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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성장의 역설’…30대 그룹, 6년간 장사 못 하고 인건비만 올라

“생산성은 떨어지는데 인건비는 줄일 수 없고, 버티기만 해도 기적이란 생각이 듭니다.”
국내 굴지의 제조업체 경영진이 최근 2분기 실적발표 뒤 한 말이다. 
 
 한국 경제가 성장률 ‘2%의 덫’에 걸린 가운데, 지난 6년간 30대 그룹 상장사들의 실적은 줄고 인건비는 늘어나는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최저임금이 인상되고 공공부문에선 성과연봉제를 폐지하는 분위기라, 기업들의 인건비 부담은 더 커지고 ‘마른수건 짜기’ 경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자료:한국경제연구원

자료:한국경제연구원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은 2011년부터 2016년 동안 30대 그룹 상장사 164곳의 인건비와 재무실적을 분석한 결과, 1인당 매출액은 매년 평균 1.8%씩, 1인당 영업이익은 평균 3%씩 감소해 성장성과 수익성이 모두 나빠졌다고 24일 발표했다. 반면 직원 1인당 인건비는 2011년 7522만원에서 지난해 9169만원으로 연평균 4%씩 매년 상승했다. 인건비에는 정액급여와 초과급여·고정상여·변동상여 등이 포함됐다.  
 
 한경연은 “2011년 이후 글로벌 교역 위축, 저성장 기조 등으로 대내외 여건이 악화돼 기업 매출과 이익 규모가 줄었지만, 인건비는 고정비 성격이 크고 한번 늘어나면 줄이기 어려워 기업실적 부진과 관계없이 올랐다”고 분석했다.  
 
 실제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현대차·기아차·한국GM·르노삼성·쌍용차 등 국내 완성차 5개 업체의 지난해 평균 연봉은 9213만원으로, 일본 도요타(9104만원·852만엔), 독일 폴크스바겐(8040만원·6만2654유로) 등 해외 경쟁기업 평균을 웃돈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평균 임금 비중도 12.2%로, 도요타(7.8%)·폴크스바겐(9.5%)보다 높다.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최근 6년 동안 2~3%대에 머무르고 있다.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 성장률을 2.8%로 내다보고 있다. 30대 그룹 상장사의 전체 매출은 2014~2016년 마이너스 성장을 했고, 총 영업이익 역시 2016년 51조5000억원을 기록해 2011년 55조1000억원에도 못 미쳤다. 전체 조사 대상 기업의 5분의1에 해당하는 38개사가 6년 사이 두 번 이상 영업손실을 냈다. 
 
일례로 롯데백화점 등이 속한 롯데쇼핑의 경우 내수 침체로 영업이익이 2011년 1조6630억원에서 1조4670억원(2012년)→1조1880억원(2014년)→8540억원(2015년)으로 뚝뚝 떨어졌다. 롯데쇼핑은 올 2분기에도 내수부진에 ‘사드쇼크’까지 겹치면서 백화점사업 영업이익이 1년 전보다 절반 이상 떨어지는 등 어닝 쇼크를 기록했다.
자료:한국경제연구원

자료:한국경제연구원

 기업들은 비용절감과 구조조정으로 대응하고 있다. 단적으로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인건비 비율이 2011년 7.2%에서 지난해 9.6%로 높아졌는데도,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6.6%로 전년보다 반등했다. 지난해 매출원가율도 1.7%포인트 감소했다. 유환익 한경연 정책본부장은 “작년 한해는 기업들이 마른수건을 쥐어짜는 심정으로 원가를 절감하고 구조조정을 거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유 본부장은 “기업이 계속 사업하면서 고용을 유지하려면 호봉제가 아니라 생산성, 실적과 연계시킨 임금체계로 전환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간 기업들은 근속 연수와 직급에 따라 매년 임금이 자동으로 오르는 호봉제를 줄이고 성과나 직무에 따라 임금을 차별화하는 직무성과급, 성과연봉제 등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생산직의 70%가 호봉제를 채택하고 있다. 특히 정부부처 등 공공기관에서 지난해 도입한 성과연봉제를 1년 만에 속속 폐지하면서 이런 분위기가 민간 부문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성과연봉제 폐지를 공약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오래 다닌 사람이 더 받는 게 아니라, 일을 더 많이 한 사람이 더 받는 게 합리적이고 글로벌 경쟁력에 있어서도 도움이 된다”면서 “가뜩이나 노조가 센 곳들은 반발이 극심한데 정부까지 성과연봉제를 폐지하고 있어 기업들이 임금체계를 바꾸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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