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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 황금머리사자타마린 원숭이 4마리 얽히고 설킨 사랑과 전쟁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에 사는 희귀 원숭이 '황금머리사자 타마린(Golden-headed lion tamarin)'이 사고를 쳤다. '금·빛·물·결' 네 마리 중 암컷인 '물'이 지난달 말 새끼 2마리를 낳았다.   
 

에버랜드 사는 황금머리사자 타마린 지난 달 말 출산
원래 우두머리였던 '금'이 아닌 다른 암컷인 '물'이 새끼 낳아
아이 아빠는 물의 남편 '빛'이 아닌 금의 남편 '결'
치열한 서열다툼과 사랑싸움 뒤 우두머리와 짝도 바뀐 듯
'물'의 새끼 한 마리는 양 팔 뼈가 휘어진 장애로 버림받아
사육사들이 우유먹이고 재활훈련 시키는 등 정성으로 돌봐

황금머리사자 타마린은 얼굴 주변에 사자처럼 황금빛 갈퀴가 있는 원숭이다.  키 20~34㎝, 몸무게 500~700g인 작은 체구지만 몸보다 긴 꼬리(32~40㎝)를 가졌다. 브라질 아마존 일부 지역에서만 자라는, 그것도 야생에 6000~1만 마리만 남은 것으로 추정되는 국제적 멸종위기종(CITES) 1급의 희귀동물이다.  
 
황금머리사자 타마린 '금·빛·물·결'[사진 에버랜드]

황금머리사자 타마린 '금·빛·물·결'[사진 에버랜드]

희귀 동물의 출산은 축하해야 할 일. 그러나 '물'의 출산은 여러 가지 의미에서 '사건'이다.  
에버랜드의 황금머리 사자 타마린 '금·빛·물·결' 중 '금'과 '물'은 2015년생 암컷이고, '빛'과 '결'은 2014년생 수컷이다. 황금머리사자 타마린의 평균 수명이 15년인 만큼 사람으로 치면 암컷인 금과 물은 사춘기인 16~17살 정도다. 10대가 출산을 한 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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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놀랄 일은 우두머리인 '금'이 아닌 '물'이 출산을 했다는 것이다. 타마린 원숭이는 모계 중심 생활을 한다. 암컷 한 마리가 수컷과 새끼 등 2~8마리의 무리를 이끌며 먹이를 구하고 위험이 닥치면 먼저 나서서 공격한다.  
그래서 사육사들은 황금머리사자 타마린 암컷들이 사람 나이로 20대가 되는 내년쯤 우두머리인 금이가 먼저 출산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런데 예상치도 않았던 '물'이 새끼를 낳은 것이다.  
이들을 돌보는 송영관(39) 사육사는 "물이 출산했다는 것은 우두머리가 금에서 물로 바뀐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무 위에 앉아 있는 금·물·결·빛(왼쪽부터). 이중 암컷인 물이 지난달 새끼를 낳았다. [사진 에버랜드]

나무 위에 앉아 있는 금·물·결·빛(왼쪽부터). 이중 암컷인 물이 지난달 새끼를 낳았다. [사진 에버랜드]

그렇다면 새끼들의 아빠는 누구일까. 황금머리사자 타마린들의 원래 짝은 금과 결, 물과 빛이다. 물이 낳은 아기들인 만큼 아빠는 '빛'으로 추정됐다.
하지만 빛은 물이 낳은 새끼를 본체만체했다. 새끼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보인 것은 오히려 금의 남편인 결이었다. 결의 아이였던 것이다.
사육사들은 우두머리가 바뀌고 물과 별이 바람(?)이 난 시기를 지난 3~4월 쯤으로 보고 있다. 
 
당시 번식기가 다가오면서 우두머리였던 금의 예민함이 극에 달했다. 다른 황금머리사자 타마린들을 괴롭히고 물어 뜯어 피까지 봤다. 사육사들은 금을 달래야겠다는 생각에 2주 정도 금을 바로 옆 사육실로 옮겨서 따로 돌봤다. 
원숭이과 동물의 경우 성격이 난폭한 녀석은 격리했다가 다시 무리로 돌려보내면 폭력성이 덜하다고 한다. 
 
지난달 낳은 새끼를 등에 업고 있는 물과 결. 원래는 서로의 짝은 따로 있었다 [사진 에버랜드]

지난달 낳은 새끼를 등에 업고 있는 물과 결. 원래는 서로의 짝은 따로 있었다 [사진 에버랜드]

이 때 물과 결이 사랑에 빠진 것이다. 물은 금이 없는 틈을 타 우두머리 자리도 차지했다.  
송 사육사는 "처음엔 새끼들의 아빠가 빛이라고 생각했는데 빛보단 결이 육아에 더 열성을 보이는 것으로 볼때 결이 아빠로 추정된다"며 "야생에선 우두머리나 짝이 바뀌는 게 드물지 않다"고 말했다.
 
