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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이 간다] “목사님, 세금 냅시다” vs “세무사찰로 종교자유 위협”

고대훈의 Fact&Fiction 
A목사(34)는 출석 신도 1000여 명이 다니는 서울의 한 교회에서 부목사로 재임 중이다. 그의 일과는 새벽기도에서 시작해 장례식 등 경조사와 병원·가정을 도는 하루 2~3곳의 심방 사역, 저녁 교육예배 등 늦은 밤까지 이어진다. 천직이자 하나님에 대한 섬김이기에 불만은 없다. 하지만 성직자도 생활인이다. 부인·딸(3)과 함께 먹고살아야 한다. 교회에서 생활비 명목으로 받는 ‘목회자 사례비’는 연봉으로 환산하면 2700만원. 월 통신비 10만원을 포함해 한 달에 225만원 정도다.

내년 시행 ‘종교인 과세’ 좌초 위기
김진표 의원 ‘유예안’이 논란 재연

‘목회 사례비=노동 대가’ 세금 내야
사이비 종교의 합법화 악용 소지도

“정치와 종교의 위험한 밀회 끝내야”
‘아드 폰테스(ad fontes)’ 정신 필요

 
세무적으로 그는 ‘무(無)소득자’다. 고용계약도 따로 없다. 노동의 대가로 얻는 소득이 아니라 ‘영적 봉사의 사례비’이기 때문에 소득세를 내지 않는다. 4대 보험(국민연금·건강보험·고용보험·산재보험)은 꿈도 못 꾼다. 직장에 다니는 부인 덕에 직장 건강보험에는 피부양자로 등록돼 있다. 하지만 국민연금 납부 예외자로 분류돼 노후 걱정이 슬슬 든다. 업무상 부상이나 질병이 생겨도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은행 대출은커녕 신용카드 만들기도 쉽지 않다.
 
이 모든 게 소득세를 내지 않기 때문에 당하는 불이익이다. A목사는 내년 1월로 예정된 ‘종교인 과세’ 시행으로 사회보장제도에 편입되길 간절히 기대한다. 그는 “성직자이기에 앞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세금을 내고 떳떳이 사회복지 혜택을 누리고 싶다”고 말했다. 그의 바람은 이뤄질까.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한국교회연합(한교연) 등 보수 성향의 교회들은 종교인 과세 시행에 반대한다. 한교연은 “과세 당국이 무조건 밀어붙이기식으로 시행에 들어갈 경우 현 정부 출범 이후 가장 큰 암초에 부닥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들은 다양한 이유를 들어 시행 연기를 주장한다. 정치적 목적의 세무사찰을 통한 종교 자유의 침해, ‘무소유’라서 소득 개념 자체가 없는 불교 등 다른 종교와의 형평성을 거론한다. 무분별한 탈세 제보, 소득세를 내는 이단·사이비 종교의 합법성 시비도 우려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기총 소속의 한 목사는 “지난해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최순실 게이트’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세무 당국과 제대로 된 소통이 없었다”며 준비 부족을 지적했다. 기본적으로 성(聖)의 영역을 세속의 잣대로 재단하는 것에 대한 부정적 생각이 바탕에 깔려 있다.
 
시행 넉 달을 앞두고 종교인 과세 논란에 불을 지핀 사람은 더불어민주당 김진표 의원이다. 그는 이달 9일 종교인 소득 과세를 2020년까지 2년 더 늦추는 법안을 발의했다. 개신교 의원 18명 등 25명이 동참했다. 김 의원은 왜 총대를 멨을까. 문재인 정부의 인수위원회 격인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그는 경기도 수원중앙침례교회 장로다. 김 의원은 “의회와 교회를 하나되게 했다”는 공로를 인정받아 ‘한국교회 연합과 일치상’의 수상자가 됐다. 이에 힘입어 보수적인 교회를 중심으로 ‘과세 재(再)유예론’이 번지고 있다.
 
종교인 과세는 불가침의 성역이었다. 유예론에 동조하는 B목사는 “반만년 동안 한반도에는 없던 세금”이라고 했다. 무과세가 사실상 불문법이라는 얘기다. 노동자와 다른 ‘성직자’라는 이유로 과세론은 번번이 불발됐다. 우여곡절 끝에 2015년 말 국회에서 목사·스님·신부·수녀 등에게 세금을 내도록 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이 처리됐다. 다만 종교계의 반발을 감안해 2018년 1월 1일로 시행을 2년 늦춰줬다.
 
