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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호의 사람 풍경] 서태지와 아이들 보고 용기, 좋아하는 곤충에 다시 빠졌죠

생물도감에 일생 건 출판인 조영권
조영권 대표가 그의 첫 책 『곤충들아 고마워!』를 펼쳐 보였다. 사진 속 곤충은 비단벌레다. 경주 황남대총·금관총 등에서 이 벌레의 초록빛 날개를 이용한 유물이 발견되기도 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조영권 대표가 그의 첫 책 『곤충들아 고마워!』를 펼쳐 보였다. 사진 속 곤충은 비단벌레다. 경주 황남대총·금관총 등에서 이 벌레의 초록빛 날개를 이용한 유물이 발견되기도 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원래 호기심이 많아요. 30년 넘게 곤충과 사귀어왔지만 지금도 처음 보는 게 있습니다. 많이 안다고 할 겨를이 없어요. 끝없는 새로움이랄까요.”
 
자연과학 전문출판사 자연과생태의 조영권(49) 대표는 곤충 마니아다. 최근에도 낡은 카메라 가방을 메고 주왕산·소백산에 다녀왔다. 곤충학자는 아니지만 나름 이 동네에서 이름이 났다. 『곤충들아 고마워!』 『벌레만도 못하다고?』 『조영권이 들려주는 참 쉬운 곤충 이야기』 등을 썼다. 중학생 때 취미를 붙인 곤충이 평생지기가 됐다.
 
조 대표는 요즘 각종 생물도감을 왕성히 펴내고 있다. 저자가 아닌 발행인·편집자로서다. 우리 출판계의 공백지대인 도감에 여생을 건 듯하다. 누구나 인정하듯 생물도감은 과학 출판의 밑바탕이다. 반면 ‘돈이 안 된다’ ‘시간이 많이 걸린다’ 등의 이유로 대형 출판사도 꺼리는 분야다. 그는 2010년 『한반도의 나비』를 시작으로 지난 6월 『한국 개미』까지 동식물 도감 50여 종을 잇따라 내놓았다. 우리 산하의 생명 보고서다. 서울 마포구 구수동에 있는 그의 사무실을 찾아갔다. 주변 아파트 풀섶에서 귀뚜라미가 울었다.
 
한국의 생물도감도 점차 세분화하고 있다. 나비 날개에 부챗살처럼 퍼져 있는 날개맥(시맥)을 다룬도감이 나올 정도다. 전문가층이 두터워졌다는 말도 된다. 조 대표가 세계 처음으로 낸 생물도감들.

한국의 생물도감도 점차 세분화하고 있다. 나비 날개에 부챗살처럼 퍼져 있는 날개맥(시맥)을 다룬도감이 나올 정도다. 전문가층이 두터워졌다는 말도 된다. 조 대표가 세계 처음으로 낸 생물도감들.

한국의 생물도감도 점차 세분화하고 있다. 나비 날개에 부챗살처럼 퍼져 있는 날개맥(시맥)을 다룬도감이 나올 정도다. 전문가층이 두터워졌다는 말도 된다. 조 대표가 세계 처음으로 낸 생물도감들.

한국의 생물도감도 점차 세분화하고 있다. 나비 날개에 부챗살처럼 퍼져 있는 날개맥(시맥)을 다룬도감이 나올 정도다. 전문가층이 두터워졌다는 말도 된다. 조 대표가 세계 처음으로 낸 생물도감들.

한국의 생물도감도 점차 세분화하고 있다. 나비 날개에 부챗살처럼 퍼져 있는 날개맥(시맥)을 다룬도감이 나올 정도다. 전문가층이 두터워졌다는 말도 된다. 조 대표가 세계 처음으로 낸 생물도감들.

한국의 생물도감도 점차 세분화하고 있다. 나비 날개에 부챗살처럼 퍼져 있는 날개맥(시맥)을 다룬도감이 나올 정도다. 전문가층이 두터워졌다는 말도 된다. 조 대표가 세계 처음으로 낸 생물도감들.

