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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문 포럼] ‘소득주도 성장론’은 구원투수일 뿐이다

기자
김종윤 사진 김종윤
김종윤 경제부장

김종윤 경제부장

국가에서 생산한 모든 부가가치의 합이 국민소득이다. 뭔가를 생산하려면 자본과 노동의 투입은 필수다. 국민소득이 노동 몫과 자본 몫으로 나뉘는 이유다. 국민소득 중 노동 몫의 비중이 노동소득분배율이다. LG경제연구원 분석을 보면 2014년 기준 한국의 노동소득분배율은 70.9%다. 1997년 외환위기 직전 노동소득분배율은 80%를 넘었다. 꾸준한 하락세다.
 

소득주도 성장의 전제조건 ‘국제 공조’는 사실상 불가능
혁신성장 뒷받침돼야 마중물이 펌프 작동시킬 수 있어

중하위 계층은 노동소득에 의존한다. 노동소득분배율이 낮아진다는 건 경제성장의 몫을 노동보다 자본이 가져가는 비중이 커진다는 뜻이다. 자본소득은 상류층에게 주로 흘러간다. 먹고살기 위해 버는 대로 쓸 수밖에 없는 중하위 계층의 소득이 줄어드니 씀씀이도 준다. 경기침체가 계속되는 까닭이다. 이 고리를 끊자는 시도가 ‘소득주도 성장’이다. 중하위 계층의 소득을 끌어올려 ‘소비 증가→생산 확대→투자 증가→일자리 확대→소득 증가’의 선순환을 이루자는 아이디어다.
 
문재인 정부 취임 100일이 지났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재정 지원, 건강보험료 보장성 강화, 기초연금 인상 등 주요 정책은 소득주도 성장론에 뿌리를 둔다. 마중물을 부어(국민 실질소득 증가), 펌프를 작동시키면 우물물이 넘칠 것(경제성장)이라는 구상이다. 주류 경제학은 ‘소득은 성장의 열매’라고 본다. 성장의 결과로 소득이 늘어난다는 관점이다. 문재인 정부는 이 프레임을 뒤집겠다고 나섰다. 경제는 성장해도 불평등이 심해지는 현실을 직시했다. 빈부 격차의 골이 깊어지면 향후 성장은커녕 사회체제가 무너질 수 있다. 적절한 분배를 통해 소득을 끌어올리면 새로운 성장 경로를 만들 수 있다는 사고의 전환이다. 선진국도 비슷한 처지다. 탈산업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단순 일자리가 줄었다. 저소득층의 소득은 계속 쪼그라들고 있다. 계층 갈등이라는 시한폭탄 초침이 전 세계 곳곳에서 돌고 있다.
 
그럼에도 선진국이 소득주도 성장론을 채택하지 않는 이유가 있다. 이론의 시작은 2012년 국제노동기구(ILO) 보고서다. 후기 케인스 경제학파로 분류되는 마크 라부아(캐나다 오타와대) 교수와 엥겔베르트 슈톡하머(영국 킹스칼리지) 교수가 발표한 ‘임금 주도 성장(wage-led growth)론: 개념, 이론 및 정책’이다.
 
주목할 건 ILO의 보고서라는 점이다. ILO 회원국의 대표는 정부가 아니다. 대개의 국제기구와 다른 점이다. 사용자·노동자·정부 대표가 이사회에 속해 있다. 회원국은 183개에 달한다. 각국 노사정을 아울러 노동조건을 개선하고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국제 연대나 공조가 필수 가치다. 두 교수가 발표한 임금주도 성장론의 핵심도 여기에 있다. 이론을 실천하기 위한 전제 조건은 ‘국제 공조’다.
 
특정 국가가 노동자의 임금을 올리면 생산 비용이 늘어난다. 제품 가격은 올라갈 수밖에 없다. 경쟁력은 떨어진다. 세계는 열려 있다. 수입품이 시장을 장악하게 된다. 생산업체는 종업원을 줄이거나, 싼 노동력을 찾아 외국으로 생산기지를 옮겨야 한다. 취지와 정반대로 일자리가 줄게 된다. 함께 임금을 올려주는 국제 공조가 없으면 이론은 공상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런 공조, 불가능하다. ‘임금’주도 성장론은 자영업자가 많은 한국에 와서 ‘소득’주도 성장론이 됐다. 약점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정책 수단이 별로 없다. 소득주도 성장론은 ‘대한민국호(號)’를 도약시킬 핵심 엔진으로는 부족하다. 위기를 일단 잠재우기 위한 구원투수로 여겨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과거의 틀을 깨고 새로운 성장 패러다임을 만들려는 도전에 나섰다. 한때 이단으로 치부된 이론도 시간이 흐르면 정설이 될 수 있다. 이 도전이 성공하려면 혁신이 뒷받침돼야 한다. 성장의 씨앗은 기술혁신과 구조개혁을 통해 뿌려지는 법이다. 다음 차례는 노동시장 개혁, 규제 개혁 같은 ‘혁신 성장’ 청사진을 정교하게 짜는 것이다. ‘소득이 주도한다’면서 퍼주기만 한다면 마중물만 낭비할 뿐이다.
 
김종윤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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