 통해 판매된 오징어는 크기에 따라 20마리당 7~10만원에 거래됐다.
 
속초수협 관계자는 “오징어가 잡히지 않자 지난달 27일 이후엔 20척가량의 배가 바다에 나가지 않고 있다”면서 “일부 어민은 오징어잡이를 포기하고 잡어를 잡아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태안·속초=신진호·박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