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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찬수의 에코 파일] 녹조, 무리한 4대강 사업 탓인가

녹조   Water-blooming
2017년 7월 낙동강에서 발생한 녹조. 녹색 물감을 풀어놓은 것 같다. 강찬수 기자

2017년 7월 낙동강에서 발생한 녹조. 녹색 물감을 풀어놓은 것 같다. 강찬수 기자

강이나 호수에 녹조류 또는 시아노박테리아 같은 식물플랑크톤이 크게 번식해 물빛이 짙은 녹색을 띠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녹조는 특히 부영양화된 호수에서 흔히 나타난다.
식물플랑크톤이 자라는 데에는 질소(N)와 인(P) 같은 영양분이 필요한데, 강이나 호수에 이러한 영양물질이 많은 상태를 부영양화(富營養化, eutrophication)라고 한다.
 
녹조(綠藻)와 녹조(綠潮)는 발음은 같지만 한자와 의미가 다르다.
녹조(綠藻)는 여러 가지 조류(藻類, algae) 중의 한 종류다.
예를 들어 해조류를 녹조류·갈조류·홍조류 등으로 나눌 때의 녹조류(綠藻類, green algae)를 말한다.
이렇게 나뉘는 것은 이들이 광합성을 할 때 사용하는 세포 내 광합성 색소가 다르고, 이로 인해 가장 잘 활용하는 태양광선의 파장도 다르기 때문이다.
바다에서는 파래·청각 같은 것이 녹조류다.
이런 대형조류 외에 물에 떠다니는 플랑크톤 중에도 녹조류가 있다.
담수에서는 대형조류 대신 플랑크톤이 대부분이다.
2014년 7월 낙동강 녹조. 사진은 강정고령보 하류에 위치한 달성보와 합천창녕보 사이 구간이다. [프리랜서 공정식]

2014년 7월 낙동강 녹조. 사진은 강정고령보 하류에 위치한 달성보와 합천창녕보 사이 구간이다. [프리랜서 공정식]

이에 비해 녹조(綠潮)는 강이나 호수 등에 식물플랑크톤이 자라서 녹색으로 변한 것을 말한다.

바다나 호수에 식물플랑크톤이 크게 번식해 물 자체가 붉은색으로 변했을 때를 적조(赤潮, red tide)라고 하는 것과 비슷하다.
적조의 경우 보통 바다에서 관찰되지만, 호수에서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녹조(綠潮)의 원인이 녹조류 때문일 수도 있지만, 국내 호수나 강에서는 대부분 남조류(藍藻類, blue-green algae)가 대량으로 번식한 탓이다.
남조류는 남세균(藍細菌)이라고도 불리기도 하는데, 시아노박테리아(cyanobacteria)가 정확한 표현이다.
일반적인 녹조류는 세포핵을 가진 진핵생물로서 식물로 분류되는 반면 시아노박테리아는 광합성을 하는 원핵생물, 세균이라고 보면 된다.
세균처럼 세포 내에 별도로 구분되는 핵이 없다.
낙동강에서 채집된 남조류(시아노박테리아) 마이크로시스티스(Microcystis aeruginosa)의 광학 현미경 사진. 여름철 녹조 발생의 원인 생물이다. 작은 세포가 주머니 속에 들어있다가 주머니가 터지면 하나씩 흩어지게 된다.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

낙동강에서 채집된 남조류(시아노박테리아) 마이크로시스티스(Microcystis aeruginosa)의 광학 현미경 사진. 여름철 녹조 발생의 원인 생물이다. 작은 세포가 주머니 속에 들어있다가 주머니가 터지면 하나씩 흩어지게 된다.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

광합성을 하는 원핵생물인 시아노박테리아는 식물과 미생물의 중간 정도로서 성장 속도가 빠르다.
좋은 조건에서는 이틀에 한 번 꼴로 번식을 한다.
세포 하나가 두 개로 나뉘는 식으로 번식한다고 보면, 20일이면 약 1000배로 불어날 수 있다.
 
