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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의 민주화' 럭셔리 경매, 국내서 성공할까

국내 경매 시장이 미술품에 이어 럭셔리까지로 점점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아톰과 미키마우스를 합친 캐릭터로 유명한 이동기 작가의 작품과 함께 놓인 에르메스의 버킨백. [사진 서울옥션블루]

국내 경매 시장이 미술품에 이어 럭셔리까지로 점점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아톰과 미키마우스를 합친 캐릭터로 유명한 이동기 작가의 작품과 함께 놓인 에르메스의 버킨백. [사진 서울옥션블루]

직장인 유정희(38)씨는 최근 중고 거래로 이탈리아 럭셔리 브랜드 보테가베네타의 장지갑을 샀다. 온라인 중고 거래 사이트나 매장을 이용한 게 아니었다. 경매회사의 럭셔리 경매였다. 새 제품이 100만원이라 부담스러웠던 차에 경매에서 31만원(이하 19.8% 수수료 불포함)에 낙찰을 받았다. 유씨는 "평소 갖고 싶었던 지갑이었던 데다 새것이나 다름없을 정도로 상태가 좋아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럭셔리로 영역 넓힌 경매회사 
1440만원에 낙찰된에르메스 켈리 28.[사진 서울옥션블루]

1440만원에 낙찰된에르메스 켈리 28.[사진 서울옥션블루]

흔히 미술품 거래 방식으로 알려진 경매가 이제는 럭셔리 패션 아이템으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2017년 2월 서울옥션의 온라인 경매 자회사인 서울옥션블루(auctionblue.com)를 시작으로, 9월엔 K옥션(k-auction.com)도 온라인 럭셔리 경매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 이 두 곳은 원래 국내 미술품 경매 메이저회사로, 럭셔리 카테고리를 별도 운영한다. 그런가하면 미술전문기업 헤럴드아트데이(artday.com)는 2014년부터 미술품을 경매할 때 럭셔리 제품을 일부 입찰하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올 초 시작한 서울옥션 이어 K옥션도 9월 시작
공신력 무기로 5조원대 중고 명품 시장 노려
명품 큰 손 고객 미술시장으로 유인 전략도

매장서 못사는 에르메스도 척척 구매
롤렉스의 스테디셀러이자다이버 워치인서브마리너. 최종 낙찰가는 2520만원이었다. [사진 서울옥션블루]

롤렉스의 스테디셀러이자다이버 워치인서브마리너. 최종 낙찰가는 2520만원이었다. [사진 서울옥션블루]

에르메스 H아워 (HH1810). 7회 응찰 끝에 90만원에 낙찰됐다. [헤럴드아트데이]

에르메스 H아워 (HH1810). 7회 응찰 끝에 90만원에 낙찰됐다. [헤럴드아트데이]

경매 대상은 핸드백 등 잡화 및 시계·보석이 주를 이룬다(K옥션은 보석 제외). 대기 순번조차 받기 힘든 에르메스의 버킨백처럼 희소성 있는 제품부터 롤렉스 오이스터 퍼페추얼이나 까르띠에 탱크 솔로 등 각 브랜드의 클래식한 제품까지 모두 등장한다. 낙찰가 역시 그야말로 천차만별이다. 지난 7월 서울옥션블루의 온라인 경매 사이트에서 열린 경매에서는 한 번도 쓰지 않은 2013년 에르메스 버킨백이 1420만원에 낙찰됐다. 2013년 판매가는 대략 1100만원대였다. 그런가하면 8월 22일 경매에서는 IWC의 2017년 포르토피노 시계가 285만원에 낙찰됐다. 이 모델의 매장 가격은 560만원이다. 서울옥션블루 이지희 경매본부장은 "경매에서 가격은 얼마냐 오래됐냐, 새 것이냐로 달라지기보다 희소성, 참여 고객의 선호 컬러나 사이즈, 물건상태 등에 따라 영향을 받는다"고 말했다. 
고객 입장에서 럭셔리 경매는 명품을 시중가보다 낮은 가격에 얻는 장점도 장점이지만, 해당 매장에서조차 쉽게 살 수 없는 물건을 비교적 손쉽게 구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명품의 민주화'라 불리기도 한다. 돈이 있어도 매장에 가서 바로 살 없는 에르메스 버킨백을 경매에서는 얼마든지 곧바로 내 손에 넣을 수 있기 때문이다. 
30회 응찰을 기록한 샤넬 클래식 캐비어 점보 네이비 은장. 400만원에 낙찰됐다. [사진 서울옥션블루]