『한국 개미』 저자가 대학생이다.
“강원대 1학년 동민수군이다. 어려서부터 개미에 빠진 친구다. 국내 첫 개미 도감이다. 지금까지 남한에 보고된 146종 개미 가운데 분포가 불명확하거나 사진으로 구분이 어려운 것을 제외한 86종을 기록했다. 여왕개미가 없는 무리 등 개미를 둘러싼 흥미로운 이야기가 풍성하다.”
 
대학생이 도감을 낼 정도가 되나.
“개미를 전공한 교수도 있지만 도감은 무엇보다 현장이다. 현장성 없는 콘텐트는 사양한다. 타이틀이 중요하지 않다. 동민군은 채집부터 촬영까지 거의 혼자 다했다. 학술적 분류·정리도 깔끔했다. 요즘 젊은이 가운데는 이런 친구가 제법 있다. 숨어 있는 저자를 찾는 보람이 크다.”
 
그간 보지 못한 도감도 눈에 띈다.
“『한국 잠자리 유충』 『한국 나비 시맥(翅脈) 도감』 『세계 장수풍뎅이 해설』은 세계적으로도 처음이다. 전문가용 학술서다. 『한국 밤 곤충 도감』 『한국의 도요물떼새』 『한국의 염생(鹽生)식물』 『거미 생태 도감』 『식물혹 보고서』 『한반도 외래식물』 등도 국내 최초다. 한 권 한 권 사연이 없는 게 없다. 사진의 양이나 설명의 깊이 등에서 예전 도감과 비교할 수 없다.”
 
땅 팔아서 장사를 하진 않을 텐데.
“길게 보고 일한다. 모두 오래갈 책들이다. 지금의 잠자리가 100년 뒤에 풍뎅이가 되는 건 아니지 않는가.(웃음) 농담이지만 도감은 실력보다 체력이다. 눈앞의 이익이 크지 않지만 전망이 어두운 것만은 아니다. 일례로 『한국 잠자리 유충』은 한국보다 외국에서 더 많이 나갔다.”
 
왜 도감에 매달리나.
“과학의 기초자료이지 않은가. 당장 인기는 없더라도 꼭 필요한 분야라고 생각한다. 저도 어려서 곤충도감·나비도감을 들고 다녔지만 언제부턴가 그 맥이 희미해진 상태다. 우리 학계의 정보 불균형도 있다. 분류학·생태학이 충분히 자리 잡지 못한 상태에서 유전공학·분자생물학 등이 발전했다.”
 
조씨는 “어디에 매이지 않고 평생 할 수 있는 일을 찾았다”며 즐거워했다. 하지만 그 길로 오는 길은 순탄치 않았다. 돌아 돌아, 에둘러 왔다. 고교 때부터 곤충·여행·사진 셋을 유달리 좋아했으나 생계 문제로 늘 한편으로 미뤄둘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삶이 너저분했다”고 돌아봤다.
 
너저분하다니, 표현이 심한 것 같다.
“중학교 때 서울에서 남양주로 전학을 왔다. 숫기가 없었다. 친구가 적어 냇가의 물고기, 들판의 벌레와 함께 놀았다. 아버지 사업 실패로 전액 장학금을 받는 공고를 갔고, 또 공대에 들어갔다가 바로 입대했다. 제대 후 사진을 전공하러 전문대에 다시 입학했다. 이후 자동차 잡지사 기자로 일했다. 유니세프 해외파견 요원이 되려 했으나 4년제 대학 졸업장이 없어 떨어졌다. 인생의 첫 절망이었다. 그때 서태지와 아이들에게 용기를 얻었다.”
 
갑자기 웬 서태지와 아이들?
“그들은 음악으로 당당히 학력을 이겨냈다. ‘나도 내가 좋아하는 곤충을 하자’고 마음먹었다. 곤충으로 연을 맺은 친구·후배들과 2003년 코엑스에서 ‘곤충세계 대탐험전’을 열었다. 관객 16만 명이 들 정도로 성황을 이뤘다. 하지만 사업 수완이 없어 쫄딱 망했다. 집에 차압이 들어왔다. 식구들을 본가로 보낼 수밖에 없었다. 비참했다.”
 
