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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선거보조금 이중 보전이 ‘적폐’다

박성훈 정치부 기자

박성훈 정치부 기자

잔치(대선)는 끝났다. 하지만 선거 이후가 더 중요하다. 잔치비용이 고스란히 국민 세금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중앙일보가 대선 100일(8월 16일)을 맞아 선거비용에 대한 각 당 회계보고서를 분석한 이유도 거기에 있다.
 
대선 전에 각 정당은 국고에서 나온 선거보조금을 수령했다. 잔칫상을 차리라고 국고에서 이미 돈을 내줬는데, 또 한 번 똑같은 금액을 세금으로 다시 타냈다. 이중으로 보전받은 규모가 더불어민주당(131억원)·자유한국당(103억원)·국민의당(87억원) 등 총 321억원이었다. 잔치는 이미 끝났기 때문에 이 돈은 고스란히 정당의 금고로 들어갔다. 선거를 통해 세금으로 배를 불린 셈이다. 이번 대선만이 아니다.
 
지난해 총선 때 414억원, 2014년 지방선거 때 415억원을 각 정당은 선거보조금으로 수령했다. 이 가운데 대부분이 이중으로 보전됐을 테니 그 규모는 1000억원을 훌쩍 넘었을 게 분명하다.
 
세금으로 선거를 치르는 선거공영제 자체를 위태롭게 할 수 있는 이런 모순을 정당은 애써 외면해 왔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중복 지급을 금지하는 선거법 개정의견을 2013년에 냈지만 4년째 제대로 논의하지 않았다. 가만히 있으면 돈이 들어오는데 굳이 나서 중복 지급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킬 이유가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인터넷에 올라온 시민 반응은 분노에 가까웠다. ‘내가 낸 세금이 저렇게 줄줄 새고 있었구나’ ‘저게 바로 정치 적폐다’ ‘정부 돈이 모자란다는데 증세하기 전에 너희 더 받은 것부터 토해 내라’ 등등의 댓글이 올라왔다. ‘세금 도둑’이란 표현도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초 가족의 식비와 치약·칫솔 등 생활비품까지 사비로 사겠다고 선언했다. 예산을 절감해 일자리를 하나라도 더 만들겠다는 취지라고 했다. 올해 남아 있는 청와대 특수활동비와 특정업무경비 126억원 가운데 42%인 53억원을 삭감해 일자리 창출 재원으로 돌렸다. 이번 대선 때 각 정당에 이중 지급된 321억원이면 연봉 3000만원짜리 일자리 1070개를 만들 수 있다.
 
지금 각 정당은 ‘혁신’을 외친다. 민주당은 혁신기구인 ‘정당발전위원회’를 만들기로 했고, 한국당도 혁신위를 발족한 상태다. 당 대표 경선을 진행 중인 국민의당도 ‘혁신’ 아이디어를 일반 공모하고 있다. 세금 횡령이나 다름없는 이런 선거보조금 악폐를 바로잡는 게 진짜 혁신이다.
 
박성훈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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