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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리플…거래량 1조 돌파하며 하룻새 90%↑

[고란의 어쩌다 투자] 가상화폐 시장에 K 열풍?
 
이번엔 ‘리플’이다. 리플은 은행간 대규모 송금ㆍ결제에 최적화된 가상화폐다. 한국 시장에서 거래량이 폭발하면서 하룻새 90% 넘게 뛰었다.
자료: steemit

자료: steemit

 
국내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인 빗썸에서는 23일 리플 거래량이 1조원을 넘겼다. 앞서 19일 비트코인에서 파생된 비트코인캐시(BCH)가 단일 가상화폐로는 거래량이 처음으로 1조원을 넘긴 이래 두 번째다.
 
이날 빗썸을 비롯해 코인원과 코빗 등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거래된 리플 거래량은 전 세계 거래량의 70%를 차지했다. 이 같은 거래 폭증에 리플 가격은 22일 180원에서 23일 장중 344원까지 뛰었다. 
자료: 크립토컴페어 (단위: 원)

자료: 크립토컴페어 (단위: 원)

 
지금 가상화폐 시장은 한국이 주도하는 모양새다.
 
◇트윗 한 줄에 90% 급등…“센티멘트가 주도하는 시장”
 
리플은 다른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등과는 구조적으로 다르다.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이 오픈형(공개) 블록체인에 기반을 둔 가상화폐라면, 리플은 폐쇄형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다. 일명 ‘프라이빗 블록체인’이다.
 
비트코인ㆍ이더리움 등은 송금을 도와주는 대가로 마이너(채굴업자)들에게 비트코인ㆍ이더리움 등을 지급한다. 중앙 운영 주체가 없고, 채굴을 통해 가상화폐 발행이 계속 이뤄진다.
 
리플은 이와 달리, ‘리플랩스’라는 중앙의 운영 주체가 코인(리플)을 발행하고 유통한다. 처음부터 1000억개의 코인을 발행했다. 송금의 대가로 채굴업자들에게 가상화폐를 지급하는 게 아니라 송금하면 수수료 명목으로 일정량의 리플이 증발하는 구조다.
 
미구엘 바이아스 리플랩스 최고운영책임자(COO)는 “리플은 가상화폐라기보다는 송금 시스템을 위해서 탄생했다”라며 “여러 은행 결제 시스템과 파트너십을 추진할 계획으로 현재 존재하는 가상화폐 중 가장 활용도가 높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주요 투자자들 가운데는 구글 벤처스 등 벤처캐피탈(VC)뿐 아니라 스탠다드차타드은행, 일본 SBI홀딩스, 브라질 산탄데르 이노벤처스 등 금융회사 혹은 이들의 계열사가 포함됐다. 또 스탠다드차타드, 미츠비시도쿄은행, 태국 시암 상업은행, 스페인 BBA, 스웨덴 SEB 등 대형 금융회사들이 리플을 내부 송금 및 결제 서비스에 활용할 계획을 밝혔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신속결제 태스크포스(TF) 운영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다.
 
가장 상용화 가능성이 큰 가상화폐이지만 가격 흐름은 지지부진했다. 무엇보다 비트코인(2100만 개)에 비해 발행량이 4760배 가량 많다는 게 투자의 걸림돌이 됐다. 은행 간 결제ㆍ송금 등에만 쓰이는 프라이빗 블록체인이라는 점도 투자를 망설이게 하는 이유다. 연초에는 1리플당 0.006달러(약 7원)에 불과했다.
 
이후 리플에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는 금융회사들이 늘고, 리플을 취급하는 거래소도 늘어나면서 가격은 5월 중순엔 0.4달러(약 450원)선까지 폭등했다. 연초와 비교하면 6500% 넘게 오른 셈이다. 그러나 단기 급등 이후에는 거품이 빠지면서 지난 21일까지 0.15달러선에서 거래됐다. 국내 거래 가격은 200원선을 중심으로 오르락 내리락 했다.
 
그런데 21일(현지 시간) 리플랩스가 트위터에 글을 남겼다. “셋, 둘, 하나...카운트다운은 시작됐다(3... 2...1... The countdown begins)”, 이어 “아주 신나는 3일간의 콘텐트와 강연자(3 days of mind-blowing #content and #speakers)”란 내용이다.
 
이를 본 투자자들은 “리플랩스가 뭔가 엄청난 걸 발표할 것이다”는 전제 하에 댓글로 각자의 해석을 내놨다. 이 가운데 어떤 이는 리플랩스가 남긴 이미지를 비틀어 한반도 지도에 비유하며, ‘카카오뱅크가 영업을 시작했다’는 영문 뉴스를 링크했다. 곧, 카카오뱅크가 리플을 결제ㆍ송금에 활용할 것이라는 점을 암시하는 내용이었다. 
자료: 트위터

자료: 트위터

 
이튿 날인 22일에는 “뱅킹(은행업)과 블록체인, 두 가지 주제를 함께 다룬다(2 themes coming together, #banking & #blockchain)”이라는 글이 트위터에 올라왔다. 
자료: 트위터

자료: 트위터

 
엄청난 호재가 있을 것으로 판단한 투자자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22일 빗썸에서 180원에 거래되던 리플 가격은 수직 상승했다. 국내 가상화폐 투자자들은 글로벌 금융회사와의 협력 관계를 발표할 거라는 예측이 나돌았다. 23일 장중엔 344원까지 폭등했다.
 
