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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민방공 대피훈련 공무원만의 훈련 아냐… 실제상황 땐 국민이 피해 당사자

지난 23일 전국에서 실시된 민방공 대피훈련에서는 둔감해진 국민의 안보의식이 그대로 드러났다. 많은 시민이 통제요원의 지시를 따르지 않았고 일부 운전자는 경찰의 제지에도 신호를 무시하고 달리기도 했다. 도를 넘은 안보불감증이다.
민방공 대피훈련이실시된 23일 오후 공습경보가 발령됐지만 서울 광화문 일대 시민들이 훈련통제관의 지시를 따르지 않고 거리를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민방공 대피훈련이실시된 23일 오후 공습경보가 발령됐지만 서울 광화문 일대 시민들이 훈련통제관의 지시를 따르지 않고 거리를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훈련을 주관한 행정안전부는 훈련을 앞두고 “북한의 괌 포위사격 위협과 미사일 도발로 고조된 한반도 위기상황을 고려한 훈련”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강제성은 없지만 ‘5000만 전 국민이 참여 대상’이라고도 강조했다.
 
김부겸 행안부 장관은 “국민이 익혀야 할 가장 기본적이고 1차적인 훈련으로 경각심을 갖고 동참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이번 훈련이 국민의 생활 속 안보태세를 점검하는 중요한 기회라는 점을 강조한 셈이다.
민방공 대피훈련이 실시된 23일부산시 동구 부산진시장 앞 중앙대로에서 통제요원이 운행중인 차량에게 우측가장자리로 이동할 것을 지시하고 있다. 부산=송봉근 기자

민방공 대피훈련이 실시된 23일부산시 동구 부산진시장 앞 중앙대로에서 통제요원이 운행중인 차량에게 우측가장자리로 이동할 것을 지시하고 있다. 부산=송봉근 기자

 
중앙일보 기자들이 전국 6개 도시에서 훈련상황을 지켜본 결과 “실제상황도 아닌데 왜 이리 야단법석을 떠느냐” “날도 더운데 이런 훈련을 왜 하느냐”는 불만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안일한 안보의식에다 자신만 생각하는 이기주의였다.
 
통제에 나선 공무원들은 “유도봉으로 막고 차단해도 막무가내로 지나간다”며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훈련에 나올 때마다 물리적 충돌이 나지 않을까 걱정한다”고 했다. 정해진 훈련 매뉴얼에 따라 행동하는 통제요원의 하소연이었다.
민방공 대피훈련이 실시된 23일 오후 2시10분. 대전시 서구 둔산동 방죽네거리에서 시민들이 통제를 따르지 않고 건널목을 건너고 있다. 대전=프리랜서 김성태

민방공 대피훈련이 실시된 23일 오후 2시10분. 대전시 서구 둔산동 방죽네거리에서 시민들이 통제를 따르지 않고 건널목을 건너고 있다. 대전=프리랜서 김성태

 
실제로 대전 서구의 한 교차로에선 훈련이 시작된 직후인 오후 2시5분쯤 보행자 신호가 켜지자 시민들이 너나 할 것 없이 길을 건넜다. 훈련상황에서는 경계태세가 발령되기 전까지는 외부활동이 금지된다.
 
경기도 화성의 한 골프장에선 골퍼들이 ‘그들만의 세상’을 즐겼다. 바로 옆 도심에선 공습경보 사이렌이 울리고 시민들이 지하로 대피했지만, 골프장에선 사이렌 소리는 물론 안내방송조차 들리지 않았다고 한다.
민방공 대피훈련이 실시된 지난 23일 오후 2시8분. 경기도 화성시 기흥컨트리클럽에서 골퍼들이 훈련과 무관하게 경기를 즐기고 있다. 화성=김민욱 기자

민방공 대피훈련이 실시된 지난 23일 오후 2시8분. 경기도 화성시 기흥컨트리클럽에서 골퍼들이 훈련과 무관하게 경기를 즐기고 있다. 화성=김민욱 기자

 
민방공 대피훈련은 실제로 공습이나 포격이 이뤄질 가능성에 대비해 대피장소를 확인하고 통제에 따라 행동해보자는 취지로 실시된다. 군과 경찰·소방·공무원만의 훈련이 아니다. 실제상황이 발생하면 국민 모두가 피해 당사자가 된다. 훈련에 참여하지 않거나 사전에 대피장소를 파악해놓지 않으면 목숨을 잃는 피해를 보게 될수도 있다.
 
민방공 대피훈련은 강제성은 없다. 통제에 따르지 않아도 과태료나 벌금을 물리지 않는다. 하지만 훈련에 참여하지 않으면 유시사 당황하거나 우왕좌황해 본인과 가족이 위험에 빠지게 된다. ‘훈련은 실전처럼, 실전은 훈련처럼’이라는 말이 국민 모두에게 해당된다는 얘기다.
민방공 대피훈련이 실시된 23일 공습경보가 발령된 서울역 광장에서 시민들이 대피하지 않고 걷고 있다. 송우영 기자

민방공 대피훈련이 실시된 23일 공습경보가 발령된 서울역 광장에서 시민들이 대피하지 않고 걷고 있다. 송우영 기자

 
행안부와 자치단체도 훈련이 효율적이었는지, 국민의 참여가 왜 이렇게 저조했는지를 분석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현장에서 만난 시민 가운데는 “훈련 사실 자체를 몰랐다”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국민의 무관심 탓도 있지만 관계당국의 홍보와 사전교육이 미흡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재오 대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많은 국민이 실제 공습이나 포격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게 문제”라며 “초등학교에서 시작한 훈련을 성인이 된 대학생까지 이어지도록 하는 것도 중요한 대안”이라고 말했다.
 
세종=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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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