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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바 인수 무산 위기 … 하이닉스 ‘낸드 강자’ 꿈 멀어지나

SK하이닉스가 미국 반도체 회사 웨스턴디지털(WD)에 도시바 메모리를 빼앗기게 생겼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도시바가 반도체 자회사인 도시바 메모리를 당초 우선협상대상자였던 ‘한·미·일 연합’이 아니라 WD가 포함된 ‘신(新) 미·일 연합’에 넘기기로 합의했다고 27일 전했다. 신미일 연합에는 WD 외에 미국의 투자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일본 산업혁신기구·일본정책투자은행 등이 참가했다. SK하이닉스와 미국 사모펀드 베인캐피털 등이 포함된 한미일 연합 컨소시엄은 지난 6월 말 도시바 메모리 매각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었다.
 

“경쟁국에 기술 넘어가” 여론에 밀려
WD 포함된 미·일 연합이 이달 인수
삼성전자와 단숨에 양강 구도 형성
낸드플래시 점유율 35%로 급상승

도시바와 WD 측은 세부 사항에 대한 조율을 거쳐 이달 내에 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보인다. 매수액은 한미일 연합이 제시했던 것과 같은 2조엔(20조5400억원) 수준이다. WD는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회사채 형식으로 도시바 메모리에 1500억 엔(1조5400억원)을 투입할 걸로 알려졌다. 주식으로 전환할 경우 15% 남짓한 의결권을 확보하게 된다.
 
아사히 신문은 “WD는 이후로도 의결권 기준 보유 주식 비중을 3분의 1 미만으로 제한하고, 도시바 메모리에 임원도 파견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주요 경쟁당국의 독점금지법 심사를 통과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것이다.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 2분기 기준 WD의 낸드플래시 시장 점유율은 17.5%로 도시바와 같다. 두 회사가 사실상 하나로 합친다고 가정하면 낸드플래시 시장의 35%를 점유하게 된다.
 
매각 협상이 막판에 뒤집힌 배경엔 일본의 여론과 WD의 ‘몽니’가 있었다. 협상을 중재한 일본 정부계 펀드가 가장 우려했던 건 “우리 반도체 기술이 중국·한국 같은 경쟁국에 넘어가선 안된다”는 여론이었다. 도시바와 합작회사를 보유한 WD는 입찰이 진행되던 5월부터 발목을 잡고 넘어졌다. “도시바가 우리 동의 없이는 회사를 못팔게 해달라”며 국제 소송을 냈다.
 
SK하이닉스도 이 두 가지 장애물을 인식하고 있었다. 우선협상대상자 발표 당시 “지분을 확보하지 않고 융자 형태로 3000억~5000억 엔(3조~5조원)을 댄다”고 알렸던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후 “SK하이닉스가 향후 지분 전환을 전제로 투자했다. 최종적으로 15~25%의 의결권을 확보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며 분위기는 빠르게 바뀌었다. 도시바 측은 7월 중순 “WD와 대만 훙하이 등과도 매각 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알렸다.
 
소송 칼자루를 휘두른 WD가 협상을 주도하게 된 건 ‘시간 싸움’에서 이겨서다. 도시바가 알토란 같은 반도체 사업을 파는 건 원전 사업 실패로 짊어진 천문학적 빚 때문이다. “얼른 도시바 메모리를 팔아서 빚을 갚으라”는 채권단의 압박 때문에 매각 협상을 서두를 수밖에 없었다. SK그룹 고위 관계자는 “WD가 낸 소송이 발목을 잡으면 매각 작업이 원점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게 도시바 측은 큰 부담이었다”며 “결국 협상을 신속히 마무리하기 위해 WD와 손을 잡은 걸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로써 도시바와 손을 잡고 낸드플래시 시장의 위상을 강화하려던 SK하이닉스의 시도는 물거품으로 돌아가게 됐다. SK하이닉스는 D램 시장에선 확고한 2위 업체지만 낸드플래시 시장에선 시장 점유율이 10% 안팎에 불과한 4, 5위권 업체다. 전원이 꺼져도 데이터가 지워지지 않는 특성의 낸드플래시는 최근 데이터 센터와 고급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
 
송용호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는 “하이닉스는 도시바와의 기술 제휴를 통해 낸드플래시 업계의 2위로 성장하기를 원했을텐데 이제 단시간에 시장점유율을 늘리는 것은 사실상 어려워졌다”며 “삼성전자, 도시바의 손을 잡은 WD가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하이닉스가 격차가 벌어진 3위 정도에서 둘을 추격하는 형태로 시장 질서가 재편될 걸로 보인다”고 말했다.
 
안기현 한국반도체협회 상무는 “그래도 대만의 훙하이 같은 신생업체가 반도체 시장 경쟁에 뛰어드는 것보다는 나은 소식”이라며 “도시바를 업고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건 아쉽지만, 하이닉스의 기존 사업이 타격을 받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미진·김도년 기자 mi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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