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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랩 리포트]트럼프같은 대통령 두느니 일당체제 가겠다는 중국

책 <차이나 모델>은 캐나다 출신의 정치철학자인 대니얼 A 벨이 2015년 미국 프린스턴 대학에서 출간한 저서다. 한국에는 2017년 번역출간됐다.  
 
그는 이 책에서 "지난 30년간 중국에서는 '현능주의(賢能主義, meritocracy)'라는 정치체제가 형성되어 왔다"고 설명한다. 현능주의란 쉽게 말해, 어질면서도(賢) 능력(能)있는 자가 리더가 되는 시스템이다. 현능주의에서는 지식, 덕성, 사교능력을 가진 지도자를 선출한다. 선거로 리더를 뽑는 민주주의 국가에선 다소 생경할 수 있는 개념이다.  
 
왜 중국에선 선거로 지도자를 뽑지 않을까. 이에 대해 그는 "중국 지도자들을 대의 민주주의 방식인 선거로 뽑지 않는데는 그만한 사정이 있다"고 설명한다.  
 
다니엘 벨 교수. 중국이 현능주의 정치로 이뤄져 있다고 설명한다. [출처: 차이나랩]

다니엘 벨 교수. 중국이 현능주의 정치로 이뤄져 있다고 설명한다. [출처: 차이나랩]

 
지난 22일 서울 서교동에서 열린 북콘서트에서 만난 다니엘 벨 교수는 "처음에 이 책이 나올 때 제가 친(親)중국 정부 인사라는 오해를 받았다"면서 "현능주의를 소개하면 중국 체제가 우월한 것이냐는 질문을 받는데, 그게 아니라 현능주의는 중국인들이 정치 역사속에서 고심끝에 택한 시스템이라는 점을 말하고 싶었던 것"이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고향인 캐나다와 중국의 예를 비교했다.  
상하이에서 열린 행사에서 태극권을 선보이고 있는 트뤼도 캐나다 총리. [출처: 이매진 차이나]

상하이에서 열린 행사에서 태극권을 선보이고 있는 트뤼도 캐나다 총리. [출처: 이매진 차이나]

캐나다는 3000만 명이고 자원이 풍부한 나라다. 반면 중국은 13억 인구에 자원이 상대적으로 많지 않은 나라다. 우리 어머니는 트뤼도 현 캐나다 총리가 잘 생겼다는 이유로 표를 주셨는데, 우리 어머니 같은 이유에서 사람들이 캐나다 총리를 뽑는다고 한들, 그게 '세상의 종말'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물론 잘 생기고 정치도 잘 하면 좋지만 별개의 문제다). 하지만 중국의 사정은 매우 다르다. 중국은 아주 큰 나라인데다 중앙정부 정책결정들이 다른 나라에까지 깊은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은 주니어 정치지도자 시절부터 자질을 갖추고 노력해온 지도자를 뽑는 게 최선의 선택이다. 현능정치에서 지도자는 과학, 역사, 경제학에서의 지식도 가져야하고 지방정부를 이끌어온 정치 경험도 많아야 한다. 캐나다의 예를 빗대 말하자면 중국인들이 잘생겼다는 이유로, 지도자를 선거를 통해 (인기투표처럼)선출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인류의 종말을 야기하는 일이다. 결론적으로 말해 중국에서 선거민주주의는 하위정부에선 적합할지 모르나 최상위 수준 정부에선 적절하지 않다.
 
현능정치도 문제가 있다는 비판에 대해 그는 "중국은 애매하게 민주주의를 채택하는 것보다는 자신들의 시스템에 적합한 현능주의를 선택하는 게 낫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은 단순 인기 영합으로 지도자를 뽑을 수 없다"면서 현능정치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동료 평가를 통한 선발이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짚었다.
 
또 그는 중국서 최고지도자에 여성이 더 많이 나와야 한다고 역설하기도 했다. 벨 교수는 "현능정치에서 좋은 지도자의 자질 중, 사교적 기술이 있는데 평균적으로 여성이 여기에 더 뛰어난 모습을 보인다"면서 "중국 정부도 정치 최상위에 여성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규모 공동체라면 대의 민주주의 가능
중국처럼 수억명 체제는 현능정치가 최선
 
책 <차이나 모델>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첫째는 대의민주주의, 즉 선거민주주의의 한계에 대해 이야기한다. 둘째는 현능정치가 이를 어떻게 보완할지를 설명한다. 벨 교수는 "요즘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처럼 자세를 못 갖춘 지도자가 나오는 마당에, 과연 서구 민주주의가 적절한 시스템인지에 대한 의문이 들 때도 있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출처: 픽사베이]

도널드 트럼프 [출처: 픽사베이]

