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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3조' 기아차 통상 임금 선고 31일…'신의칙' 적용이 결과 가른다

 
7년간 이어져 온 기아자동차 통상임금 관련 소송의 선고가 오는 31일에 이뤄진다. 이번 판결은 전국 200여 개(민주노총 금속노조 추산) 기업에서 진행 중인 유사 통상임금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1부(부장 권혁중)는 24일 열린 마지막 기일에서 31일 오전 10시에 사건을 판결하기로 결정했다. 재판부가 선고 날짜를 고지하기 전에 노사가 화해나 조정할 의사가 있는지 물었지만 양측이 모두 거부했다.
 
 
2011년 기아차 생산직 근로자 2만7458명은 연 750%에 이르는 정기 상여금 등을 통상임금에 포함시켜 3년치(임금채권 청구 소멸시효 고려) 임금을 다시 계산해 지급해 달라며 소송을 냈다. 산업계에선 노조 측이 이길 경우 사측이 부담할 미지급분이 최소 1조에서 최대 3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대법원 판례와 근로기준법 등을 종합하면 통상임금에 해당하려면 ‘일률성ㆍ정기성ㆍ고정성’ 세 가지 요건을 갖춰야 한다. 사측이 주는 상여금이나 수당이 모든 근로자에게(일률성) 일정한 기간마다(정기성) 어떤 날에 일해도 지급(고정성)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기아차 소송에서 쟁점이 되는 급여들도 이 세 가지 요건을 갖췄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정기 상여금을 예로 들면, 원고 모두에게 짝수 달(100%)과 명절 및 여름휴가(50%) 마다 재직 조건 등 없이 지급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이 이번 사건을 가를 핵심 변수로 남아 있다. 민법 제2조 1항은 ‘권리 행사와 의무 이행은 신의에 좇아 성실히 해야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앞서 대법원은 2013년 갑을오토텍 통상임금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처음으로 신의칙을 적용해 노조 측 청구를 기각했다. 당시 대법원은 “일정 요건을 갖춘 정기 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판단하면서도 “앞서 노ㆍ사가 정기 상여금을 통상임금 산정 기준에서 제외하기로 합의했고, 예측하지 못한 새로운 재정 부담으로 회사에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이 초래되거나 존립이 위태롭게 된다면 정의와 형평 관념에 비춰볼 때 용인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최근 여러 기업의 하급심 판례에서도 신의칙이 인정됐다. 광주고법 민사1부는 지난 18일 금호타이어 노조원 4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신의칙을 들어 원심을 깨고 사측 손을 들어줬다. 현대중공업과 한진중공업, 아시아나항공 등은 2심에서 신의칙이 받아들여졌고, 현대로템 등은 1심부터 신의칙을 인정받았다.
 
신의칙에 있어 최대 쟁점은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이 발생할 것인가다. 기아차 노·사도 그동안 임금 협상을 하면서 양측 모두 정기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넣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했다는 것엔 동의했다. 그러나 경영 상의 어려움을 두고서는 팽팽히 맞섰다. 지난달 20일 사실상 마지막으로 맞붙은 변론 기일에서도 사측은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여파와 보호무역 조치 등으로 중국과 미국 시장에서 판매실적이 전년대비 각각 55%, 10%씩 감소했다”며 “인건비 상승으로 인한 제품 가격 경쟁력 하락 등으로 경영상 위기가 초래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노조 측 소송대리인은 “사내 현금 보유액이 20조가 넘는다”며 “법원이 선임한 회계법인의 감정 보고서에 따르더라도 임금상승률 등이 지급 비율이 높아지긴 하지만 회사가 감당하지 못할 정도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반박했다.
 
법조계와 학계에서도 신의칙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민법 상 원칙을 근로기준법 사건에 적용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 의견이 엇갈린다. 노상헌 서울시립대 법학전문교수는 “근로기준법은 당사자가 합의로 변경할 수 없는 이른바 강행법에 해당한다”며 “근로기준법을 바탕으로 하는 통상임금 사건에서 양측 합의 여부와 약속 이행 등을 논하는 신의칙을 적용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반면 하경효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신의칙이 민법 상 규율된 원칙이지만 여러 판례들을 통해 민법 뿐 아니라 전체 법 영역으로 확대 적용되는 추세다”며 “근로기준법에 적용하기 어려운 원칙이 아니다”고 말했다.
 
김선미 기자 cal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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