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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원인미상 아파트 화재, 발화지점 세대주에 책임 못 물어"

아파트 화재로 여러 가구가 피해를 보았더라도 발화원인이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면 발화지점 세대주에게 피해 보상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화재로 이웃 여섯 가구 피해 입어
주택 보험사, 발화 세대 가구 가입
보험사 상대로 구상권 소송 제기
대법, "발화원인 모르면 책임 없어

2012년 11월 3일 오전 8시 55분쯤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신갈동의 한 아파트 10층 정모씨의 집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불은 정씨의 집안을 모두 태우고 이웃 여섯 가구로 번져 집기 등을 태웠다. 일부 주민들은 연기를 마셔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화재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소방서는 재산피해액을 약 3000만원으로 추산했다.
 
이 아파트 단지의 주택화재보험계약사인 메리츠화재해상보험은 피해자들에게 2676만원의 보험금을 지급했다. 메리츠화재는 화재 책임이 민법상 발화지의 공작물 소유자인 정씨 측에게 있다며 정씨가 가입한 흥국화재를 상대로 보상금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했더라도 원인을 알 수 없다면 최초 발화지점 세대주에게 피해보상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대법원이 판결했다. 사진은 본문과 관련 없음. [중앙포토]

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했더라도 원인을 알 수 없다면 최초 발화지점 세대주에게 피해보상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대법원이 판결했다. 사진은 본문과 관련 없음. [중앙포토]

 
1심 법원은 “정씨가 화재 발생과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사회 통념상 갖춰야 할 방호조치의무를 다하지 못했다”며 정씨의 화재 책임을 인정했다. 따라서 메리츠화재가 피해자들에게 지급한 보험금 전액을 흥국화재가 부담해야 한다고 법원은 판결했다.
흥국화재는 항소했지만 2심 법원도 정씨의 책임이 인정된다며 메리츠화재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대법원은 하급심의 판단을 뒤집었다.
 
대법원 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정씨가 발화지점 세대를 소유하고 있다는 것만으로 정씨가 방호조치의무를 다하지 못했다고 판단한 것은 잘못”이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정씨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정씨의 아파트가 통상 갖춰야 할 안전성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 있었다는 사실이 증명돼야 한다”며 “그에 대한 증명의 책임은 손해배상책임을 주장하는 원고에게 있다”고 설명했다.
 
이 사건의 경우 화재의 최초 발화지점과 발화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게 대법원이 1, 2심과 다른 판단을 내린 이유였다. 정씨 소유의 내부 공작물의 하자 때문에 불이 난 것인지 알 수 없었기 때문에 손해배상 책임도 물을 수 없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 민사부로 돌려보냈다.
 
유길용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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