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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지극히 평범한 여성 삶 그렸는데 … 지독히 심한 성차별 보여줬대요

인터뷰 │ 페니미즘 열풍 부른 ‘82년생 김지영’ 작가 조남주
82년생 김지영
조남주 지음
민음사
 
단순한 베스트셀러로 여겨지지 않는다. 한국사회의 뿌리 깊은 여성차별에 짓눌려 왔던 ‘김지영’들의 분노의 물리적 크기를 보는 것 같다. 조남주(39)의 장편소설 『82년생 김지영』(민음사, 이하 『김지영』) 열풍 얘기다. 한국 여성들의 평균적인 생애 수난사가 에누리 없이 들어 있는 소설은 지난해 10월에 출간됐다. 23일 현재까지 25만 부가 팔렸다. 21세기 사회문화사를 정리할 때 2017년 상반기 난에는 소설 『김지영』을 꼭 써넣어야 할 것 같다.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지난 5월 19일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82년생 김지영을 안아주십시오’라는 메시지와 함께 책을 선물한 게 컸다. 출판사에 따르면 선물 이후 19만 부가 팔렸다. 이를테면 ‘폴리틱스 셀러(politics seller)’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작품 자체의 실질 가치 없이는 불가능했을 일이다.
 
소설은 통계청 자료, 신문기사, 관련 도서, 여성가족부 홈페이지 등 ‘팩트’들에 근거해 이 땅의 여성차별을 소상하게 증언한다. 작품해설을 문학평론가가 아닌 여성학자에게 맡겼다. 남녀평등에 무심한 사람들을 타깃으로 한 계몽이나 고발 의도가 뚜렷한, 목적(目的)소설이다. 달콤한 문학 과육이 부족한 느낌이지만 이런 건조한 소설에 여성 독자들은 열광한다. 그만큼 맺힌 게 많았다는 얘기다.
 
지난 12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조씨를 만났다. 카페는 딸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나서 조씨가 주로 작업하는 공간이다. 조씨는 어쩌다 페미니즘 소설을 쓰게 됐을까. 날카로운 페미니즘 의식은 어떻게 단련되나.
 
베스트셀러 소설 『82년생 김지영』의 조남주 작가. 한국사회 평균적인 여성이 겪는 남녀차별 실태를 소상하게 그려 큰 반향을 부르고 있다. 지난해 10월 출간돼 지금까지 25만 부가 팔렸다. [사진 민음사]

베스트셀러 소설 『82년생 김지영』의 조남주 작가. 한국사회 평균적인 여성이 겪는 남녀차별 실태를 소상하게 그려 큰 반향을 부르고 있다. 지난해 10월 출간돼 지금까지 25만 부가 팔렸다. [사진 민음사]

열풍이라고 할 만한 인기다. 소감은.
“엄마가 맞춤법도 틀려가며 ‘대통령도 네 책을 본다며’라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엄마가 문자도 보낸다는 사실을 이번에 처음 알았다. 크게 달라진 건 없다. 책이 많이 팔렸지만 책이 유명해졌지, 작가인 내가 크게 드러나는 건 아니니까.”
 
인세 수입만 해도 상당할 것 같다. 『김지영』은 최근 오늘의작가상(창작지원금 2000만원)까지 받았다.
“방송작가 일을 그만 둔 다음 살림하고 아이 키우며 경제력을 상실한 상태였다. 통장에 꽂히는 돈이 있을 때와 없을 때는 확실히 마음가짐이 다르다. 『김지영』 전까지는 소설 쓰기가 직업이라는 생각을 솔직히 잘 하지 못했다. 직업이라면 생계유지가 되어야 하는 거니까. 이제 자신감이 생기고, 소설가가 직업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소설 쓰기에 대해 좀 더 진지하게 생각하게 된다.”
 
소설보다는 다큐에 가깝다는 평도 있다.
“각종 통계를 각주 형태로 중간중간에 집어넣으며 ‘이러다 소설로 안 봐주면 어쩌지’ 하는 고민을 하기는 했다. 하지만 굉장히 평범한, 혹은 평균보다 조금 나은 한국여성의 삶이 어떻다는 것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싶었다. 책이 어떤 성격으로 분류돼 어떤 서가에 꽂히든 그냥 이 방식으로 써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페미니즘 소설이다. 쓰게 된 계기가 있나.
“카페에서 아메리카노 한 잔 사들고 아이를 유모차에 태워 공원에 산책 나갔다가 점심 시간 회사원들로부터 ‘맘충’이라는 비아냥을 들은 적이 있다. 남성에 비하면 여성 팔자가 좋다는 얘기였다. 그 무렵 한 방송인은 페미니즘이 IS보다 위험하다는 칼럼을 썼다. 여성 차별을 심각하게 여기던 차에 그런 일들을 겪자 소설로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알려진 대로 조씨는 10년 가량 방송작가로 일했다. TV 보는 취미와 좋아하는 글쓰기를 동시에 살리는 직업이었다. 하지만 소설 속 김지영처럼 육아와 병행이 어려웠다. 그만 두고 소설로 방향을 바꿨다. 작품 쓰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는 편인데 『김지영』은 달랐다. 두어 달 만에 썼단다.
 