가상화폐 정보 제공 업체 코인데스크는 “한국 거래량 폭증으로 리플 가격이 40% 뛰었다”고 분석했다. 이날 리플 거래량의 70% 이상이 원화 거래량이었다. 국대 3대 거래소는 리플 거래량 3대 거래소에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자료: 코인마켓캡

자료: 코인마켓캡

 
그런데 24일(현지시간) 나온 발표는 투자자들의 예상과는 달랐다. 리플랩스는 “캐나다 토론토에서 10월 16일부터 3일간 ‘스웰(Swell)’이라는 행사를 연다”며 “이 행사에는 벤 버냉키 전 Fed 의장과 월드와이드웹(WWW) 창시자인 팀 버너스 리를 연사로 초청한다”고 밝혔다.
 
가상화폐 정보 제공 업체인 코인데스크는 이를 ‘시보스(SIBOS) 킬러 컨퍼런스’라고 명명했다. 시보스는 전 세계 1만1000여개 금융회사가 가입한 국제은행간통신협정(SWIFT)의 연레 컨퍼런스다. 코인데스크는 “일부러 같은 시기에 맞춰 개최해 기존 결제 시스템과 졍면 승부를 벌이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나 메이저 회사와의 협력 발표를 기대했던 투자자들이 실망 매물을 쏟아내면서 25일 오전엔 227원까지 밀렸다. 25일 오후 11시 30분 현재는 246원에 거래 중이다.
 
한 가상화폐 전문가는 “지금 가상화폐 시장은 전형적인 센티멘트에 의해 주도되는 시장”이라며 “작은 재료에도 가격이 급등락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거래소 상장” 소식에 모네로 급등
 
한국이 가상화폐 가격을 좌지우지 하는 것은 리플뿐 아니다. 앞서 19일 33만원이던 BCH 가격을 이틀 새 136만원까지 단숨에 밀어올린 것도 폭증한 국내 거래량이었다. 당시 CNBC 등 해외 언론은 “한국의 수요가 BCH 가격 급등을 불렀다”고 분석했다.
 
이렇게 한국 시장이 가상화폐 가격을 좌지우지하다 보니 국내 거래소에 가상화폐가 상장된다는 소식만으로도 가격이 움직인다.  
 
가상화폐 정보업체 코인텔레그래프는 21일(현지 시간) “빗썸에 모네로가 상장될 것이란 소식에 모네로 가격이 한 시간만에 37% 급등했다”고 보도했다. 코인텔레그래프는 빗썸의 모네로 상장을 알리는 공지 화면을 캡쳐해 “이 때문에 주말 내내 52달러선에 거래되던 모네로 가격이 71달러로 갑자기 뛰었다”고 분석했다. 모네로는 가장 익명성이 강한 것으로 알려진 가상화폐다.
자료: 코인텔레그래프

자료: 코인텔레그래프

 
빗썸은 국내 최대 거래소인 동시에 이더리움ㆍBCHㆍ리플 등 세계 상위 4개 가상화폐 가운데 3개의 거래량 1위를 기록하고 있는 거래소다. 가상화폐 정보 업체 크립토컴페어에 따르면 빗썸을 포함해 코인원ㆍ코빗 등을 합친 가상화폐의 원화 거래량은 이더리움이 약 35%, BCH 약 40%, 리플이 약 45% 등에 이른다(비트코인으로 다른 가상화폐를 사는 거래량까지 포함한 총 거래량에서 차지하는 비중).  
 
비트코인만 원화 거래량 비중이 10% 안팎으로, 일본 엔화(45%선)와 미 달러(25%) 및 중국 위안화(15%) 등에 이은 4위를 기록하고 있다.
 
업계 전문가는 “거래량이 압도적 1위를 차지하기 때문에 비트코인을 뺀 나머지 가상화폐 거래가 국내에서 급증하면 가격이 뛰는 구조”라며 “적어도 수급 측면에서는 한국이 가상화폐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비트코인만 유일하게 전 세계 거래량에 비해 국내 거래량이 적은 이유에 대해 “2009년 시작된 비트코인 가격은 국내 투자자들이 관심을 가졌을 땐 이미 100만원을 훌쩍 넘은 상황이었다”며 “대신 절대 가격이 상대적으로 싼 이더리움이나 리플, BCH 등에는 기회가 있다고 여기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고란 기자 ne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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