시아노박테리아는 광합성을 하기 때문에 태양광선이 풍부하고 수온이 높을수록 잘 번식한다.
비료 성분이기도 한 질소와 인이 많으면 잘 자란다.
낙동강에서 채집된 남조류(시아노박테리아) 아나베나(Anabaena flos-aquae)의 광학 현미경 사진. 여름철 녹조 발생의 원인 생물이다. 사슬형태로 돼 있으며 사슬 중간에는 공기 중의 질소를 고정하는 역할을 맡고 있는 세포도 있다.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

낙동강에서 채집된 남조류(시아노박테리아) 아나베나(Anabaena flos-aquae)의 광학 현미경 사진. 여름철 녹조 발생의 원인 생물이다. 사슬형태로 돼 있으며 사슬 중간에는 공기 중의 질소를 고정하는 역할을 맡고 있는 세포도 있다.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

일부 시아노박테리아는 공기 중의 질소를 고정하기도 한다.

공기 중의 질소는 생물이 직접 사용할 수 없지만 뿌리혹박테리아 등은 이를 생물이 사용할 수 있는 암모니아로 전환할 수 있는데, 이것이 질소고정이다.
시아노박테리아 일부도 특수한 형태의 세포에서 질소를 고정한다. 시아노박테리아 중에는 환경이 나빠질 때 포자를 형성하는 종류도 있다.
2017년 7월 낙동강 녹조 - 구지 오토캠핑장 앞. 강찬수 기자

2017년 7월 낙동강 녹조 - 구지 오토캠핑장 앞. 강찬수 기자

광합성을 하는 식물플랑크톤이 물속에서 크게 번식을 하려면 태양광이 풍부해야 하고, 수온이 높아야 하고, 영양분이 많아야 한다.
여름철 오염도가 높은, 부영양화된 강이나 호수에서 녹조가 발생하는 것도 식물플랑크톤이 잘 자랄 수 있는 이 같은 조건이 잘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녹조가 발생하면 물에서 흙냄새 같은 악취가 발생하기도 한다.
또 시아노박테리아의 경우 사람이나 동물에게 해로운 물질, 즉 마이크로시스틴 같은 독소를 생산하기도 한다.
상수원에 녹조가 발생하면 수돗물을 생산할 때 오존이나 활성탄을 사용해 고도정수처리를 하는 등 그 만큼 신경을 더 써야 한다는 의미다.
2017년 여름 대전, 충남, 충북, 세종 등 충청권 시민들의 식수원인 대청호 상류에서도 녹조가 발생했다. 충북 옥천군 군북면 추소리 대청호 상류가 녹조로 번지기 시작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2017년 여름 대전, 충남, 충북, 세종 등 충청권 시민들의 식수원인 대청호 상류에서도 녹조가 발생했다. 충북 옥천군 군북면 추소리 대청호 상류가 녹조로 번지기 시작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녹조가 발생하면 호숫물의 수소이온농도(pH)가 알칼리성을 띠기도 한다.
이산화탄소가 물에 녹으면 약한 산성을 띠는데, 반대로 물속에 녹아있는 이산화탄소를 식물플랑크톤이 흡수하면 알칼리성을 띠게 되는 것이다.
 

식물플랑크톤이 대대적으로 번식했다가 한꺼번에 죽으면 물속에 가라앉아 썩게 된다.
깊은 호수 밑바닥에서는 식물플랑크톤 사체가 세균이나 곰팡이 등에 의해 분해되는데, 이때 호수처럼 고인 물에서는 물속의 산소가 고갈되기도 한다.
산소가 고갈되면 퇴적토에서 독성이 있는 황화수소가 배출돼 물고기들이 떼죽음 당하기도 한다.
 
최근 낙동강이나 금강·영산강 등에서 매년 여름 녹조가 심하게 발생하고 있다.
환경단체 등에서는 ‘녹조 라떼’라는 말까지 만들어냈다.
녹조가 심해져 강물이 녹색으로 변한 모습이 카페에서 판매하는 ‘녹차 라떼’와 비슷하다 해서 붙인 이름이다.
대구시 달성군 구지면 도동서원 옆 낙동강 도동나루에 악취와 함께 녹조가 번지고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대구시 달성군 구지면 도동서원 옆 낙동강 도동나루에 악취와 함께 녹조가 번지고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일부에서는 이명박 대통령 정부가 4대강 사업으로 보를 건설해 강물의 체류시간이 길어졌기 때문이라는 주장하고 있다.

