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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교포가 전해준 편지로 사랑 꽃피워 … 나라 사이에도 극복하지 못할 일 없어요

한·중 수교 25주년을 각별한 감회 속에 지켜본 부부가 있다. 미수교 상태인 1989년 결혼에 골인해 한·중 커플 1호가 된 안재형(52)과 자오즈민(焦志閔·54·사진)이 그 주인공이다. 온갖 난관을 뛰어넘어 사랑의 결실을 맺은 그들의 ‘핑퐁 러브’는 양국 국민들에게 감동을 선사했고 동시에 양국 국민 간 친밀감과 우호의 감정을 불어넣어 한·중 수교의 분위기를 무르익게 했다.
 
수교 25주년 기념일인 지난 24일 만난 자오즈민은 현역 시절보다 더 바쁜 사업가로 변신해 있었다. 휴대전화 컬러링 서비스를 처음 중국에 정착시키는 등 여전히 한·중 가교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수교 25주년에 하필이면 두 나라가 갈등을 겪고 있어 안타깝지만 수교의 초심(初心)으로 돌아가면 금세 해결될 문제”라며 “우리 부부의 사랑이야말로 25년 전 수교 당시의 초심이 아니겠냐”고 말했다. 다음은 문답.
 
요즘 뭘 하고 지내는지 궁금해하는 독자들이 많다.
“남편은 여전히 탁구계에서 활동하고 있고, 골프 선수인 아들 안병훈은 미국을 중심으로 활동 중이다. 나는 베이징에서 사업을 하고 있어 남편과 만나는 건 한 달에 두세 차례 잠깐씩 한국에 다녀올 때다. 아들이 PGA나 마스터스 대회 등 중요한 경기를 할 때면 응원을 겸해 미국에 간다.”
 
사업은 어떤 분야인가.
“모바일 결제와 애니메이션 등 콘텐트에 관련된 사업을 한다. 2002년 창업했는데 한국의 KT가 주주다. 한국에서 처음 유행한 컬러링 서비스를 중국에 처음 도입한 게 바로 우리 회사다. 푸젠성 샤먼(厦門)에도 지사가 있고, 많을 때는 직원이 300명이 넘었다.”
 
수교 기념일을 맞는 감회가 남다를 텐데.
“우리가 결혼한 건 수교보다 3년 앞선 1989년이다. 시대의 흐름상 언젠가 수교가 이뤄졌겠지만, 우리 부부의 사랑이 수교를 앞당겼다고 생각한다. 나도 그렇게 믿고 있고 많은 분들이 그렇게 말씀해 주신다. 중국인은 ‘조선족(재중 동포)과 결혼하려고 하냐’는 말을 할 정도로 한국에 대한 이해가 없었다. 내가 한국에 처음 왔을 땐 중국어를 밖에서 쓸 일이 없었는데 지금은 식당에 가도, 쇼핑을 가도 중국인과 마주친다. 내가 처음 한국으로 시집올 때와 지금은 천지가 뒤집힌 것(翻天覆地)이나 마찬가지다. 이런 일에 기여했다는 데 자부심을 느낀다.”
 
최근의 한·중 관계에 대해서는.
“하필이면 25주년이 되는 해에 양국 관계가 냉각돼 안타깝다. 20주년 기념일 때는 중국 국영 CCTV의 대형 특집 기획에 장팅옌(張庭延) 초대 주한대사와 함께 출연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절대 오래 가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문제는 정치인들이 어떻게든 균형점을 찾아내리라 본다. 우리는 국교가 없어 전화 연락도 못하고 직접 편지 왕래도 안될 때 양쪽을 오가는 재미교포가 전달해 주는 편지를 종이가 닳도록 읽어가며 사랑을 꽃피웠다. 법률적으로 양국 영토에선 결혼 인정이 안되니 제3국인 스웨덴 주재 한국 대사관에 가서 혼인 서약과 신고를 했다. 나라 사이에도 극복하지 못할 일이 없다고 본다. 우리 부부의 사랑이야말로 한·중 간의 초심 아닌가.” 
 
베이징=예영준 특파원 y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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