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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말 허가 만료되는 민자역사 3곳의 운명은] 원상회복·국가귀속·허가연장 모두 논란

서울역 구역사, 동인천역사, 영등포역사 대상 … 원상회복 결정 땐 백화점·쇼핑몰 철거해야


올해 말 점용허가가 만료되는 서울역사. [사진·전민규 기자]

올해 말 점용허가가 만료되는 서울역사. [사진·전민규 기자]

1980년대 말 건설된 민자역사 세 곳이 운명의 갈림길에 놓였다. 올해 말 국가에서 받은 30년의 사업허가(점용허가) 기간이 끝나기 때문이다. 국내 민자역사 가운데 첫 계약 만료 사례다. 이후 처리 방안은 크게 세 가지다. 원상회복, 국가귀속, 점용기간 연장이다. 그러나 세 가지 옵션 모두 논란의 소지를 내포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연내에는 결정을 내린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국가귀속 절차나 이후 운영사업자 재선정, 점용허가 연장 평가 등의 일정을 감안하면 늦은 감이 있다.
 
올해 말 점용허가가 만료되는 민자역사는 서울역 구역사와 동인천역사, 영등포역사다. 셋 중 규모가 가장 큰 영등포역사는 현재 롯데쇼핑 등이 대주주로 있는 롯데역사㈜가 관리를 하고 있다. 철도 부지 위에 지하 5층, 지상 10층, 연면적 14만 5000㎡ 규모로 건설된 이 건물엔 영등포역과 롯데백화점 영등포점, 롯데씨네마 등이 입점해 있다. 서울역사는 1989년 완공된 구 서울역사와 고속철도사업을 위해 2004년 증축된 신 서울역사의 통합역사로 운영된다. 한화역사㈜가 사업자로 롯데쇼핑에 시설을 임대해 현재 롯데마트 서울역점이 들어서 있다. 동인천역은 과거 쇼핑몰과 인천백화점 등이 있다가 지금은 영업을 하고 있지 않다.
 
민자역사는 국유철도재산을 활용해 옛 철도청의 경영 개선과 이용객의 편의 증진을 위해 1980년대 후반에 마련한 제도다. 국유철도부지의 역사에 상업시설을 수직 또는 수평으로 복합 개발하는 방식이다. 협소하고 노후화된 역사를 현대화하기 위해 역사를 건립할 때 철도청이 출자해 민간주관자와 함께 시행법인(SPC)을 만들고, 유치한 민간자본으로 철도역(국가철도부지) 상부에 상업·역무시설 등 민자역사를 건설하는 것이다. 역사 건설 후 상업시설은 점용허가 기간인 30년 동안 출자 회사가 점유해 운영하는 대신 국가에 점용료를 지불한다. 역무 시설은 전체 연면적 10% 이상으로 건설해 준공과 동시에 국가에 귀속한다.
 
민자역사 15곳에서 토지 점용료 527억원 받아
현재 운영 중인 민자역사는 15곳이다. 철도시설공단에 따르면 이들로부터 나오는 토지 점용료는 지난해 기준 연간 약 527억 원이다. 이번에 만료되는 서울역, 영등포역, 동인천역의 점용료는 각각 66억원, 91억원, 7억4000만원 수준이다. 특히 서울역과 영등포역은 용산역 다음으로 점용료가 높다. 그만큼 부지가 넓고 입지가 좋다는 얘기다. 기간 종료와 함께 민자역사를 어떻게 처리할지가 관심을 끄는 이유다.
 
민자역사 점용허가 기간이 끝났을 경우에 대해 법률은 ‘원상회복’을 원칙으로 규정한다. 상가는 모두 철수하고, 건물도 철거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 때 2005년 제정된 철도사업법은 원상회복 기한을 원칙적으로 3개월로 정하고 불가피한 경우 연장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와 달리 옛 국유철도재산활용법과 국유철도운영특례법은 국토교통부장관이 정하는 기한에 원상회복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올해 점용허가 기간이 만료되는 3개 역사에 대해서는 구법이 적용된다. 이번 사례에서 원상회복을 처리 대안으로 결정하는 경우 철거 기간에 대한 의무 조항은 없다는 얘기다.
 
문제는 현실성이다. 민자역사 대부분은 역무시설과 상업시설의 분리가 쉽지 않은 구조다. 시설물을 철거할 경우 역무시설 이용에도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허가기간이 만료됐다는 이유로 멀쩡한 건물을 철거하면 건물의 가치 손실이나 철거비용 및 철거기간 동안의 영업불능으로 인해 발생할 경제적 손실도 만만치 않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건물에 안전상 문제가 없다면 물리적·경제적 타당성을 따져보고 원상회복 의무를 면제해줄 필요가 있다고 본다. 2014년 만료 민자역사 처리 방안 마련을 위해 국토부가 서울대 산학협력단을 통해 위탁 작성한 ‘철도 민자역사 점용허가기간 만료시 처리방안 및 그에 따른 위탁기관의 역할정립 연구’ 보고서는 올해 만료되는 3개 역사 모두에 대해 원상회복은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
 
대안은 시설을 국가에 귀속시키거나, 현재 관리를 맡고 있는 업체에 점용기간을 연장하는 것이다. 그러나 세 역사에 적용되는 구법에는 시설물의 귀속 여부나 귀속 이후 역사 운영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규정이 없다. 각 업체가 만든 시설물을 국가가 유상으로 해야 할지, 무상으로 귀속시킬지도 명확하게 정해져 있지 않다. 전문가들의 의견은 원상회복 의무를 면제해주는 대신 국가에 귀속할 경우엔 무상으로 하는 게 적합하다고 보고 있다.
 