식물플랑크톤 세포가 분열하는 데 걸리는 시간보다 체류시간이 길면 식물플랑크톤 숫자는 늘어나게 되고, 그런 상황이 지속되면 녹조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호수의 상류에서 내려오는 물을 계속 모았다고 했을 때, 그 양이 호수 전체의 물의 양과 같아지는 데 걸리는 시간을 체류시간이라고 한다.
상류에서 내려오는 물이 적거나 호수의 물이 많으면, 즉 물그릇이 크면 체류시간이 길다. 
 
반면 다른 쪽에서는 녹조 발생이 보 때문이 아니라 기후변화로 인해 여름철 폭염이 심해진 탓이라거나, 질소 인과 같은 오염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이 같은 논란은 다음 글에 잘 요약돼 있다.
 
(정부는) 하수처리장에 인(P) 제거 시설을 확충하여 인을 97% 제거함으로써 수질을 개선한다고 주장합니다. 하수종말처리장에서 인을 제거하는 것은 잘하는 일입니다. 그러나 보를 세우지 않고 강물이 흘러야 하수종말처리장의 인 제거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보를 세워 강물이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 물은 썩을 것입니다. -최병성, 『강은 살아있다-4대강 사업의 진실과 거짓』
 
결국 녹조가 발생하는 데는 태양광과 수온, 질소와 인, 그리고 체류시간 등의 조건이 맞아야 한다.
 
그런데 태양광과 수온은 계절의 변화와 지리적인 위치가 결정하기 때문에 사람이 근본적으로 통제할 수가 없다.
질소와 인도 하수처리장을 거쳐 나가는 것보다 논밭이나 도로, 빈 땅에 흩어져 있다가 빗물에 섞여 들어가는 것이 훨씬 많다.
바로 비(非)점오염원(non-point source)다.
정부에서도 이 비점오염원을 해결하려하지만 생각만큼 쉽지 않다. 통제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녹조 발생원인 가운데 사람이 그나마 통제할 수 있는 것이 체류시간이다.
댐을 쌓거나 보를 쌓으면 저수량이 늘어난다.
호수로 들어오는 물의 양, 즉 유입량이 일정할 때 저수량이 늘어나면 체류시간도 같이 늘어난다.
체류시간이 줄면 녹조생물이 번식할 시간이 짧아지고 녹조 발생도 줄어든다. 4대강에서 보가 논란이 되는 이유다.

 
질소와 인 농도가 높은 4대강에서는 여름철이면 언제든지 녹조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인데, 강을 막아 호수를 만들면서 남조류가 자랄 시간을 충분히 제공해주니까 녹조가 대대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로 4대강 충남 금강 공주보 수문이 지난 6월 1일 오후 개방됐다. 문 대통령은 지난 5월 22일 이명박 정권 당시 추진됐던 4대강 사업의 전면 재조사와 전국 4대강 16개 보 중 녹조와 오염이 심한 공주보 등 6개보의 수문을 상시 개방하라고 지시했다. 프리랜서 김성태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로 4대강 충남 금강 공주보 수문이 지난 6월 1일 오후 개방됐다. 문 대통령은 지난 5월 22일 이명박 정권 당시 추진됐던 4대강 사업의 전면 재조사와 전국 4대강 16개 보 중 녹조와 오염이 심한 공주보 등 6개보의 수문을 상시 개방하라고 지시했다. 프리랜서 김성태

한편, 2017년 5월 들어선 문재인 정부는 4대강 살리기 사업으로 인한 4대강 생태계 변화를 정밀 조사한 뒤 2018년 말까지 16개 보 철거 등을 포함한 4대강 재(再)자연화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녹조 관련기사
 
 
관련 도서
『강은 살아있다-4대강 사업의 진실과 거짓』

 
최병성 지음  ∣  황소걸음
목사에서 생태운동가로 변신한 저자가 정부의 4대강 사업이 갖는 문제점을 조목조목 따진 책이다. 4대강 현장 구석구석을 발로 뛰며 저자가 직접 촬영한 사진도 곁들였다.
 
 

 
 
 
 
 
 
『2016년 조류(녹조) 발생과 대응 연차 보고서』
 
환경부 지음
매년 4대강과 주요 호수에서 녹조가 발생하는 상황, 조류경보 발령 내용 등을 담고 있다. 환경부가 작성한 이 보고서에서도 체류 시간 증가가 녹조 발생의 주요 원인임을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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