물은 임신을 하고 120일 이후인 지난달 27일 오후 6시45분쯤 새끼 2마리를 낳았다. 그런데 낳은 새끼 두 마리 중 한 마리가 사라졌다. 사육사들이 사육실을 뒤진 결과 새끼는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살펴보니 팔이 이상했다. 엑스레이(X-Ray)로 촬영한 결과 아기 황금머리사자 타마린은 양 팔 뼈가 모두 휘어진 장애를 가지고 있었다. 팔을 움직이지 못해 나무는 고사하고 어미 등에도 올라가지 못한 것이다.   
 
물이 낳은 새끼 중 장애를 가진 아기 황금머리사자 타마린. 두 팔을 제대로 움직이지 못한다. [사진 에버랜드]

물이 낳은 새끼 중 장애를 가진 아기 황금머리사자 타마린. 두 팔을 제대로 움직이지 못한다. [사진 에버랜드]

사육사들은 물이 새끼를 버린 것으로 추정했다. 야생에선 장애가 있거나 약한 새끼를 버리고 건강한 새끼만 거둬 키우는 경우가 많다.  
이후 '버려진' 아기 황금머리사자 타마린의 육아는 사육사들이 담당하게 됐다. 몸무게 56g에 몸길이 9㎝(꼬리만 10㎝). 젖병을 빨기엔 크기가 너무 작았다. 사육사들은 인공 포육실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주사기를 이용해 2~3시간씩 새끼에게 우유를 먹였다. 매일 따뜻한 물로 팔 근육을 마사지해주고 휜 뼈를 펴기 위해 붕대로 감는 등 재활치료에도 열심히다. 송 사육사는 "희귀동물이기도 하지만 장애를 가진 아기 동물이라 더 신경이 쓰인다"고 말했다. 
 
새끼가 태어난 지 1주일 뒤 사육사들은 돌보던 새끼를 사육실 유리창 너머로 물이에게 보여줬다. 자신의 새끼인지 알아본 듯 물은 유리창 코 앞까지 와서 끽끽 소리를 내며 새끼를 바라봤다고 한다. 이후에도 물은 사육사들이 새끼를 보여줄 때마다 안절부절 못하며 데려가려 했다.
하지만 아직 어미에게 돌려보낼 수는 없었다. 나무도 잡지 못하는 현재의 상태에선 무리에서 따돌림을 당할 수도 있다.
엄마 아빠와 만난 아기 황금머리사자 타마린. [사진 에버랜드]

엄마 아빠와 만난 아기 황금머리사자 타마린. [사진 에버랜드]

 
사육사들과 생활한지 한달. 아기 황금머리사자 타마린은 현재 굵은 나무가지는 잡을 수 있을 정도로 상태가 호전됐다. 몸무게도 65g 가까이 늘었고 몸 길이도 12㎝로 자랐다. 최근에는 바나나나 삶은 고구마 등 부드러운 먹이를 먹는 이유식을 시작했다. 사육사들은 어미와 비슷한 크기의 타마린 인형도 넣어줘 등에 매달리는 연습도 시키고 있다.
송 사육사는 "아기 황금머리사자 타마린이 무리에서 적응해 살아가려면 생후 6주 안에는 사육실로 돌려보내야 하는데 아직도 팔 힘이 많이 약해서 걱정"이라며 "나중에 독립 무리를 지어주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물에게 우두머리 자리를 빼앗긴 금도 곧 독립한다. 한 번에 최대 3마리의 새끼를 낳는 타마린은 암컷이 낳은 새끼를 무리 안의 모든 수컷과 다른 암컷들이 공동으로 양육을 한다. 그래서 수컷이 새끼를 키운다는 말이 나왔을 정도다.    
금도 처음엔 물이 낳은 새끼를 함께 돌봤다. 그러나 실질적인 육아는 물과 아빠인 결이 담당하고 있다. 또 금은 우두머리 자리에서 내려온 이후 무리 내에서 은근한 따돌림을 받고 있다고 한다.    
 
송영관 사육사가 아기 황금머리사자 타마린에게 우유를 먹이고 있다. [사진 에버랜드]

송영관 사육사가 아기 황금머리사자 타마린에게 우유를 먹이고 있다. [사진 에버랜드]

혼자 독립하는 것은 아니다. 금의 새로운 짝으로 원래 물의 남편이었던 '빛'이 결정됐다. 빛은 금이 우두머리였을 때부터 털을 골라주는 등 금에게 애정표현을 해왔다. 물이 새로운 우두머리가 된 뒤에도 은근하게 금을 챙기는 등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송 사육사는 "금도 독립 후 내년이면 새끼를 낳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조만간 새끼들의 이름도 지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용인=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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