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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현의 차이나 인사이드] 지식 콘텐트 시장서 '중국=짝퉁'은 옛말

전문가 포진한 다양한 플랫폼 고속성장...모바일 인터넷, SNS 등이 성장 토대
[사진·ⓒgetty images bank]

[사진·ⓒgetty images bank]



중국에서 유료 지식 콘텐트가 각광을 받으면서 지식경제가 급부상하고 있다. 중국 하면 흔히 ‘짝퉁’을 떠올리는 우리에게는 낯선 모습이다. 중국인들이 팟캐스트(오디오)를 듣고, 인기 작가의 칼럼을 읽고, 전문가와 음성 문답(Q&A)을 하기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열고 있다. 무엇이 이런 변화를 가능하게 만들었을까?
 
가장 대표적인 콘텐트 몇 개를 살펴보자. ‘말 잘하기(好好說話)’라는 유료 팟캐스트는 히말라야FM에서 출시 첫날에만 500만 위안(약 8억5000만원), 열흘 만에 1000만 위안(약 17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화법을 다룬 ‘말 잘하기’는 총 260회(매회 7~9분)로 구성돼 있으며 가격은 198위안(약 3만4000원)이다. 출시 초기에만 5만 명이 넘는 네티즌이 구매한 셈이다. 뤄지쓰웨이가 내놓은 더다오는 유명 작가나 경제학자의 칼럼을 정액제(연 199위안)로 판매하고 있다. 등록 이용자 수는 600만 명이 넘고 하루 이용자 수도 60만 명에 달한다. 일찌감치 1억 위안(약 170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다. 펀다는 독특한 지식 콘텐트 플랫폼이다. 전문가가 직접 가격(1~500위안)을 책정하면 질문자는 관심있는 전문가에게 텍스트로 질문을 하고 전문가는 1분 이내의 음성으로 답을 남긴다. 또한 누구나 1위안만 지불하면 답변을 들을 수 있다.
 
중국 네티즌 55.3% 유료 지식 콘텐트 구매
중국 유료 지식 콘텐트 시장의 성장은 ‘히말라야 FM’ ‘더다오(得到)’ ‘즈후(知乎) Live’ ‘펀다(分答)’ 등 인기 지식 콘텐트 플랫폼이 이끌고 있다. 나중에 다시 언급하겠지만, 유료 지식 콘텐트 시장의 성장에는 플랫폼이 큰 역할을 했다. 유료 지식 콘텐트에 대한 중국 네티즌의 거부감도 낮은 상태다. 텐센트 산하의 데이터 분석 기관 치어즈쿠(企鹅智酷)가 발표한 ‘유료 지식경제 보고’에 따르면 중국 네티즌 중 55.3%가 유료 지식 콘텐트를 구매한 적이 있다. 이 중 50.3%가 유료 구독이나 유료 다운로드 서비스를 사용했고, 36.9%는 온라인 강좌를 이용한 경험이, 26.4%는 온라인 팁인 ‘다샹(打赏)’을 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샹’은 콘텐트를 보고 마음에 들면 모바일 결제를 통해 자발적으로 팁을 주는 문화다. 또한 유료 지식 콘텐트를 구매한 네티즌 중 38%가 만족을 표시해 불만을 나타낸 네티즌(12.3%)보다 많았다.
 
2012년 8월 설립된 히말라야FM은 원래 모바일 라디오를 제공하다가 팟캐스트 포털로 사업내용을 전환했다. 올해 5월 말 기준, 이용자 수가 3억5000만 명에 달하는 중국 최대 팟캐스트 포털로 성장했다. 매월 6000만 명이 넘는 사람이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앱의 일 평균 사용횟수는 3.9회, 적극적인 이용자의 일 평균 청취시간은 124분에 달하며 일 평균 9000만회의 팟캐스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콘텐트는 크게 유명 인사 등 전문적인 생산자가 제작한 PGC(Professional Generated Content), 일반 이용자들이 만든 UGC(User Generated Content)로 구성돼 있다. 그리고 일반 이용자들의 팟캐스트 방송이 활발한 게 히말라야 FM의 성공 비결 중 하나다. 현재 히밀라야에는 약 500만개의 팟캐스트가 있는데, 이 중 대부분이 일반 이용자의 팟캐스트다. 유료 매출을 이끄는 건 유명인의 팟캐스트다. 마동·우샤오보·러지아 등 핵심 오피니언 리더(KOL, Key Opinion Leader) 2000여 명이 제작한 팟캐스트만 약 1만개에 이른다. 이 팟캐스트들은 비즈니스·외국어·음악·육아·오디오북 등 다방면에 걸쳐 있는데, 대개 100~300회로 구성되며 가격은 99~399위안이다.
 
