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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순정남 짝사랑 순애보의 원조 …『삼총사』 달타냥의 모델 되기도

책으로 읽는 뮤지컬 - 시라노
시라노
에드몽 로스탕 지음
이상해 옮김
열린책들
 
학창시절 배낭여행에 심취해 일곱 차례 유럽을 다녀왔다. 어느 날 세계 각국의 젊은이가 모여드는 유스호스텔에서 진짜 프랑스를 만나려면 도르돈뉴 지방을 가보라는 조언을 듣게 됐다. 베르주라크라는 작은 도시도 빼놓지 말라는 추천이 이어졌다. 이유는 ‘시라노’ 때문이었다.
 
베르주라크는 도르돈뉴 지방에 있는 소읍이다. 로마 문명의 흔적이 남프랑스 특유의 붉은 지붕과 어우러져 장관을 이룬다. 특히 기차역에서 도심 쪽으로 걷다 보면 커다란 코를 하늘로 치켜세우고 서 있는 석상을 만날 수 있다. 시라노 드 베르주라크의 동상이다. 1980년 프랑스이 국민배우 제라르 디파르디외가 출연했던 영화 ‘시라노’를 비롯해 최근 우리나라에서 뮤지컬로 각색돼 인기를 누리는 그 ‘시라노’의 주인공이다.
 
시라노는 실존했던 프랑스의 시인이자 검객이었다. 대혁명 이전에는 프랑스 남부 지역을 가스콘이라 불렀는데, 그곳 출신의 사람들은 성격이 괄괄하고 화끈한 것으로 유명했다. 역사 속 시라노도 전형적인 가스코뉴였다. 자유분방하고 호탕한 성격 탓에 크고 작은 결투나 싸움에 잘 휘말렸고, 결국 36세의 젊은 나이에 원인 미상의 사인으로 세상을 떠난다. 알렉상드르 뒤마의 소설 『삼총사』(1844)의 주인공 달타냥이 그의 파란만장한 삶을 모델로 삼았다.
 
뮤지컬 ‘시라노’의 한 장면. 코 큰 남자가 짝사랑의 아이콘 시라노다. [사진 CJ E&M] 

뮤지컬 ‘시라노’의 한 장면. 코 큰 남자가 짝사랑의 아이콘 시라노다. [사진 CJ E&M] 

그러나 협객시인 시라노가 글로벌한 명성을 누리게 된 것은 프랑스 작가 에드몽 로스탕의 역할이 크다. 시라노는 살아생전 사촌 동생이자 전우의 부인이었던 카트린과 애틋한 관계였는데, 로스탕은 여기에 착안해 낭만적인 음유시인이자 뛰어난 검객이었던 주인공이 연애편지를 대필하고 끝까지 순정을 보여준다는 로맨틱한 희곡 『시라노 드 베르주라크(1897)』를 발표했다. 희곡은 바로 연극으로 제작돼 300일 연속 공연됐으며, 이후 오페라·발레 등 여러 장르의 무대에 올랐다. 2010년 개봉한 한국영화 ‘시라노; 연애조작단’의 모티브도 로스탕의 희곡이었다.
 
뮤지컬 ‘시라노’를 보면 말년의 시라노가 정적의 칼에 찔린 채 사랑하는 여인 록산을 찾아와 그녀만이 아는 편지를 빌려 읽어 내려가는 장면이 나온다. “지금도 당신이 습관적으로 이마를 만지는 모습이 선하게 눈에 떠오르는 구려”라며 어둠 속에서 사랑편지를 암송하는 그의 목소리를 듣고 록산은 편지의 진짜 주인이 사별한 남편이 아니라 곁에서 늘 자신을 응원해주던 시라노임을 눈치챈다. 글의 묘미를 떠올리며 음미해보면 더욱 여운이 짙은 작품의 백미다.
 
원종원 순천향대 공연영상학과 교수·뮤지컬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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