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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값 싼 한국인 셰프? 그게 경쟁력 아닌가요"

2017년 2월 그랜드 하얏트 서울은 개관 이후 처음으로 페이스트리 총괄 셰프에 한국인을 내세웠다. 23년 경력의 하형수(44) 셰프다. 첫 한국인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있었지만 호텔 델리는 그 어느 때보다 순항 중이다. 하 셰프가 기획한 '애프터눈 티 뷔페' 덕분에 페이스트리 부문은 전년 동기대비 40% 이상 매출이 늘었다. 비결은 역시 메뉴다. 하 셰프는 다른 호텔들이 하듯이 딸기·망고 등 한 가지 식재료만 사용하지 않고 다양한 제철 식재료를 활용한다. 그는 "마케팅적인 부분을 고려하면 딸기나 망고처럼 한 가지 식재료를 내세운 게 편리하지만 맛 측면에선 부족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랜드 하얏트 서울 개관 39년 만에 첫 한국인 페이스트리 셰프로 발탁된 하형수 셰프. [사진 그랜드하얏트 서울]

그랜드 하얏트 서울 개관 39년 만에 첫 한국인 페이스트리 셰프로 발탁된 하형수 셰프. [사진 그랜드하얏트 서울]

몸으로 문화를 받아들여야
하 셰프는 고등학교 때부터 사촌 누나의 작은 빵집 일을 도우며 자연스럽게 페이스트리 셰프를 꿈꿨다. 고향인 부산 동의과학대에서 식품공학을 전공한 이후 1994년부터 부산 BNC와 서울 아루 등의 베이커리에서 경력을 쌓았다. 그리고 2002년 스물아홉의 나이에 유학을 떠났다. "김치찌개 끓이는 방법을 제대로 배우려면 한국 경험이 필요하듯 페이스트리 셰프로 성장하려면 본고장인 프랑스 유학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였다. 

하얏트 첫 한국인 페이스트리 셰프 하형수
실력 같다면 가성비가 경쟁력
요리 기술보다 문화 익혀야 실력 늘어

프랑스 리옹 제과 학교, 에꼴 벨루에 꽁세이에서 제과제빵과정을 수료했다. 부잣집 자녀가 취미생활하듯 배우는 게 디저트 유학이라고 오해하는 사람도 있지만 하루 15시간 이상 조리대에 서서 빵을 만들만큼 고된 유학생활을 했다. 다리에 무리가 와서 하지정맥류 수술을 받았고, 설탕 공예를 배울 때는 1주일 만에 체중이 5㎏이나 줄기도 했다. 몸은 고됐지만, 실력은 크게 늘었다. 들인 노력도 물론 큰 역할을 했지만 문화를 익혔기 때문이다. 유학 초기 그는 샌드위치 한 개도 다 먹지 못할 정도로 토종 입맛이었다. 하지만 프랑스 식문화에 익숙해지면서 유학이 끝날 무렵엔 샌드위치 하나쯤 거뜬히 먹을 수 있게 됐다. 
"문화를 받아들여야 사람이 바뀝니다. 아무리 해외여행 자주 가고 케이크를 수없이 만들어봐도 그 나라의 문화를 제대로 알지 못하면 음식 실력이 늘 수 없어요. 해외에 나간다는 건 음식을 배우는 게 아니라 문화를 배우고 익히는 거예요. 그동안 한국 호텔에 외국인 셰프가 많았던 것도 그들의 음식을 우리가 제대로 만들지 못했기 때문이거든요. 해외 문화를 경험하고 체화한 셰프가 많아지면서 자연스레 한국인 셰프가 늘고 있습니다. "
한국 식문화가 발달하고 온갖 레시피와 식자재가 풍성한 요즘에도 그가 후배들에게 끊임없이 해외 경험을 권유하는 건 이런 이유다. 
늘 4가지 대안을 준비
그랜드하얏트서울 애프터눈티 뷔페.애프터눈티의 골자인 차와 디저트는 지키면서 한국인이 좋아하는 뷔페 형태를 도입해 인기를 끌고 있다.[사진 그랜드하얏트서울]

그랜드하얏트서울 애프터눈티 뷔페.애프터눈티의 골자인 차와 디저트는 지키면서 한국인이 좋아하는 뷔페 형태를 도입해 인기를 끌고 있다.[사진 그랜드하얏트서울]

