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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다가올 불행 예감이라도 했을까 … 갑작스레 세상 떠난 정미경 유작

문학이 있는 주말
가수는 입을 다무네
정미경 지음, 민음사
 
지난 1월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 많은 사람을 안타깝게 했던 고(故) 정미경(1960~2017) 작가의 유작 장편소설이다. 지금은 폐간된 계간 문예지 ‘세계의 문학’에 2014년 1년간 연재됐던 작품인데, 아무런 수정 작업 없이 연재 상태 그대로, 그 흔한 작가의 말도 없이 독자들을 만나게 됐다.
 
예술가는 무릇 세상의 상투성과 피투성이 싸움을 벌이는 형극의 길을 자청한 이들이지만, 고인은 그런 가운데에서도, 어쩌면 세속적인 관점에서, 돌이킬 수 없는 불행과는 가장 거리가 먼 경우처럼 보여 허망함이 컸다. 모든 생명 활동의 소멸 과정은 언제나 불가사의한 측면을 동반하지만, 해설을 쓴 문학평론가 김미현이 시사한 대로, 고인의 유작에는 곧 닥쳐올 불행을 예감하고 대비라도 한 것처럼 작가의 예술론, 예술 없이는 성립할 수 없는 인생론이 본격적으로, 부족함 없이 펼쳐져 있어 아연한 느낌마저 든다.
 
소설은 공교롭게도 요절 시인 기형도의 유고시집 『입속의 검은 잎』에 실린 시 제목을, 제목으로 삼았다. 한때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인디 가수 율의 몰락과 재기의 몸부림, 최종적이고 결정적인 파국을 따라간다. 그런 율의 인생과 음악을 다큐멘터리 카메라에 담으려는 여대생 최이경의 내러티브가 한 축을 이루며 소설의 뼈대를 이룬다.
 
작가에 초점을 맞출 때, 음악 창작이나 다큐 제작과 관련된 숱한 소설 속 공론, 영감을 동력으로 삼는 예술가론 등에서 거론되는 예술 장르를 모두 ‘문학’으로 치환해 읽어도 무방할 것 같다. 그럴 때 제목 ‘가수는 입을 다무네’는 작가의 절필을 뜻한다. 다큐 영화 제작에는 인위적 개입을 최소화하는 다이렉트 방식과 적절한 개입을 통해 진실을 추구하는 시네마베리테, 두 가지 접근법이 있는데, 이런 방법론들은 물론 소설쓰기와 관련해 생각해볼 수도 있다.
 
자존심과 오만함으로 똘똘 뭉친 율은 당연히 매끄러운 일상생활의 부적응자다. 충견처럼 따르는 음악 후배이자 제자인 호영의 음악이 세상에 영합했다며 맹비난한다. 새로운 매체인 유튜브를 통해 호영의 음악은 벼락 인기를 얻는 반면 율의 재기무대는 참담하게 실패하는 엇갈리는 행보는 이 시대 예술성의 위기를 상징하는 것만 같다.
 
인생과 예술에 관한 진지한 성찰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소설이다.
 
신준봉 기자 infor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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