처음부터 일을 크게 벌였나 보다.
“당시 서재에서 술을 마시고 있는데 벽면 두 곳을 가득 채운 곤충사진 슬라이드 북이 보였다. 수만 장이 넘을 것이다. 채권자들이 가치를 몰라봐 다행이었다. 보기만 해도 흐뭇했다. 웃음이 나왔다. 전국을 누비고 다닌 기억이 새로웠다. 책을 한번 써보자고 달려들었다. 지금은 절판이 된 나의 첫 책 『곤충들아 고마워!』(2005)다.”
 
책 제목대로 인생이 풀렸나.
“곤충 덕분에 삶의 구렁텅이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웃음) 그때 인세 600만원을 받았다. 다시 힘을 냈다. 여기저기의 도움으로 2006년 월간 ‘자연과 생태’를 창간했다. 출판사의 모태가 됐다. 80호까지 냈으나 비용 문제로 2년 전 접고 지금은 단행본에 주력하고 있다.”
 
혹시 출판사도 문 닫는 것 아닌가.
“악담은 아니겠지?(웃음) 단행본이 훨씬 안정적이다. 환경을 생각하는 사회의 눈이 높아졌고, 전문가 그룹도 부쩍 늘었다. 모기·거미·노린재 등 현재 집필 의뢰한 도감이 100여 종에 이른다. 차근차근 나올 것이다. 잡지 창간 당시 포털 사이트에 ‘생태’를 치면 ‘생태탕’ ‘대구탕’만 검색된 것에 비하면 세상이 많이 달라지지 않았나.”
 
역시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한다.
“1990년대 중반 이후 디지털카메라가 대중화하면서 사진자료가 넘쳐난다. 생물 분야도 마찬가지다. 야생화·개구리 등 동식물을 기록하는 분이 많다. 하지만 이를 담을 그릇은 부족한 편이다. 이런 시대적 행운도 작용한 것 같다. 요즘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건다. 돈이나 명예보다 자기 일을 추구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혹시 아나, 우리 도감을 보고 자란 아이들이 후일 걸출한 학자가 될지 말이다.”
 
소명의식이 대단한 모양이다.
“꼭 그렇진 않다. 그러면 딱딱해진다. 저도 먹고사는 생활인이다. 다만 전문가와 독자를 잇는 중간 다리가 되고 싶다. 지식은 언제나 공유해야 한다고 믿는다. 지형·지리·경관 관련서에도 관심이 크다. 생명과 환경은 늘 함께하는 것이니까.”
 
[S BOX] 자연과학 출판사가 우리말 사전 내는 까닭
조영권 대표는 다음달 초 독특한 국어사전을 낸다. 자연과학 출판사에서 갑자기 웬 국어사전? 뜬금없다. 그런데 흥미롭다. 『말 잘하고 글 잘 쓰게 돕는 읽는 우리말 사전』이다. 책상 맡에 두는 사전이 아니라 수시로 읽고 생각하는 사전을 겨냥한다.
 
‘읽는 사전’은 모두 7권으로 기획됐다. 첫 권에선 ‘돌림풀이’ ‘겹말풀이’에 갇힌 기존 국어사전의 낱말 뜻을 보다 쉽게 풀이할 계획이다. 예컨대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서 ‘반복하다’는 ‘같은 일을 되풀이하다’로, ‘되풀이하다’는 ‘같은 말이나 일을 자꾸 반복하다’로 나와 있다. 또 『고려대한국어대사전』에는 각각 ‘거듭해서 되풀이하다’ ‘반복하며 행하다’로 설명돼 있다. 국어사전에는 이처럼 낱말을 돌려 쓰거나 겹쳐 쓰는 경우가 많다. ‘반복하다’는 ‘되풀이하다’로, ‘되풀이하다’는 ‘같은 말·일·몸짓을 똑같이 하거나 이어서 하다’로 풀면 뜻이 훨씬 뚜렷해진다. 이번 기획은 우리말 연구가 최종규씨가 맡았다. 앞으로 한자말, 토씨 ‘의’, ‘~적(的)’ 바로 쓰기 등이 나올 예정이다.
 
조 대표는 “단어 하나는 생물의 종과 같다. 언어나 생물이나 생성→진화→소멸 과정을 겪는다”며 “개별 생명의 특성을 보여주는 도감처럼 우리말의 매력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박정호 문화전문기자·논설위원 jhlogo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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