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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적 물증 없이 “정경유착” 단정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징역 5년형이 선고됐다. 하지만 재판부 스스로 밝혔 듯이 명시적인 부정 청탁은 없었다. 유죄 근거로 ‘정경유착’을 내세웠지만 이를 입증할 결정적 물증은 끝내 없었다. 또 기업이 권력의 강압적 요구를 거스르기 어려운 현실적 상황도 고려되지 않았다. 삼성과 재계는 물론 법조계 일각에서도 “납득하기 어려운 판결”이라고 주장하는 이유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부장 김진동)는 25일 1심 선고공판에서 이 부회장이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를 도와줄 것을 기대하고 박근혜 전 대통령 측에게 89억원의 뇌물을 건넨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의 승마훈련 지원금 중 73억원과 최씨 조카 장시호씨가 주도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지원한 16억원을 뇌물로 본 것이다. 재판부는 또 회삿돈으로 독일에 있는 최씨를 지원했다며 이 부회장의 횡령과 재산국외도피 혐의도 인정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특검이 제시한 ‘정경유착’이란 프레임을 그대로 차용하면서도 정황·증언 이외에 이를 뒷받침할 결정적 물증 없이 유죄를 선고했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물증과 확증 없이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한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재판부도 “이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개별 현안에 대한 부정한 청탁을 했다고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포괄적 현안에 대한 묵시적 청탁은 있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정작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을 촉발한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204억원)은 뇌물로 판단하지 않았다. “수동적으로 응한 것”이란 이유에서다. 이 부회장의 변호인인 송우철 변호사는 “법리 판단, 사실 인정 모두 법률가로서 도저히 수긍할 수 없다. 항소심에서 공소사실 전부에 대해 무죄가 선고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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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기업 총수가 유죄를 선고받으면서 삼성의 경영시계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게 됐다. 2014년 이건희 회장이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후 이 부회장이 실질적인 총수 역할을 대신해왔기 때문이다. 재계는 판결에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청문회에서 여러 대기업 총수가 증언했 듯이 정치권이 부당한 요구를 하더라도 거부하기 힘든 게 우리의 현실”이라며 “정부가 재벌 개혁을 강하게 밀어붙이는 상황에서 이번 판결이 기름을 붓는 역할을 하지 않을까 긴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대기업 고위 임원은 “정치적 사건으로 한국 대표 기업의 총수가 범죄자가 되면서 당사자인 삼성은 물론 다른 기업의 대외 이미지까지 나빠질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외신들도 이 부회장의 유죄 선고를 비중 있게 보도했다. 일본 교도통신은 이 부회장의 소식을 ‘긴급’으로 송고하면서 “이 부회장에 대한 유죄 인정은 한국에서 가장 큰 기업집단인 삼성의 명성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박태희·김승현 기자 adonis55@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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