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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김성희의 어쩌다 꼰대(9) "잘 나가는 친구 먼저 만나자 하지 말자"

기자
김성희 사진 김성희
[사진 pakutaso]

[사진 pakutaso]

 
쉬 노여워한다. 걸핏하면 상처받고 잘 삐친다. 나이 든 이들의 특징이다. 날이 들수록 친구며, 후배 심지어는 자식들의 별것 아닌 말에도 그리되는 걸 절감한다.

나이 들면 쉽게 상처받고 잘 삐져
큰 조직의 장된 지인 찾아갔으나
섭섭한 말 한마디에 마음 상해

 
그러니 사람 만나는 일이 만만치 않다. 허물없이 이야기할 만한 사이가 아니면 인간관계 자체가 ‘일’이 된다. 예전 직장생활 할 때 알던 이들을 만날 때는 더욱 조심스러워진다. 약속을 잡기 전에는 물론 만나서도 뭔가 아쉬운 소리를 하려 만나자고 한 게 아닐까 하는 오해를 주지 않으려 말 한마디, 손짓 하나 경계하게 된다. 그 정도가 아니라도 밥값, 하다못해 커피값을 낼 형편이 아니라면 아예 접촉을 꺼리게 된다. 많은 퇴직자가 공감하는 대목이리라.
 
 
[사진 cjinoo]

[사진 cjinoo]

 
지난해 이야기다. 가까운 이(적어도 내 생각에는)가 큰 조직의 장이 되는 경사가 생겼다. 당연히 휴대전화 메시지로나마 축하 인사를 전했다. 하지만 찾아가 만나지는 않았다. 취임 직후인 만큼 바쁘기도 할 터이니 나까지 나설 것은 없다고 여겨서였다. 몇 달 지난 후에야 통화했다. 그이가 하는 업무와 관련해 도움이 될 만한 아이디어가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사무실로 찾아가 이야기하니 솔깃해하긴 했다. 덧붙여 그러잖아도 내가 거들 만한 일을 몇 가지 생각하고 있노라 했다. 그러면서 내가 연락했을 때 혹 ‘개인적 청탁’을 하지 않을까 내심 걱정했다는 이야기를 털어놓는 것이었다.
 
그러고 보니 약속을 잡기 위한 전화통화에서 예전과 달리 뜨악한 목소리를 냈던 것이 떠올랐다. 전 같으면 사무실 근처나 시내에서 식사라도 하자 했을 법도 한데 오후에, 도심에서 한참 떨어진 사무실서 보자고 했던 이유가 있었던 모양이었다.
 
 
주변 지리 몰라 물었을 뿐인데…
 
 
[사진 Pixabay]

[사진 Pixabay]

 
뒤늦게 그런 사실을 알게 되니 기분이 썩 유쾌하지는 않았지만 좋게 이야기를 마쳤다. 도움이 될까 싶어 보자 한 것이었으니 말이다. ‘나만 떳떳하면 되니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끝내 명랑하지 않은 기억으로 남은 이유는 헤어지는 자리에서 오간 말 탓이었다. 주변 지리를 잘 몰라 지하철역으로 어떻게 가는지, 걸어가면 얼마나 걸리는지 물었더니만 의외의 답이 돌아왔다. “아휴, 회사 차를 개인 용도로 쓰면 안 되지.”
 
하늘에 맹세코, 그 친구의 차로 지하철역까지 데려다 달라 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그런데 대화 중, "대중교통 편이 마땅치 않겠다", "그래서 회사에서 제공한 차로 출퇴근을 한다"는 등의 이야기를 나눴던 것이 연상됐는지 몰랐다. 그래도 그렇지, 나를 공사를 혼동하는 인물 정도로밖에 쳐주지 않았단 말인가 하는 섭섭함이 컸다.
 
그 친구 사무실을 나와 물어물어 지하철역으로 가면서 속으로 되뇌었다. “그래, 너도 꼭 너 같은 친구 만나, 나 같은 대접을 받아봐라”라고.  
또한 다짐했다. “잘 나가는 친구, 잘 된 후배. 다시는 먼저 만나자 하지 말자”고.
 
김성희 고려대 미디어학부 강사 jaejae99@hanmail.net
 
[제작 현예슬]

[제작 현예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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