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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신세] 마돈나와 원더우먼, 겨털, 페미니즘, 발암물질

많은 여성이 '털과의 전쟁'을 벌입니다. 면도기로 깎고, 제모 크림을 바르고, 족집게로 뽑고, 나아가 레이저로 모근을 지져 아예 원천 봉쇄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해외에서는 유명인들이 앞장서서 '겨드랑이털 혐오'에 맞서고 있답니다. [고보면 모있는 기한 계뉴스] 여섯 번째 이야기는 '여자의 털과 수치심 마케팅'입니다.
16만 명 이상의 팔로워를 거느리고 있는 파워 인스타그래머 새그 사라는 지난달 겨드랑이털과 부숭부숭한 다리털을 모두 드러낸 사진과 글을 올렸다. 그는 "아름다움을 누가 결정하나요? 아름다움이란 체크리스트를 통과해야 자격을 얻는 게 아닙니다. 티없는 피부, 군살 없는 몸매, 털을 깎아 매끈해야 아름다울 수 있는 건가요?"라면서 그런 걸로 사람을 판단하고, 비난하는 메시지를 보내지 말라고 적었다.[@saggysara 인스타그램 캡처]

16만 명 이상의 팔로워를 거느리고 있는 파워 인스타그래머 새그 사라는 지난달 겨드랑이털과 부숭부숭한 다리털을 모두 드러낸 사진과 글을 올렸다. 그는 "아름다움을 누가 결정하나요? 아름다움이란 체크리스트를 통과해야 자격을 얻는 게 아닙니다. 티없는 피부, 군살 없는 몸매, 털을 깎아 매끈해야 아름다울 수 있는 건가요?"라면서 그런 걸로 사람을 판단하고, 비난하는 메시지를 보내지 말라고 적었다.[@saggysara 인스타그램 캡처]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수퍼스타, 가수 겸 연기자인 켈리 쿠말로(33)는 올해 SNS에서 조리돌림을 당했습니다. 방송 출연 도중 팔을 들어 올리는 순간, '탈색하지 않은 겨드랑이털'이 드러났던 게 문제였죠. 외모와 스타일, 음악성으로 추앙받던 그녀가 '무개념녀'로 전락하는 건 한순간이었습니다. 쿠말로는 트위터에서 "조물주의 시각에서 나는 완벽하다"면서 "신체를 부끄럽게 여기게 하는 게 폭력이라는 걸 모르는" 이들을 비판했습니다.   
 
자연미 위해 겨드랑이털 드러낸 셀럽
팝스타 마돈나, 레이디 가가, 마일리 사이러스, 영화배우 줄리엣 루이스, 드류 베리모어 등의 유명인들도 겨드랑이털을 드러낸 적이 있답니다. 마돈나의 딸 로데스 레온도 마찬가지고요. 앞서 줄리아 로버츠는 1999년 노팅힐 프리미어 시사회에 참석하면서 민소매 원피스에 겨드랑이털을 매치해 이 분야에선 원조로 꼽힙니다.
 
여성의 몸을 체모까지도 있는 그대로 사랑하자는 '자연미(natural beauty)'를 향한 전 세계적인 움직임은 몇 년 전부터 두드러졌습니다. 제모는 여성의 의무가 아니라 선택이어야 한다는 페미니즘적 가치도 담겨있습니다. 사진작가 벤 호퍼는 "우리는 거의 1세기 동안 미용 산업계에 세뇌당했다"면서 겨드랑이털을 기른 여성들을 카메라에 담은 'Natural Beauty' 시리즈를 2014년 발표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습니다. 
 
전 세계 성 소수자를 위한 프라이드 축제가 한창이던 지난 6월엔 LGBT를 상징하는 무지개색으로 물들인 겨드랑이털 사진이 인스타그램에서 호응을 얻기도 했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해에 이어 지난 7월 퀴어문화축제에서 '제 2회 천하제일 겨털대회'가 열렸습니다. 여성의 몸에 가해지는 차별과 혐오를 넘어서서 자유롭게 하자는 운동의 하나였죠. 
한편, 영화 '원더우먼'은 예고편 공개 직후 주인공 갤 가돗의 털 없는 겨드랑이가 비현실적이라는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습니다. 지구를 구하기 위해 악당과 맞서 싸우는 영웅도 여자라는 이유로 제모를 해야 하냐는 거죠. 결국 제작사 측은 원더우먼의 겨드랑이를 더욱 어둡게 디지털 보정하는 타협안을 마련했답니다. 
[원더우먼 예고편 영상 캡처]

[원더우먼 예고편 영상 캡처]

밀레니얼 세대는 제모하지 않는다
영국 일간 텔레그라프는 시장조사기관 민텔의 자료를 인용해 영국 밀레니얼 세대(16-24세) 여성 넷 중 하나는 겨드랑이제모를 하지 않는다고 지난 5월 보도했습니다. 2013년엔 95%가 제모를 했는데, 2016년엔 비율이 77%로 떨어졌다는 것이죠. 다리털 제모 비율도 92%에서 85%로 하락했습니다. 
 
