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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탁의 유레카, 유럽] 농축산물 저가 경쟁이 ‘네덜란드 살충제 계란’ 키웠다

‘살충제 계란’에 이어 E형 간염 유발 논란에 휩싸인 소시지까지 유럽발 식품 안전 파문이 계속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살충제 계란으로 인한 불안이 다른 분야로까지 확산 중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오염된 식품으로 인해 지구촌 10명 중 1명이 고통을 겪고, 연간 40만 명이 목숨을 잃고 있다. 이번에 유럽에서 문제가 된 식품들은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농축산물 수출국인 네덜란드에서 주로 생산됐다.
 

세계 2위 농축산물 수출국 규제 허술
생산 비용 낮춰야 수익나는 구조
싼 가격부터 찾는 소비자도 한몫
가디언 “계란 파동 더 큰 재앙 경고”

네덜란드의 농축산물 수출액은 2015년 기준으로 연간 824억 유로(약 109조6364억원)에 달한다. 네덜란드 통계청과 유럽연합(EU) 통계에 따르면 네덜란드는 2013년 EU 내에서 껍질째 수출되는 계란의 41.4%를, 닭 등 가금류 고기 수출의 23.6%를 차지했다. 전 세계 계란 및 가금류 고기 수출에서도 12%를 담당하고 있다.
 
전 세계 계란·가금류 고기 수출 12% 차지
 
네덜란드에서 생산된 계란은 유럽은 물론이고 아프리카와 중동, 아시아로까지 유통됐다. 2013년 자료를 보면 독일은 네덜란드가 수출하는 계란의 69%(4억2205만 유로 상당)를 구입했다. 벨기에·이탈리아·스위스·폴란드·프랑스·덴마크·영국 등도 주요 수입국이다. 아프리카 앙골라와 중동의 아랍에미리트도 주요 수입국 10위권에 포함됐다. 인체에 유해해 식용 가축에 사용이 금지된 살충제인 피프로닐이 검출된 네덜란드산 계란으로 인해 홍콩까지 계란 및 관련 제품을 폐기해야 했던 것은 거미줄처럼 얽힌 식품 공급망 때문이다.
 
유럽 주요 선진국의 유통업체에 납품하며 세계적인 농축산물 생산국 지위에 오른 네덜란드가 글로벌 식품 공급망의 위기를 초래하게 된 원인은 무엇일까. 일단, 유럽 시장 통합 등 글로벌 유통망은 통합되고 있는데 이를 감시·감독하는 규제가 뒤따르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또 치열한 가격경쟁 속에서 이윤 확보를 위해 불법 수단이 거리낌없이 동원되고 있다는 것이다. 네덜란드에서 피프로닐 포함 살충제를 농가에 판매해 체포된 2명도 이에 해당한다.
 
비즈니스 스탠다드는 “식품 사기는 대부분 식품 안전 관련 규정 위반이나 동물 복지 위반, 탈세, 회계 조작 등을 동반한다”며 “감독을 피하려고 서류를 조작하는 경우가 흔하다”고 전했다.
 
실제로 지난달 31일 영국 런던 법원에서는 2013년 유럽을 강타했던 ‘말고기 버거’ 스캔들에 연루된 업체 관계자 2명이 징역형을 선고받고 수감됐다. 테스코와 리들, 알디 등 영국의 대형마트 4곳에서 판매한 쇠고기 버거에 말고기가 섞인 것으로 드러나 영국에서만 1000만 개 이상이 수거됐다. 유죄 판결을 받은 이들은 말고기가 섞인 고기를 쇠고기로 둔갑시켜 납품하려고 제품 라벨과 서류를 조작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아일랜드와 스페인, 폴란드 등 다른 국가에도 불똥이 튀었었다.
 
전문가들은 유통업체 간 무한 경쟁이 벌어지면서 생산 농가에서도 비용을 줄여야 이윤을 남기는 구조가 된 것이 식품 사기가 벌어지는 또 다른 요인이라고 분석한다.
 
말고기 버거 파동 당시 영국의 대형마트들은 앞다퉈 값싼 냉동 버거를 선보이는 경쟁을 벌였다. 당시 다진 쇠고기는 ㎏당 3유로에 거래됐지만 말고기는 ㎏당 2유로로 저렴했다. 이번에 수감된 범법자들은 대형마트에 버거를 만들어 납품하면서 말고기를 섞어 원가를 낮춘 것이다.
 
IBM, 식품 유통경로 추적·관리 시스템 구축
 
이 같은 문제점은 피프로닐 오염 계란 파문에서도 지적되고 있다. 식품 등 재료 공급 시장은 이미 글로벌화돼 있어 납품 가격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비즈니스 스탠다드는 “계란 생산비는 납품가와 차이가 거의 없을 정도로 이윤이 적다”며 “위스키나 캐비어 같은 고급 식재료를 제외하면 대부분 식품은 대량 생산을 하지 않으면 수익을 내기 힘든 구조”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식품 공급망의 이런 특징 때문에 양계 농장은 대규모로 닭을 한꺼번에 키우며 대형화하고 있다. 이런 농장에서 닭이 진드기나 이에 시달려 죽거나 알을 낳지 못하면 타격을 받게 되는데, 피프로닐 같은 살충제를 쓰면 저비용으로 손쉽게 해결이 가능하다. 비용 절감을 최우선하는 업계 풍토가 유통업체-납품업체-생산 농가로 이어지는 식품 유통망을 지배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식품 안전 규제와 감독 기능은 허술한 상태다. 가디언은 “영국산 고기를 사용했다고 광고하는 라자냐를 먹더라도 다른 재료들은 동물 복지나 음식 안전 문제와 상관 없이 전 세계 어디에서든 값싸게 조달돼 쓰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간편식 표기사항에 모든 주요 재료의 원산지를 표시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스페인을 대표하는 양념 소시지인 초리조가 스페인산이 아닐 수 있다는 얘기다.
 
말고기 파문 이후 영국 정부를 위해 북아일랜드에서 식품 안전 문제를 조사한 크리스 엘리엇 교수는 “공급망이 길고 복잡할 수록 식품 사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지만 이를 감독하는 기능은 여러 기관에 흩어져 있다”며 “재정난을 겪는 지방자치단체들은 식품 안전보다 다른 분야를 우선시한다”고 지적했다.
 
식품의 가치보다 싼 가격을 먼저 고려하는 소비자의 구매 경향도 식품 안전을 뒷전으로 밀리게 하는 요소로 꼽힌다. 가디언은 “우리가 매장에서 식품을 구매할 때 가능한 저가이기를 원한다면 식자재 공급처의 마진에 대해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과 같다”며 “최근 계란 파동은 더 큰 재앙에 대한 경고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보도했다.
 
EU는 다음달 각국 관계 장관 회의를 열고 대책을 모색할 예정이다. 식품 사기에 대한 규제 및 처벌 강화와 함께 국가 간 식품 안전 정보를 긴밀히 공유하는 방안 등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식품의 유통 과정을 보다 쉽게 추적하고 대응할 수 있는 기술도 개발되고 있다. IBM은 세계적인 식품기업인 돌, 네슬레 등을 포함해 월마트, 크로거 등 대형 유통업체들과 함께 식품 유통 경로를 추적, 관리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김성탁 런던 특파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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