2005년 한국에 돌아온 그는 파크하얏트 서울의 개관 멤버로 참여했다. 이후 2010년 반얀트리 클럽 앤스파, 2012년 콘래드 서울까지 세 호텔의 개관을 맡았다. 콘래드 서울의 페이스트리 총괄 셰프이자 부총주방장을 맡고 있던 그는 2017년 초 그랜드 하얏트 서울로 자리를 옮겼다. 
영입 제안을 받고 2주 동안 고민했다. 39년 만에 첫 한국인 페이스트리 총괄 셰프 자리인 만큼 매력을 느꼈지만 소화불량에 걸릴 만큼 부담도 컸다.
"내가 잘못하면 한국인 페이스트리 셰프 명맥을 끊을 수도 있잖아요. 한국인 최초라는 타이틀로 끝나지 않고 계속 한국인 셰프가 이어가야 한다는 생각을 하니 부담이 크더라고요."
한편으론 서울의 주요 호텔 개관을 성공적으로 해낸 만큼 자신이 있었다. 또 다른 외국인 셰프들을 제치고 발탁된 만큼 자부심도 느꼈다. 
그는 자신이 발탁된 이유를 유연함에서 찾았다. 예를 들어 하 셰프는 한 가지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최소 4가지 대안을 준비한다. 맨 처음 A 시도 후 실패하면 바로 B·C·D의 대안을 순서대로 제시한다. 호텔 개관은 미처 생각지못했던 돌발변수는 워낙 많고 시간은 늘 촉박하다보니 다양한 대응방법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주방이 없거나, 인원수보다 그릇이 모자라는 상황에서 요리를 해야하는 등 악조건을 많이 겪었지만 한번도 "못한다"는 말은 해본 적이 없단다. 일단 도전하고 어떻게든 해낸다. 남들 보기에 무리한 지시일지라도 그는 늘 "네, 해보겠습니다(Yes, let me try)"라고 답한다. 그는 "해보지 않고 가능한지 불가능한 지를 어떻게 아느냐"며 "일단 도전해보고 안되면 그때 포기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이런 자세는 플랜B가 아니라 플랜C, D까지 준비하는 습관과 맥이 닿아 있다. 
가성비는 분명한 경쟁력
하형수 셰프가 외국에서 배운 레시피로 만든 티라미수. [사진 그랜드하얏트 서울]

하형수 셰프가 외국에서 배운 레시피로 만든 티라미수. [사진 그랜드하얏트 서울]

하 셰프는 "한국인이기 때문에 한국에서 외국인 셰프보다 더 잘할 수 있는 점이 많다"고 강조했다. 우선 소통이다. 적지 않은 외국인 셰프가 한국어를 잘 하지 못해 대다수인 한국인 직원들과 소통에 어려움을 겪는다. 반면 하 셰프를 비롯한 많은 호텔 소속 한국인 셰프들은 영어·불어까지 어느 정도 구사할 수 있어 누구와도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다. 덕분에 마찰도 적다. 간혹 한국의 사정을 잘 모르는 외국인 셰프들이 무리한 지시를 하기도 하거나, 반대로 "외국인 셰프는 한국을 모른다"며 한국인 셰프들이 상사의 지시를 거부하는 일이 있다. 한국인 총괄 셰프는 그런 갈등의 여지가 아무래도 적다.
"한국인 셰프를 고용하는 게 외국인 셰프보다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이 들기 때문 아니냐고 폄하해서 바라보는 시각이 있는데 솔직히 틀린 말은 아니에요. 하지만 이 점 역시 한국인 셰프의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똑같은 자장면이라면 보다 저렴한 것을 고르는게 당연하죠.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성비는 중요한 요소니까요. 외국인 셰프와 동등한 실력이라면 한국인 셰프가 더 유리하겠죠. " 
헬 키친 말고 해피 키친
하형수 셰프가 만든 애플 타르트.[사진 그랜드하얏트 서울]

하형수 셰프가 만든 애플 타르트.[사진 그랜드하얏트 서울]

총괄 셰프가 된 지 벌써 반년. 느슨해질 법도 하지만 그는 여전히 매일 '무엇을 더 할 수 있을지' 고민한다. 매일 저녁 델리 마감 후엔 잘 팔린 것과 아닌 것을 확인하며 메뉴 개편을 생각한다. 호텔에서 열리는 업체 행사에 어떤 디저트를 내놓을지 고민하느라 하루에 7~8개씩 새로운 디저트를 만들어보는 것도 흔한 일이다. 글루텐이나 설탕이 들어가지 않은 빵도 개발중이다. 그는 "호텔은 특수한 식성을 가진 사람 등 다양한 사람이 오기 때문에 이들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메뉴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주방 분위기가 편하고 즐거울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하 셰프의 몫이다. 젊은 후배들과 호흡하기 위해 후배들이 보고 싶어하는 콘서트에 함께가거나 압구정동이나 이태원 등 최신 트렌드를 볼 수 있는 곳도 자주 찾아나선다. 대신 불필요한 회식은 없앴다. 셰프라면 음식을 먹는 것도 공부가 되는데 상사와 함께 먹으면 배우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주방에선 항상 웃고 즐겁게 일하자는 게 내 원칙입니다. 기분 나쁘고 불행한 셰프가 만든 음식을 먹는 고객이 절대 즐겁고 행복할 수 없어요. 또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오잖아요. 그러니까 후배들이 자유롭게 일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죠. " 
애프터눈티 뷔페에서도 얼마든지 격식있는 나만의 애프터눈티를 만들 수 있다. [사진 그랜드하얏트서울]

애프터눈티 뷔페에서도 얼마든지 격식있는 나만의 애프터눈티를 만들 수 있다. [사진 그랜드하얏트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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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정 기자 song.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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