자신의 이야기가 많이 녹아 있어 그런 건가.
“김지영의 삶이나 내가 살아온 삶이나 크게 다를 게 없다. 그래서 별다른 준비 단계 없이 빨리 쓸 수 있었던 것 같다. 여성들은 대개 비슷한 경험이 있을 거다. 가령 낯선 남자와 고립된 장소에서 마주치면 위협을 느낄 수 있다. 꼭 그 사람이 따라오는 게 아닌데도 말이다. 그런 경험들을 모아 쓴 거다.”
 
여성 독자들은 주로 어떤 반응을 보이나.
“뭐가 잘못된 건지 아예 알아차리지 못하거나, 불쾌하거나 위협을 느꼈어도 겉으로 드러낼 생각을 하지 못하던 사람들이, 실은 이런저런 일들이 문제 있는 거라고, 여성차별 사례라고 소설에 써 있으니까 그제서야 ‘나도 그런 일을 겪었는데’ 하며 자기 경험을 얘기하거나 그에 관한 자기 주장을 드러내는 것 같다.”
 
처음부터 페미니스트였던 건 아닐 텐데.
“나도 김지영처럼 문제를 문제로 인식하지 못한 채 성장했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오빠가 있고 중간에 언니가 있는데, 엄마가 집을 비우는 날이면 나이 어린 두 딸이 성인인 아빠와 오빠의 밥을 챙겼다. 그런 상황이 되게 자연스러웠다. 그렇게 배우며 자랐던 것 같다. 여중, 여고, 여대를 나와 학교 다니면서도 여성 차별을 크게 의식하지 못했던 것 같다. 그러다 졸업 후 사회생활하고, 결혼해 시댁과의 관계를 겪으면서 생각이 바뀌게 됐다.”
 
구체적으로 어떤 일이 있었나.
“식당에 가서나 방송국으로 음식을 배달해 먹을 때 테이블에 냅킨이나 수저를 까는 건 연차와 상관 없이 항상 여직원들의 몫이었다. 한 번은 한 남성동료가 남들이 다 음식주문하는 식당 말고 혼자만 샌드위치를 주문해 달라고 하더라. 그때 자각했다. 이걸 왜 내가 하고 있지? 그 이후 이상한 상황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문제의식을 갖고 바라보니 하나부터 열까지 다 문제던가.
“그렇게 얘기하면 남성들이 굉장히 불편해 할 텐데, 문제적인 상황을 왜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있지, 하는 고민을 할 필요는 있을 것 같다. 왜 가정에서 하는 돌봄이나 가사 성격의 역할이 사회에서도 여성에게 주어지는 걸 당연시하나. 왜 남성의 주민번호는 3으로 시작하고 여성은 4인가. 별 뜻 없는 호의를 오해해 접근했다가 상대로부터 거부당한 경우 남성들은 왜 화를 내나.”
 
호감 표명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누구나 기분 나쁘지 않나.
“어떤 사람과 인간관계를 맺을 것인지 말 것인지 선택을 할 때 남성이 가진 결정권의 크기가 여성보다 더 크지 않나 하는 생각을 많이 한다.”
 
가정에서는 어떤가.
“딸바보 아빠가 흔히 딸이 나중에 남자친구 데려오면 속상할 거라고 하지 않나. 딸을 자신의 소유물이나 가부장 제도의 일원으로 여기다보니 그런 말을 하게 되는 것 같다. 엄마가 아들에게 나중에 여자친구 데려오면 속상할 것 같다고 하는 것과는 맥락이 좀 다른 것 같다.”
 
이런 뿌리 깊은 여성차별 의식은 왜 생긴다고 생각하나.
“태어나는 순간부터 남성은 환영받는 존재, 여성은 그렇지 못한 존재다.”
 
균형을 맞추는 방법은.
“1999년에 남녀 차별을 금지하는 법이 만들어지고, 2001년 여성부가 생겼다. 하지만 현실이 크게 달라진 것 같지는 않다. 어쩌면 전에는 문제가 되지 않던 것들을 요즘은 문제라고 여기니까 현실이 바뀌지 않았다는 느낌이 드는 것일 수도 있다. 문제의식의 영역을 더 넓혀나가야 한다. 좋아하는 미국 작가 레베카 솔닛이 어떤 책에서 성범죄에 대한 너그러운 법원 판결이 결국 여성들을 위축시키고 남녀 간의 위계를 만든다고 주장했는데, 동의한다. 성범죄 처벌이 보다 엄격해져야 한다.”
 
작품 세계
이화여대 사회학과를 졸업한 조남주씨는 10년가량 ‘PD수첩’ ‘불만제로’ 같은 고발 프로그램의 작가로 일했다. 그래선지 작품의 사회적 색채가 강한 편이다. 2011년 문학동네소설상을 받은 등단작 『귀를 기울이면』은 방송사 외주제작사의 애환을 풍자적으로 그렸다. 지난해 황산벌청년문학상을 받은 『고마네치를 위하여』도 아이의 눈에 비친 세상의 불합리를 부지런히 문제 삼았다.
 
방송 대본으로 단련된 그의 문장은 걸릴 게 없는 고속도로다. 그런 문장으로 눈에 걸리는 사회문제들을 소설화한다. 르포 고발형 작가다. 사족. 출간한 세 권 소설이 모두 문학상을 받았다. 10할 타율, 3관왕.
 
차기작으로 “정작 당사자들의 목소리는 빠져 있는 여자중학교의 고입 입시 현장에 관한 소설”을 쓰고 있다.
 
신준봉 기자 infor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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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