영국 내 면도·제모 관련 제품 매출도 2015년 5억9800만 파운드에서 2016년 5670만 파운드로 한해 5% 떨어졌다고 합니다. 민텔의 뷰티 담당 이사는 밀레니얼 세대 제모 인구가 줄어들기 시작한 건 "웰니스의 영향"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면도용 거품이나 제모 크림 등이 피부에 좋지 않다는 인식 때문에 이를 기피하기 시작했다는 것이죠. 
사진작가 벤 호퍼의 페이스북 커버 이미지. 벤 호퍼는 겨드랑이털을 기른 여성들의 초상 시리즈로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보여줬다. 모델은 마야 펠릭스. [사진=벤 호퍼 페이스북]

사진작가 벤 호퍼의 페이스북 커버 이미지. 벤 호퍼는 겨드랑이털을 기른 여성들의 초상 시리즈로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보여줬다. 모델은 마야 펠릭스. [사진=벤 호퍼 페이스북]

하지만 영국의 젊은층에 한정된 연구결과일 뿐, 제모시장이 줄어든다는 보고를 찾아보긴 힘듭니다. 코트라 상하이무역관에 따르면 겨드랑이털을 깎으면 복이 나간다는 오랜 속설이 있었던 중국 마저도 제모용품 시장 규모가 매해 15%씩 증가해 2013년에 이미 19억8000만 위안(약 3358억원)을 기록한 바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제모기기 시장만 한해 1000억원 규모로 성장했고요. 20년 전만 해도 한국 여성의 제모는 필수가 아니었는데 말입니다.
 
나아가 외모에 관심이 높아진 남성들을 공략하는 제모 용품과 관련 기사도 쏟아지고 있습니다. '부숭부숭한 겨드랑이털과 다리털을 드러내는 건 매너가 아니다'라는 사회적 압박은 성별을 가리지 않고 전방위로 확대되고 있는 거죠.  
 
털 뽑다 탈 날라...발암물질, 응급실 신세도
원조 원더우먼 린다 카터. [제공=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원조 원더우먼 린다 카터. [제공=워너브러더스 코리아]

미국의학협회 피부과학저널(JAMA Dermartology)에 따르면 레이저 제모 도중 발생하는 연기에 벤젠과 톨루엔 같은 발암물질 13종, 일산화탄소 등 20가지 환경 독소를 포함해 62가지의 유기 화합물이 들어있다고 합니다. 물론 환자 보다는 의료진의 건강을 위협하는 것이긴 하지요.
 
요즘엔 브라질리언 왁싱 등 은밀한 곳의 털을 정리하는 미용법도 인기인데요. 같은 저널에 소개된 연구에 따르면 음모 제모를 해 본 미국인의 26%가 적어도 한번 이상 상처를 입었다고 해요. 이 중 32%는 5번 이상 다쳤고요. 면도칼에 베이거나, 화상, 모낭염 등에 시달릴 위험이 높다는 거죠. 미국 국립생물공학정보센터는 미국에서 2013년 관련 문제로 응급실에 실려간 환자는 인구 10만명당 9명으로 1991년에 비해 9배로 증가했다고 보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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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다운 게 어딨어』(창비, 2016) 
아일랜드 출신의 저자 에머 오툴은 '겨털' 하나로 유명인사가 된 인물입니다. 사회의 미적 기준에 순응하라는 상대 패널의 반대 토론자로 참석한 그는 영국의 지상파 TV 생방송에서 팔을 번쩍 들어 18개월간 기른 무성한 겨털을 보여줍니다. '제모 거부한 영국 겨털녀'라는 해외 토픽으로 우리나라에까지 소식이 전파됐죠. 
 
미국에서 여성용 면도기가 처음 출시된 건 1915년입니다. 민소매 원피스가 등장하면서 '흉측한 털을 제거하라'는 광고와 함께 제모에 대한 대대적인 인식 전환이 시작됩니다. 1964년에 이르러 미국 44세 이하 여성 98%가 다리털을 밀게 됐고, 그렇게 제모 관습은 일상 의례로 자리잡습니다. 
 
지은이는 여성들이 몸에 대한 수치심을 느끼도록 강요받은 결과, 자본주의의 이상적 소비자가 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겨털을 기르게 된 계기입니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의 수군거림을 느끼면서 "몸의 문제에서 내게는 조금도 선택권이 없었음을"(227쪽) 깨닫게 됩니다. 방송 출연 뒤 "털을 밀어버리고 강간하겠다"는 협박 메일까지 받았다고 합니다.
 
지은이는 나아가 남장, 삭발 등 일반적인 '여성다움'에 저항하는 12가지 실험을 실천합니다. 미쳤다고요? 글쎄요. 불편하고 불쾌한 지점이 없잖을 겁니다. 그래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알고보면쓸모있는신기한세계뉴스]는 중앙일보 국제부 기자들이 '몰라도 되지만 알면 더 재미있는' 다양한 세계뉴스를 가져다 각자의 스타일대로 요리해 내놓는 코너입니다.더 많은 이야기를 만나보시려면 배너를 클릭(http://news.joins.com/Issue/11029)하세요.[일러스트=신아영 대학생 인턴]

[알고보면쓸모있는신기한세계뉴스]는 중앙일보 국제부 기자들이 '몰라도 되지만 알면 더 재미있는' 다양한 세계뉴스를 가져다 각자의 스타일대로 요리해 내놓는 코너입니다.더 많은 이야기를 만나보시려면 배너를 클릭(http://news.joins.com/Issue/11029)하세요.[일러스트=신아영 대학생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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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희 기자 dung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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