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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사드 보복에 ‘Thank you’라고 한 이유

한-중 수교 25주년과 함께 찾아온 ‘사드(THAAD) 위기’. 많은 기업들이 중국의 보복에 비즈니스를 접어야 했고, 어렵게 확보했던 시장을 잃어가고 있다.  
 
드는 과연 우리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KOTRA 주관으로 22일 강남 삼성동 글라스타워에서 열린 ‘한-중 경제 25주년, 회고와 과제’ 좌담회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한 자리였다. 중앙일보 중국연구소(차이나랩)가 후원한 이 행사는 윤원석 KOTRA 정보통상협력본부장 사회로 김시중 서강대 교수, 이문형 숭실대 교수, 박근태 CJ대한통운 대표, 한우덕 차이나랩 대표 등이 참석했고 양평섭 KIEP 베이징 지원장, 문일현 중국 정법대 교수가 화상으로 연결됐다.  
좌담회 참석자들이 베이징과 화상으로 통화하고 있다.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황재원 KOTRA동북아사업단 단장, 박근태 대표, 윤원석 본부장, 김시중 교수, 양평섭 지원장(화상), 문일현 교수(화상), 이문형 교수, 한우덕 차이나랩 대표. [출처: 중앙포토, 신인섭 기자. 이하 같음]

좌담회 참석자들이 베이징과 화상으로 통화하고 있다.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황재원 KOTRA동북아사업단 단장, 박근태 대표, 윤원석 본부장, 김시중 교수, 양평섭 지원장(화상), 문일현 교수(화상), 이문형 교수, 한우덕 차이나랩 대표. [출처: 중앙포토, 신인섭 기자. 이하 같음]

좌담회는 현실 진단으로 시작됐다. 사드가 어느 분야에서,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지를 보자는 것이다.

 
“교역보다는 투자, 투자보다는 문화 교류가 큰 영향을 받았습니다. 엔터테인먼트나 관광 등 한류 상품이 타격을 받았지요. 사드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롯데 피해가 컸고, 현대자동차 등 한국 브랜드 상품이 시장에서 밀려나야 했습니다. 수출이 상대적으로 피해가 적었습니다. 대중국 수출의 약 80%가 중간재이기 때문입니다.”(양평섭 지원장)
 
박근태 CJ 대표는 현장의 목소리를 전해준다.
 
“한국에 우호적이었던 중국 기업들과 기관들이 매우 보수적으로 바뀌었습니다. 전반적인 사업 환경 역시 나빠지고 있지요. 이미 전 세계에서 가장 치열한 글로벌 전쟁터가 된 중국 시장에서 한국 기업들은 더 힘든 조건에서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으로 몰리고 있습니다.”
박근태 대표 "만약 이번 사드 피해가 적었던 분야가 있다면, 그 회사는 분명 기술력이나 서비스 품질에 있어 대체할 수 없는 경쟁력을 갖고 있을 겁니다..."

박근태 대표 "만약 이번 사드 피해가 적었던 분야가 있다면, 그 회사는 분명 기술력이나 서비스 품질에 있어 대체할 수 없는 경쟁력을 갖고 있을 겁니다..."

중국의 사드 보복은 치졸하다. 강펀치를 날리고는 ‘우리가 정책적으로 한 건 없고, 다 시장이 그렇게 반응한 것’이라며 속을 뒤집어 놓는다. 그들이 말하는 ‘대국(大國)’의 면모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그런데 툭 친 것치고는 우리의 타격이 너무 크다.  

 
왜 그럴까?
 
김시중 교수는 “사드 사태가 우리 상품의 경쟁력 약화 시기와 맞물려 터짐으로써 시장 점유율이 급락하는 등 와해의 위기에 놓이게 됐다"라고 분석하고 있다. 자동차는 그 대표적인 분야다. 그는 “중국은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투자에서 소비로, 수출에서 내수로, 가공무역에서 일반무역으로 전환하고 있는데, 우리는 여전히 제조업 마인드로 중국을 봐왔기 때문에 타격은 더 클 수밖에 없었다"라고 말했다. 우리 스스로 중국 전략을 되돌아봐야 한다는 얘기다.
김시중 교수 "대중 수출은 2013년부터 감소세를 보였다. 이미 사드 발생 이전부터 한국 상품의 경쟁력 약화가 진행됐다고 볼 수 있다."

김시중 교수 "대중 수출은 2013년부터 감소세를 보였다. 이미 사드 발생 이전부터 한국 상품의 경쟁력 약화가 진행됐다고 볼 수 있다."

백권호 영남대 교수 역시 같은 생각이다. 그는 이메일 답변을 통해 “보복이 시기적으로 좋지 않다"라며 이렇게 설명한다.

 
“국내 기업의 중국 내수시장 진출 성과가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할 때 문제가 터졌기에 더 타격이 큽니다. 한-중 FTA의 성과를 수확해야 할 시점과 겹쳤다는 것이지요. 중국은 ‘제조업 2025’와 ‘인터넷 플러스’ 등 4차 산업혁명 분야 혁신 작업을 차분히 추진하고 있습니다. 2025년은 양국 교역의 약 90~95%(FTA 협상, 품목 기준)가 개방되는 시점인데 이때는 이미 중국 기업의 제품 경쟁력이 우리를 압도할 수도 있습니다.”(백권호 교수)
 
그렇다고 여기서 주저앉을 수는 없는 일이다. 참석자들은 ‘사드가 가져올 한중 경제협력 패러다임의 변화를 면밀히 파악하고, 대응해야 한다"라고 입을 모은다.
 