30회 응찰을 기록한 샤넬 클래식 캐비어 점보 네이비 은장. 400만원에 낙찰됐다. [사진 서울옥션블루]

매장가 약 1570만원인 IWC 포르투기스새상품이 경매에서 1150만원에 낙찰됐다. [헤럴드아트데이]

매장가 약 1570만원인 IWC 포르투기스새상품이 경매에서 1150만원에 낙찰됐다. [헤럴드아트데이]

중고 명품시장 5조원으로 추산
핸드백이나 보석·시계가 경매에 나오는 건 전혀 새로운 일이 아니다. 이미 크리스티나 소더비 등 세계 주요 경매 업체들이 미술품과 함께 일찌감치 다뤄왔던 영역이다. 다만 경매 역사가 짧은 국내에서는 이제 막 눈을 돌리는 중이다. 어떤 배경이 있는 걸까.  
천연 다이아몬드 반지, 메인 스톤은 다이아몬드 5.59캐럿, 보조석은 다이아몬드4개로최고 낙찰가 1억400만원을 기록했다. [사진 서울옥션블루]

천연 다이아몬드 반지, 메인 스톤은 다이아몬드 5.59캐럿, 보조석은 다이아몬드4개로최고 낙찰가 1억400만원을 기록했다. [사진 서울옥션블루]

30일 마감되는 경매에 나온까르띠에 플라워 다이아몬드 반지.시작가 320만원이다. [헤럴드아트데이]

30일 마감되는 경매에 나온까르띠에 플라워 다이아몬드 반지.시작가 320만원이다. [헤럴드아트데이]

업계 관계자들은 명품 구매가 대중화하면서 중고 거래 역시 많아진 걸 꼽는다. 업계가 추정하는 국내 중고 명품시장 규모는 최소 5조원이다. 하지만 여전히 개인 간 은밀하게 거래되거나 믿을 수 없는 중고 사이트가 많아 진위 여부가 종종 논란이 된다. 경매회사들은 이 점에 주목해 미술품 경매의 노하우를 럭셔리 제품에 적용시켰다. 서울옥션블루 이지희 경매본부장은 "'신뢰할 수 있는 채널에서 럭셔리 제품을 사고 팔고 싶다'는 고객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에서 사업을 시작했다"며 "자체 감정팀을 두고 소장품 가격 책정을 투명하게 하는 게 기존 중고 명품숍과 차별화하는 요소"라고 밝혔다.
500만원에 낙찰된 파텍필립의 엘립스 다이아몬드 베젤 빈티지 시계. [사진 헤럴드아트데이]

500만원에 낙찰된 파텍필립의 엘립스 다이아몬드 베젤 빈티지 시계. [사진 헤럴드아트데이]

실제 서울옥션블루와 K옥션에는 럭셔리 제품의 명품 전문가들로 구성된 감정팀이 있고, 헤럴드아트데이는 외부 전문가에게 감정을 의뢰하고 있다. 또 보석의 경우 브랜드 제품이 아닌 원석이라도 GIA나 한국보석감정평가원 등 공신력 있는 기관의 보증서가 있는 제품만 취급한다. 이외에도 경매 회사들은 제품의 사후 수리는 물론 만약 낙찰 뒤 가짜 판별이 나면 전액 보상도 보장한다. 
 