더다오는 2015년 11월 뤄지쓰웨이가 내놓은 지식 콘텐트 플랫폼이다. 논리사유라는 의미를 가진 뤄지쓰웨이는 중국 유료 지식 콘텐트 시장의 대표 기업 중 하나다. 뤄지쓰웨이는 2015년 10월 B 시리즈 투자 유치 때 약 13억 위안(약 22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창업자인 뤄전위 역시 2016년 선풍적인 인기를 일으킨 논리사유 시리즈를 내놓으며 지식 콘텐트 시장의 아이콘이 됐다. 더다오는 이미 이용자 수가 558만 명, 일간 이용자 수(DAU)는 45만 명에 달할 정도로 성장했다. 더다오는 유료 구독 칼럼, 유료 팟캐스트, e북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이 중 가장 눈에 띄는 상품은 유료 구독 칼럼이다. 8월 초 기준 27개의 콘텐트가 있는데, 화이트 칼라가 주요 이용자이기 때문에 경제경영, 심리학, 창업 등 실용적인 콘텐트가 많다. 베이징대 교수, 칭화대 교수가 제공하는 콘텐트도 있다. 예를 들면, 쉐자오펑 베이징대 경제학과 교수가 진행하는 유료 칼럼은 1년 동안 매주 4번 팟캐스트와 텍스트를 제공하고 금요일에는 질의응답 시간을 가진다. 1년 구독가격이 199위안(약 3만4000원)에 이르지만, 자기개발을 위해 많은 화이트칼라들이 기꺼이 지갑을 열었다.
 
즈후 라이브는 즈후가 내놓은 음성 질의응답 사이트다. 즈후는 2010년 12월 설립된 중국 최대 지식공유 사이트이며 진르자본·텐센트 등이 참여한 D 시리즈 투자유치에서 1억 달러를 조달했다. 즈후 라이브는 지식공유에다 요즘 대세인 팟캐스트를 결합한 서비스다. 앱을 열면 ‘공부 효율 높이는 방법’ ‘아이 올바르게 키우기’ ‘공무원 시험 합격하기’ ‘왕초보 영어문법 배우기’와 같은 제목이 눈에 띈다. 가격도 비교적 싸다. 1회로 구성된 라이브 구매가격은 9,9위안(약 1700원)에 불과하다. 라이브는 진행자가 질문자의 답변에 실시간으로 응답하면서 진행된다. 라이브는 평균 65분 간 이루어졌으며, 시간당 평균 수입은 1만1000위안(약 190만원)에 달했다. 라이브를 듣는 이용자 수가 적게는 수백 명에서 수천 명에 이르다 보니 라이브 당 매출이 1만 위안이 넘는다. 물론 진행자가 다 가져가는 건 아니고 즈후 라이브가 수수료 30%를 가져간다. 즈후 라이브는 지난해 5월부터 올해 4월까지 2900번의 라이브를 진행됐다. 1회성 라이브 외에 5~10회로 구성된 라이브 과정도 있다. 가격은 59.9~399위안으로 높은 편이다. ‘아이 올바르게 키우기’는 16회로 구성돼 있는데, 구매가격이 199위안(약 3만4000원)이다. 실시간으로 강의를 들으면서 강사에게 질문할 수도 있고 다시 듣기도 가능하다. ‘왕초보 영어문법 배우기’는 더 비싸다. 15회로 구성된 라이브를 듣기 위해서는 399위안(약 7만 2000원)을 내야 한다. 256명이 구매했으니, 이 라이브에서만 약 10만 위안(약 1700만원)이 넘는 쏠쏠한 매출이 발생한 셈이다.
 
오락거리, 흥미위주의 내용 늘어나기도
중국 네티즌들이 어떻게 유료 지식 콘텐트를 사용하는지 살펴보자. 20대 초반의 대학생인 샤오린은 히말라야FM에서 198위안을 내고 ‘말 잘하기(好好說話)’라는 유료 팟캐스트를 구매했다. 49만 명에 달하는 청취자 중 한 명이 된 것이다. “처음으로 유료 콘텐트를 구매했는데, 가난한 학생이기에 한참을 망설였다”면서도 샤오린은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사교성이 낮고 EQ가 낮은 자신 같은 사람이 유용한 대인관계 기술을 배울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학 졸업 후, 막 직장생활을 시작한 팡밍은 즈후 라이브를 즐겨 찾는다. “대기업 인사담당자의 채용 관련 충고를 듣는데, 10위안도 안 되는 돈만 내면 쓸데없는 시간 낭비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게 이유다. 평소 지하철 출퇴근을 할 때도 팡밍은 자기개발에 열심이다. “많은 플랫폼들이 짧고 유익한 콘텐트를 내놓고 있다. 비록 돈을 내야 하지만, 이전에 쓸데없는 내용만 많던 공짜 콘텐트보다 훨씬 유용하고 파편화된 학습에 적합하다”고 팡밍은 말했다.
 
쉬리는 직장생활을 한 지 10년이 넘은 30대 여성 직장인이다. 요즘 쉬리는 조금 한가해질 때면 펀다에서 시간을 보낸다. “얼마 전 직장에서 곤란한 일이 생겨서 우울했는데, 펀다에서 10위안을 내고 심리상담사와 상담했다”며 “만약 오프라인이었더라면 몇 백 위안이 들고 먼 길을 오가야 했을 것”이라며 펀다를 좋게 평가했다. 다이어트를 원하는 쉬리는 펀다에서 헬스트레이너를 찾아서 자신만을 위한 다이어트 계획도 세웠다. “만약 피트니스센터에 갔다면, 별다른 상담을 안 하고도 수백위안이 들 수 있는데, 여기서는 적게는 1.5위안이면 가능하고 여러 군데를 비교할 수 있다”는 게 쉬리의 말이다.
 
