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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과거사 상소 잇단 포기 … 법무장관, 지휘권 발동도

검찰이 ‘과거사’ 문제에 태도를 바꾸고 있다.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 불법 구금이나 고문에 의해 제대로 범죄가 입증되지 않은 채 유죄 판결을 받았거나 정치적 목적으로 조작한 것으로 의심되는 사건에 대한 항소·상소 포기가 잇따른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의 변화다.
 

MB·박근혜 정부 땐 절반 항소
문 대통령 “사법 고통 주면 적폐”
새 정부 들어선 4건 모두 포기

“사법 결정으로 끝내야 할 과거사
정치적 결정 개입 땐 더 큰 논란”

문무일 검찰총장은 이달 초 “권위주의 정부 시절 일부 시국사건에서 적법 절차 준수와 인권 보장의 책무를 다하지 못한 점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잘못 처리한 과거사의 대표 사례로 인민혁명당 사건(1964·74년)과 강기훈씨 유서대필 조작사건(91년), 전북 익산 약촌오거리 살인사건(2000년)을 언급했다.
 
2008년 임채진 당시 검찰총장이 과거사에 대해 유감을 표했다. 하지만 검찰 조직이 공식적으로 사과한 적은 없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선 과거사 사건에 대한 상소가 빈번했다. 피해자들이 재심을 통해 무죄 확정판결을 받았지만 검찰의 태도는 달라지지 않았다. 지난 5월에만 해도 검찰은 80년대 반공법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복역한 나종인(79)씨 재심사건에 대해 항소했다. 재일동포 간첩 조작사건 피해자인 서성수(66)·김태홍(60)씨 재심사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이후 3건의 과거사 재심사건에서 검찰은 연달아 항소 또는 상고를 하지 않았다. 항소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나씨에 대해 검찰은 지난 23일 상고를 포기했다. 앞서 ‘유럽 간첩단 사건’에 연루됐던 한승헌(83) 변호사 사건과 ‘김제 가족 간첩단 사건’이 모두 검찰의 항소 포기로 무죄 종결됐다.
 
형사사건 무죄 확정 이후 진행된 민사소송에서도 검찰은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유서대필 조작사건’ 피해자인 강기훈(54)씨와 가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법원은 지난 달 “6억8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소송 수행 정부 기관인 서울중앙지검은 곧바로 항소를 포기했다. 검찰은 “신속한 구제권리를 위해서”라고 이유를 밝혔지만, 중앙일보 취재 결과 이 사건은 박상기 법무부 장관의 지시에 따른 일이었다. 법무부 관계자는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의 경우 장관이 검찰총장에 대해 ‘수사지휘’한 사안이었다”며 “장관의 의사가 법무부 검찰국을 통해 대검에 전달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법무부 측에 따르면 박 장관의 이 같은 지시는 문재인 대통령의 뜻을 반영한 것이었다. 문 대통령은 지난 6월 국가 소송 사건에서 무분별한 항소를 자제하라고 지시했다. 지난 2월에 개봉한 영화 ‘재심’은 전북 익산 약촌오거리 살인사건‘이 소재였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였던 문재인 대통령은 영화를 직접 관람한 뒤 “사법의 이름으로 고통을 가하는 세상이 지속되는 건 우리가 청산해야 할 오랜 적폐다”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 출범 뒤 검찰은 과거사 재심 청구 사건들에서 잇따라 상소했다.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무죄가 선고된 재심 시국사건(항소 불가한 긴급조치 사건 278건 제외)에서 검찰이 항소한 비율은 50.4%였다. 같은 시기 일반 형사사건 항소율(8.1%)의 약 6배다. 검찰 관계자는 “검찰 내부에서도 과거사 재심 사건 상소 문제에 대한 고민은 있었다.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이런 고민 해결을 실행에 옮긴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사법적 결정으로 논란이 종식돼야 할 과거사 사건에 정치적 결정이 개입돼 조기 종결되면 논란의 불씨가 남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헌법학자인 허영 경희대 석좌교수는 “이번 정부에선 행정(대통령)·사법(대법원장)·수사기관(검찰)이 정치적으로 결합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건강한 견제 기능이 실종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사라 기자 park.sa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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