신뢰도 위해 자체 감정팀까지 
온라인 럭셔리 경매가 속속 생겨나는 데는 달라진 명품 고객들의 구매 패턴도 한 몫했다. K옥션 전략기획팀 김정임 이사는 "이제는 직구나 편집쇼핑몰을 통해 럭셔리 브랜드의 몇 백만원짜리 옷이나 가방을 온라인으로 사는 일이 낯설지 않다"면서 "이러한 구매 습관이 온라인 경매에도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럭셔리 경매의 주고객층인 30대 후반~40대 초반이 유행에도 민감하면서 동시에 어느 정도 구매력을 갖췄다는 점이 이를 반영한다.  
천연 블루 사파이어(8.31캐럿) 에천연 다이아몬드 50개가 박힌 반지.1000만원에 낙찰됐다. [사진 서울옥션블루]

천연 블루 사파이어(8.31캐럿) 에천연 다이아몬드 50개가 박힌 반지.1000만원에 낙찰됐다. [사진 서울옥션블루]

가장 중요한 건 미술 시장과 럭셔리 시장 고객의 선순환을 꾀한다는 사실이다. 크리스티의 핸드백 국제부문 수장인 매튜 루빈거는 2014년 한 인터뷰에서 "럭셔리 VIP 중 대략 20%가 미술품 경매에도 참여하고 있고, 또 세계적 럭셔리 그룹들 역시 미술품에 끊임없이 투자하고 있다"면서 "이 둘의 교집합인 우리(경매회사)가 교류의 장을 여는 게 자연스럽다"고 밝힌 바 있다. 국내 업체들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럭셔리 경매 입찰자가 자연스럽게 미술품에도 눈을 돌리고, 미술품 고객이 경매품을 내놓으면서 자금을 확보하는 순환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이규현 이앤아트 대표 역시 "1000만원짜리 가방을 사는 사람은 많아도 비슷한 가격의 미술품을 사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게 국내 부자들의 현주소"라며 "제한된 미술시장 고객을 유인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온라인회원 가입 뒤 실물 보고 입찰 
럭셔리 온라인 경매의 입찰과 위탁은 미술품과 크게 다르지 않다. 먼저 구매자라면 해당 사이트에 회원 가입을 하고 원하는 물건이 있을 경우 일주일 전부터 마련하는 프리뷰에 가면 된다. 프리뷰란 경매 주최 측이 마련한 전시로, 실물을 확인하는 동시에 해당 제품의 설명을 자세히 들을 수 있는 자리다. 응찰 시 시작 가격에 따라 5~20만원 단위로 가격을 올리면 되는데, 11~19%대의 수수료가 추가된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낙찰 받으면 즉시 카드·무통장 입금 등의 방법으로 결제해야 하고, 고가라면 직접 가져다주는 배송 서비스를 신청할 수 있다. 
입찰 전 '프리뷰' 에 가면 관심 있는 경매품의 실물을 볼 수 있다. [사진 서울옥션블루]

입찰 전 '프리뷰' 에 가면 관심 있는 경매품의 실물을 볼 수 있다. [사진 서울옥션블루]

제품을 팔 때도 일단 회원 가입을 하고 신청을 한다. 이후 해당 제품을 들고 직접 업체를 찾아 감정팀과 함께 시작 가격을 조율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미리 애플리케이션 '프라이스 잇(price it)에서 시세를 검색해봐도 좋다. 
상품 상태에 따라 4~7개의 등급으로 분류되는데 한정판이거나 희소가치가 높은 경우가 아니라면 대개 새 제품 혹은 새 제품과 거의 비슷한 수준만 위탁 대상이 되기 쉽다. 서울옥션블루와 헤럴드아트데이는 부정기적이지만 거의 한 달에 한 번, K옥션의 경우 매주 열릴 예정이다. 이도은 기자 dangd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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