유료 지식 콘텐트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만 있는 건 아니다. 위에서 언급한 펀다도 오락거리, 흥미위주의 내용이 갈수록 인기를 끌고 있다.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중국 최대 부호 왕지엔린의 아들 왕쓰총이다. 13만 명이 왕쓰총을 팔로잉 중인데, 대부분의 질문은 왕쓰총의 사생활에 관한 것이다. 예를 들면 ‘당신은 여자 친구가 당신을 좋아하는지 당신의 돈을 좋아하는지 어떻게 판단하나요?’ ‘아시아 최대 부호의 아들로서 당신 인생에서 살 수 없는 것도 있나요?’ 등이다. 왕쓰총은 질문가격을 3000위안(약 51만원) 이상으로 책정했는데, 첫 번째 질문자는 4999위안(약 85만원)을 내고 이 질문을 했다. 필자도 궁금해서 왕쓰총의 답변을 들어봤다. 왕쓰총은 담담하고 솔직한 어조로 돈이 많은 것도 키나 외모처럼 그 사람의 일부분이며 여자가 어떤 것을 좋아하더라도 그 사람을 좋아하는 것이라며 자신의 돈을 좋아하는지 굳이 신경쓰지 않는다는 답변을 했다.
 
중국 유료 지식 콘텐트 시장의 성장은 유명인들이 이끄는 팬 경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또한 바쁘다 보니 진득이 앉아서 책을 읽기보다 스마트폰을 통해서 단편화된, 재밌는 콘텐트를 소비하는 분위기도 영향을 미쳤다. 게다가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져서 끊임없이 자기개발을 해야 하는 사회적 분위기도 유료 콘텐트 시장의 성장을 부추겼다.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5월 중국에서 출간된 팡쥔의[푸페이(付費, Pay)]는 중국의 인터넷 지식경제를 본격적으로 다룬 책이다. 이 책에서 팡쥔은 중국이 인터넷 지식상품의 선도 국가가 된 원인을 아래와 같이 분석했다. 이전 중국에는 양적·질적으로 지식 콘텐트 공급이 부족했고 소비자들도 지식 콘텐트 소비습관이 없었으나 모바일 인터넷, SNS와 1인 미디어가 급성장하면서 새로운 형태의 지식상품과 서비스가 출현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와 달리 지식재산권 보호가 잘 이루어지고 다양한 형태의 지식 콘텐트와 지식 서비스가 존재했던 미국 등 선진시장은 혁신에 대한 수요가 낮은 ‘발달사회의 저주’ 상태에 처했다고 말했다.
 
카피캣에서 혁신의 주체로
 
유료 지식 콘텐트 시장은 2016년부터 중국에서 급성장하기 시장했다. 팡쥔에 따르면, 특이한 점은 미국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나 모바일 인터넷 서비스를 베끼던 이전과 달리 중국에서 처음 선보인 혁신적인 서비스가 대부분을 차지한 것이다. 웨이신의 공중계정, 즈후 라이브, 펀다, 더다오 등 새로운 지식 콘텐트 플랫폼이 우후죽순처럼 쏟아져 나왔다. 모바일 인터넷에서 네이버가 각종 플랫폼 역할을 수행하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중국은 뉴스(진르토우티아오), SNS(웨이보·위챗), 팟캐스트(히말라야FM), 소셜 질의응답(즈후) 분야에서 다양한 플랫폼 기업이 성장했다.
 
유료 지식 콘텐트의 확산에 가장 큰 역할을 한 주인공이 바로 이들 지식 콘텐트 플랫폼이다. 전통적인 미디어는 브랜드 형성, 콘텐트 생산, 채널을 통한 발행, 광고·판매 등 4가지 기능을 수행해야만 했다. 그런데 지식 콘텐트 플랫폼이 지식 생산자와 지식 소비자를 연결하는 인터넷 지식 플랫폼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이제 미디어는 브랜드 형성과 콘텐트 생산에만 집중하면 된다. 채널을 통한 발행, 광고·판매 기능은 플랫폼이 수행해 미디어로의 진입 장벽이 크게 낮아졌다. 1인 미디어 시장의 성장을 위한 양호한 조건이 마련된 셈이다.
 
모바일 인터넷 시대로 진입한 후 중국이 카피캣에서 벗어나 혁신의 주체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모바일 인터넷 시대에서는 우리나라가 중국을 뒤쫓아 가야 하는 형세다.
 
※ 김재현(zorba00@gmail.com) -  고려대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하고 중국 베이징대에서 MBA를, 상하이교통대에서 금융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칼럼니스트로서 중국 경제·금융 연구와 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는 [중국 도대체 왜 한국을 오해하나], [파워 위안화: 벨 것인가 베일 것인가(공저)] 등이 있다.
 
김재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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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