“사드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었습니다. 중국에서 준법 경영의 중요성을 일깨워 준 계기였습니다. 이제 경쟁력 없는 기업들은 중국에서 퇴출될 수밖에 없다는 걸 깨닫고 있습니다. 중국 사업 전반에 걸쳐 새로운 구조조정과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시켜 줬다는 점에서라도 쓴 약으로 작용할 겁니다.”(양평섭 지원장)
백권호 교수 "우리 내부에서 중국 전문가들이 동참하는 '산관학 한중미래협력위원회' 같은 조직을 만들어 운영할 때가 됐다."

백권호 교수 "우리 내부에서 중국 전문가들이 동참하는 '산관학 한중미래협력위원회' 같은 조직을 만들어 운영할 때가 됐다."

문제는 경쟁력이다. 이문형 교수는 “우리가 지금 앞서 있다고 판단되는 반도체, OLED, 일부 석유화학 분야조차 5년 이후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한국의 대중국 수출은 이미 2013년을 정점으로 하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중국의 산업구조 고도화와 기술 추격으로 한-중 협력보다는 경쟁 공간이 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중국이 못 만드는 것을 만드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동안 우리는 우리가 갖고 있는 것을 팔아먹었습니다. 이제 거의 소진됐습니다. 이제 팔릴 것을 개발해 그들에게 팔아야 합니다.”
 
결국 서플라이 체인의 변화에 어찌 대응할지의 문제다.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건 두 가지다. 우선 기업은 중국에서 형성되고 있는 ‘레드 서플라이 체인(중국 내 공급망)’에 어떻게 합류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이문형 교수는 “중국은 산업 곳곳에 허점이 많다"며 “경쟁력이 있다면 분명 우리가 파고 들 공간은 넓다"라고 했다.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분야를 찾아내는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문형 "양국 기업 간 부가가치 사슬 구조에서 수직적, 수평적 결합을 활성화시킬 전략적 제휴가 다양하게 진행되어야 한다."

이문형 "양국 기업 간 부가가치 사슬 구조에서 수직적, 수평적 결합을 활성화시킬 전략적 제휴가 다양하게 진행되어야 한다."

참석자들은 “그런 한편으로는 국내에도 중국에 맞설 수 있는 작지만 강한 산업 클러스터를 형성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기흥-평택 반도체 클러스터, 울산 자동차 클러스터, 거제도 조선 클러스터…우리 경제도 만만하지 않은 실력을 갖고 있다. 글로벌 서플라이 체인과 연계된 보다 세련되고 경쟁력 있는 우리만의 클러스터를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렇지 않으면 산업 자체가 송두리째 중국에 빨려들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 등장 이후 자유무역 질서가 크게 요동치고 있습니다. 글로벌 밸류 체인이 변하고 있지요. 개별 기업이 해결할 수 있는 여지는 크게 줄어들고 있습니다. 국가의 경제 안보 전략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는 거지요. 단단한 산업구조를 구축하는데 국가의 역할이 커지고 있습니다. 한-중 관계도 정상외교를 통해 풀리기를 기대해봅니다.”(윤원석 본부장)  
윤원석 본부장 "코트라는 한중 협력이 제조+서비스업, 온-오프 유통, 밸류 체인 확산 등 다방면으로 바뀌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윤원석 본부장 "코트라는 한중 협력이 제조+서비스업, 온-오프 유통, 밸류 체인 확산 등 다방면으로 바뀌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좌담회에 배석한 황재원 KOTRA 동북아 사업단 단장은 ‘고슴도치 전략’을 제기했다.  

 
“중국 각 지방마다 사드에 대한 생각은 다릅니다. 한국에 우호적인 지방과의 협력을 늘려야 합니다. 외교적으로는 중국에 대한 견제로 한국을 끌어들이고 싶은 나라와 손잡을 필요가 있지요. 중국이 합종(合從)을 한다면 우리는 연횡(連橫)을 해야 합니다. '한국 건드리면 너희도 아프다'는 인식을 줘야 합니다. 고슴도치처럼 말입니다.”
 
중국의 사드 보복이 언제 끝날지는 알 수 없다. 11월 열릴 제19대 당대회 이후에야 조금 풀릴 것이라는 주장, 올해 열리기로 되어 있는 미-중 정상회담을 봐야 한다는 주장, 이미 중국은 문제 해결 국면을 진입했다는 주장 등 다양하다. 그러나 문일현 교수는 “사드가 끝났다고 해서 양국 관계가 그 이전의 상황으로 돌아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지금 같은 상황이 새로운 균형 상태(New normal)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황재원 단장 "일본 기업들은 대만과 손잡고 중국에 진출한다. 일본 기업임을 알리지 않으면서도 사업 잘한다. 리스크 헤징 방안을 다각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황재원 단장 "일본 기업들은 대만과 손잡고 중국에 진출한다. 일본 기업임을 알리지 않으면서도 사업 잘한다. 리스크 헤징 방안을 다각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좌담회는 "포스트 사드(Post-THAAD)시대, 대중국 사업 전략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것으로 결론이 모아졌다. 경쟁력 강화, 전략적 사고, 치밀한 연구 등이 핵심이다. 그게 바로 지금 사드가 우리에게 던져주는 과제다. 이를 슬기롭게 극복한다면 사드는 고마운 존재가 될 수 있다.

 
“기업인들은 이제 냉정하게 자기 제품의 경쟁력이 어디에 있는지를 평가해야 합니다. 중국 서플라이 체인에 올라 탈 수 있도록 경쟁력을 키워야 합니다. 안 되는 것은 빨리 접고, 선택과 집중을 해서 나가야 합니다. 시간이 없습니다.”(박근태 CJ대한통운 대표)
 
차이나랩 한우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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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