가톨릭은 1994년부터 소득세를 자발적으로 내왔다. 당시 김수환 추기경은 “종교인도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납세의무를 지키는 것이 당연하다”며 ‘사제 소득세’의 자진 납부를 결정했다. 불교계도 조계종을 중심으로 과세에 우호적이다. 다만 개신교는 교단·단체별로 입장이 엇갈렸다. 그래도 시간이 흐르면서 납세는 되돌릴 수 없는 시대정신으로 굳어지는 듯했다. 그런데 느닷없이 재유예론이 개신교 일부에서 다시 불거진 것이다.
 
역시 정치가 문제다. 한국 사회에서 종교는 어떤 권력자도 쉽사리 통제할 수 없는 또 다른 권력이다. 2011년 3월 서울에서 열린 국가조찬기도회에서 이명박 당시 대통령이 목사의 인도 아래 무릎을 꿇는 장면이 상징적이다. 국가원수인 대통령도 종교의 권위 앞에서는 일개 신도에 불과했다. 이번 재유예론에는 보수적인 대형 교회의 표심을 의식한 정치인들의 계산이 도사리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둔 가운데 목사의 말 한마디가 지역사회의 여론과 표심을 좌우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김정수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과세 여부는 종교와 정치의 위험한 밀회라는 측면에서 봐야 한다”고 진단한다. 김 교수는 “국회의원들이 선거 때만 되면 절·성당·교회를 순례하고, 그런 걸 이용해 스스로 권력화하는 종교인들이 있다. 과세 논란도 그 연장선에 있다”고 설명했다.
 
많은 종교인은 소득 취약계층에 속한다. 고용노동부의 2015년 조사에 따르면 연평균 소득은 목사 2855만원, 승려 2051만원, 신부 702만원, 수녀 1224만원이다. 국내 전체 종교인 23만 명 중 과세 대상자는 4만6000명, 세수는 100억원대로 추산된다. 비과세 대상이 더 많고, 내는 경우도 한 명당 평균 20여만원에 불과하다. 소득 신고만 하면 세금 한 푼 내지 않고도 사회복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그래서 A목사처럼 저소득 종교인들은 납세론을 지지한다. 반면에 세금을 내야 하는 부유한 대형 교회의 목사는 처지가 약간 다르다. 익명을 원한 한 목사는 “대형 교회 목사의 경우 사례비가 많지만 정확히 파악조차 안 되는 상황인데, 세금을 내게 되면 헌금 규모 같은 교회 재정이 노출돼 불편하다. 정치권에 압력단체로 활동하며 이른바 ‘목사 정치’를 하기 위해 비자금을 모아 두기도 한다”고 전했다.
 
진보적 목소리를 내는 교회들은 “교회 재정의 투명성 제고로 가는 첫걸음이 목회자의 납세”라는 입장이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는 “선거 악영향을 두려워하는 일부 정치권이 또다시 종교인 과세를 저울질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NCCK 정의평화국장 강석훈 목사는 “사례비는 근로의 대가다. 목회자가 소득세 납세를 통해 사회적 신뢰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결국 종교인의 결단에 달렸다. 헌법 제38조에 ‘모든 국민은 납세의 의무를 진다’고 규정돼 있다. 목회자도 예외는 아니다. “종교인에게 과세하지 않는 근거는 법이 아니라 관행일 뿐”(김갑순 동국대 회계학과 교수)이며, “교회가 돈에 대해 투명해져야 한다”(최호윤 교회재정건강성운동 실행위원장)는 견해는 설득력이 있다.
 
올해는 종교개혁이 일어난 지 500주년이다. 종교개혁 구호 중 ‘아드 폰테스(ad fontes)’라는 말이 있었다. ‘근본으로 돌아가라’는 뜻이다. 돈과 권력을 탐하지 말고 예수의 가르침에 따라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는 게 교회의 근본이리라.
 
*이 기사의 취재와 작성에는 김솔·이유진 인턴기자가 참여했습니다.
 
고대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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