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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 “삼성, 대통령 지원 요구 거절 어려웠을 것” 의견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실형 선고에는 최순실씨 측으로 흘러간 돈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재판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의 김진동 부장판사는 이 부회장에 대해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제기한 433억원의 뇌물 공여 혐의 중 정유라씨 승마 지원금(73억원)과 장시호씨가 운영한 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금(16억원)만 뇌물로 판단했다.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한 출연금은 뇌물로 보지 않았다.
 
재판부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이 부회장과의 독대에서 승마 지원이 미흡하면 강하게 질책하고 지원이 이뤄진 뒤엔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도 한 점에 비춰 최씨로부터 승마 지원 과정을 전달받아 온 것으로 보인다”며 “두 사람의 공모 관계가 인정된다”고 승마 지원을 뇌물로 판단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이 부회장 변호인은 “공무원(박 전 대통령)이 아닌 일반인인 최씨가 전적으로 이득을 얻었기 때문에 뇌물이 될 수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공모 관계를 전제로 승마 지원을 삼성 측의 여러 현안에 대한 ‘묵시적 청탁’의 대가로 판단했다. 2014~2016년 진행됐던 삼성SDS 및 제일모직 상장, 삼성생명의 중간금융지주사 전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등의 사안을 이 부회장의 그룹 지배력 강화를 위한 ‘승계작업’이라고 규정한 특검팀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인 결과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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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부장판사는 “포괄적 현안들이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또는 삼성생명에 대한 지배력 확보와 관련돼 있다고 볼 수 있으며, 박 전 대통령은 개괄적으로나마 이 부회장의 계열사 지배력 확보를 위한 지배구조 개편이라는 개념과 필요성에 대해 인식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변호인들은 “사안마다 다른 이유가 있었고, 승계작업은 가공의 프레임이다”고 재판에서 주장해왔으나 재판부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삼성 측은 “‘묵시적 청탁’이라는 개념은 청탁 여부가 분명하지 않다는 뜻이다. 특검팀이 청탁이 있었음을 입증하지 못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이 부분은 항소심에서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묵시적’이라는 말 자체에 주관적 판단이 개입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이 승마 지원을 지시했는지에 대해 재판부는 “2014년 9월 1차 독대 이후 이 부회장은 최지성·장충기·박상진 등에게 박 전 대통령의 요구를 전달해 ‘포괄적 지시’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의 말을 전달한 것이 지시에 해당한다는 취지다. 삼성 측은 “이 부회장이 직접 지원을 지시했음은 입증된 적이 없다. 당시 이 부회장은 최씨의 존재 자체를 몰랐다”고 말했다. 변호인들은 ‘요구 전달’이 ‘지원 지시’로 판단된 부분은 사실 관계 오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미르·K스포츠재단과 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지원한 220억원 역시 ‘승계 작업’ 도움에 대한 포괄적 대가라는 특검팀의 주장은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제3자 뇌물죄에서는 공여된 금품이 직무의 대가인지를 판단해야 한다”며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승마 지원과 관련해 특검팀이 실제로 지급되지 않은 계약상 지원 총액 전부를 ‘뇌물약속죄’로 기소한 것에 대해서도 “최종적 합의가 존재했다고 볼 수 없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승마지원 과정에 해당하는 횡령·범죄수익 은닉·재산국외도피 혐의도 상당 부분 유죄로 인정됐다. 횡령은 법인 자금 89억원이 뇌물로 인정됐기 때문에 유죄가 됐다. 이 부회장과 함께 기소된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과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은 각각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재판부는 이 부회장 형량 선고 직전에 “대통령에게 적극적, 명시적으로 청탁을 하고 뇌물을 공여한 것이 아니라 대통령의 적극적인 지원 요구에 수동적으로 뇌물을 공여한 것이다. 대통령의 요구를 쉽사리 거절하거나 무시하긴 어려웠을 사정도 보인다”고 의견을 밝혔다. 또 “삼성그룹이 부당하게 유리한 성과를 얻었다는 사실까지 확인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임장혁 기자 im.janghy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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