그렇다고 해서 그가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영국의 정치가 윈스턴 처칠은 "민주주의는 그동안의 모든 제도를 제외하면 최악의 통치 체제"라고 말했다. 처칠의 말은 민주주의의 우수성을 역설적으로 이야기하는 대표적인 표현이다. 당연히도 나치즘이나 북한에서 일어나는 세습독재보다는 훨씬 나은 제도다.
윈스턴 처칠 [출처: 이매진 차이나]

윈스턴 처칠 [출처: 이매진 차이나]

그러나 이 좋은 대의 민주주의가 모든 국가에서 작동하지는 않는다. 그는 "100명 정도 되는 소규모 공동체에서야 대의 민주주의가 작동이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수 억명이 모인 국가는 정치 사안에 대해 제대로 모르는 이들이 많다. 이럴 때는 현능주의가 대안이다"고 강조했다.  

2500년전으로 거슬러가면 유교 사상을 지닌 관료들이 과거제를 통해 공직에 들어섰고 나라를 다스렸다. 중국의 현능주의는 유구한 역사를 갖고 있다. 벨 교수는 현능주의의 토양에서 중국 리더들이 최근 30년간 많은 성과를 이뤄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그 물밑에서는 훌륭한 지도자를 어떻게 뽑을지에 대한 치열한 논쟁도 있었다. 추천제가 좋을지, 시험을 볼지, 추천과 시험을 병행할지, 아니면 현장경험을 평가할지...다양한 논의 끝에 궤도에 오른 게 오늘날의 중국 지도자 선출 방식이라는 것이다. 벨 교수는 "중국의 현능주의는 종종 서구인들의 시선에는 뭉뚱그려진 권위주의적 독재체제로 오해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며 이에 대한 오해도 풀고 싶었다고 말했다.  
 
중국이 현대화되고 현 중국의 청년 세대들이 보다 해외 경험이 풍부해지면서 중국 정부가 대면한 상황은 한층 복잡해지고 있다.  
 
15년이나 20년후에도 중국의 현능정치는 그대로 갈 수 있을까?
이에 대해 그는 "중국 최고지도자들은 현재보다 정치적 정당성과 투명성을 더 많이 요구받게 될 것"이라면서 "국민투표제를 통해 현능정치가 보완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다시 우리 어머니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총리는 얼굴 보고 뽑으시던 우리 어머니도 만일 우리 고향인 퀘벡이 분리해(어디까지나 가정인 상황)독립국가가 되어야 한다는 중요한 사안을 맞닥뜨리면 조금은 더 현명하게 판단하고 국민투표제에 임할 것이다.
즉, 중국인들도 지도자는 현능정치 하에서 당 중앙이 결정하되, 향후 미래에 "수도 베이징을 천도하자"는 이슈 등에 대해서는 국민투표제를 도입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정치 참여에 보다 적극적이고 언론의 자유를 갈구하는 중국 젊은 세대들이 늘어날 수록 이러한 요구도 늘어날 수 있다.  
 
그는 국민들의 관심을 갖는 분야(▲환경문제 ▲빈부격차 줄이기 ▲ 언론의 자유 증진 등)에 대해 중국 지도자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예컨대 중국에서 공공연히 이야기할 수 없는 주제 '3T'(톈안먼사건, 타이완, 티벳)에 대해서도 논하게 될 날이 언젠가는 오리라는 분석이다. 그는 "과거에는 접근가능한 자료도 제한적이었고 사람들의 의견을 청취하기도 어려웠지만 이제는 다르다"고 말했다. 예컨대 소셜미디어의 하나인 위챗 그룹 채팅방에도 자유주의, 사회주의, 유교주의 등 다양한 공론장이 열려 있고 여기에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 중국의 모바일 혁신이 공론장까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대니얼 벨 교수=차이나 모델은 한국에서 번역된 그의 첫 책이다. 베이징에서 공부하고 15년간 살아온 경험과 8년간 홍콩에서 생활한 경험을 녹여 책에 담았다. 책을 쓰기 위해 영어와 중국어 자료가 같이 있는 싱가포르의 도서관에서 자료 수집을 주로 했다.  
칭화대학 철학 및 슈워츠먼 국제대학원 교수이자 산둥대학교 정치행정학부 학장을 맡고 있다. 프린스턴대 중국 총서 책임편집인이기도 하다. 그의 아내는 중국인이다. 중국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 중 하나도 그의 아내 덕이라는 그는 현재까지 27년간의 결혼생활을 유지하고 있으며 잘 살고 있다고 웃었다. 유교 사상에도 관심이 많아 유교를 연구하기 위해 한국 안동을 여러 차례 방문하기도 했다.  
 
차이나랩 서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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