귀속 여부, 운영 등에 대한 구체적 규정 없어
영등포역사.

영등포역사.

다만 이 경우 사업자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현재 역사를 운영하는 사업자 입장에서는 30년 가까이 민자역사를 운영해온 업체는 한 순간에 건물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국가귀속 이후 관리방식도 풀어야 할 과제다. ‘국유재산법’을 적용하면 국가에 귀속한 자산을 허가 방식으로 다시 임대할 수 있지만, 이 경우 사업자가 다른 사업자에게 다시 임대하는 전대는 금지된다. 현재 민자역사에 입주한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의 경우 식음료 매장 등이 대부분 임대 매장이기 때문에 전대금지 조항이 향후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
 
서울역이나 영등포역처럼 수익성이 좋은 민자역사를 운영하는 사업자는 점용허가가 연장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근거는 철도사업법 시행령 13조에 ‘허가를 받은 철도시설의 점용허가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는 조항이다. 김송주 국회입법조사처 입법 조사관은 “사업자가 연장에 대한 기대를 고려해야 투자매력이 커지고, 기 계약자의 경우도 건물에 대한 추가 투자에 적극적일 수 있으므로, 계약 연장이라는 대안은 정부나 민간사업자에게 매력적인 대안”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관련법에는 기간 연장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이 없다. 현재 사업자의 허가를 연장하려면 새로운 평가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이 과정에서 여러 개의 민자역사를 운영하는 사업자의 경우 역사별로 회계를 구분하고 있지 않아 재무현황이나 운영현황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점용허가 연장 두고 특혜 시비 가능성
또 일부 업체가 국가의 점용료에 비해 지나친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어 새 기준을 만드는 과정에 논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임종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롯데는 그간 국가 자산을 총수 일가 배불리기로 이용했다. 사회적으로 부도덕한 일이고, 국민적으로 지탄을 받아야 마땅하다”며 “국토부는 롯데에 대한 국민적 정서를 고려해 영등포 역사를 국가에 귀속시키고, 새로운 경쟁체제로 새 주인을 찾아줘야 한다”고 말했다. 또 국토부의 점용허가 연장 문제에 관한 ‘2차 연구용역’은 점용허가 연장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기존 사업자 및 임대사업 신청자 평가를 위한 구조를 제시했는데, 이는 사실상 기존 사업자가 가산을 받기 유리한 것으로 분석됐다고 지적했다. 점용허가 연장 기준을 두고 특혜 시비가 나올 수 있음을 보여주는 예다.
 
점용허가 만료가 넉 달여 밖에 남지 않았지만 아직까지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아직까지 확실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당초 2014년 가이드라인을 내놓기로 했지만, 차일피일 결정을 미루다 계약 만료 직전까지 온 것이다. 민자역사에서 영업 중인 유통사는 영업을 더 할 수 있을지, 정부에 시설물을 반납해야 할지 갈피를 못 잡고 있다. 불확실성 때문에 인력 채용이나 시설 투자 결정도 내리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들 민자역사에 새롭게 진입하고 싶어 하는 유통사들도 정부의 결정만 오매불망 기다리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절차상 정부에서 법에 따라 국가귀속을 할지, 허가연장을 할지 방향을 정하는 게 먼저”라며 “아직 사업 의사를 밝히거나 허가 연장 신청을 한 사업자는 없다”고 말했다.
 
어느 방향으로 결정이 내려지더라도 시간은 촉박할 수밖에 없다. 국가귀속이나 점용허가 연장 결정을 내릴 경우 운영사업자 재선정이나 점용허가 연장 기준 선정 및 평가 등 후속 절차를 허가만료 이전에 끝내야 하기 때문이다. 원할한 사업 진행을 위해서는 현 사업자나 향후 임대사업자들에게 충분한 사업 준비 기간을 제공해야 한다. 기존 운영 현황 및 제출된 사업계획서를 상세히 평가할 기간도 필요하다. 이에 따라 국토부는 한국철도시설공단을 통해 발주한 민자역사의 계약 연장과 국가 귀속 기준에 대한 세 번째 연구용역 결과를 기다리지 않고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 관계자는 “최종보고서가 나오기 전 민자역사 처리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라며 “순서는 바뀌었지만, 조사 과정에서 연구 내용을 교류해왔기 때문에 상당 부분이 결정에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함승민 기자 s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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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